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바이크 올레꾼, 길 따라 남도마을 여행> 연재의 문을 열면서 앞으로 나와 동고동락을 같이하게 될 바이크(애마)에 관해 먼저 얘기를 시작하는 것이 순서이며 예의일 듯해 애마 '노쇠난테'로 첫 장을 구성한다. 왜 로시난테가 아닌 노쇠난테인가는 말미에 설명하기로 한다,

 

노쇠난테와 나의 만남은 지난해 가을 무렵부터 쓰기 시작한 <바이크 타고 낙안군 이야기>연재 도중이었으니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 첫 번째 바이크가 말썽을 일으켜 부랴부랴 다시 찾은 것이 현재의 바이크로, 만날 당시만 해도 20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던 골동품 측에 속하는 물건이었다.

 

"나라면 절대 못 타고 다니겠다"는 지인 중 한 사람의 말은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그러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와이어브러시(녹을 닦는 쇠솔)를 건네줬는데 당시 누가 봐도 그것은 늙고 병든 조랑말의 모습이었다. 겉모습만 봐서는 도무지 굴러갈 것 같지 않던 바이크.

 

"이걸 버려 말어? 그래도 그게 아니지 인연인데."

 

 

그런 고민의 순간도 잠깐, 그날 이후 내 생활은 방보다는 마구간(?)에서 애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매일 같이 등을 쓰다듬고 닦아 주기를 1개월여, 차츰 기운도 회복하고 때깔도 나 제법 주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애마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특히, 체인 덮개에 내려앉은 깊숙한 녹은 닦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할 수 없이 약물치료(?)를 위해 락카(페인트류)를 구입해 흰색으로 칠하고 색 바랜 부분과 칠이 벗겨진 부분들도 꼼꼼히 도색했다.

 

그리고 연재를 시작하기 이틀 전인 1월 11일에는 바이크의 종합검진과 치료를 위해 인근 오토바이가게도 찾아갔다. 그동안 운행하면서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나는 주저리주저리 얘기했지만 주인은 '어디 이상이 있는 곳이 한두 군데겠어?'라는 표정으로 듣는 둥 마는 둥 하나하나 정비를 시작했다.

 

2시간이 넘는 정비를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설 때는 바이크 뱃속이 편해졌는지 엔진 소리도 조용하고 깜빡이 불도 반짝거렸다. 승차감도 훨씬 좋아졌고 클랙슨 소리마저 경쾌했다. 하지만 돌아서 나오는 나에게 주인은 "조심해서 타요, 고장 나거나 부서지면 폐차해야 하니까"라는 이해할 듯 말 듯한 아리송한 말을 던졌다.

 

'귀한 거네요^^ 이 모델은 시티100 최초 모델로 지금 돌아다니는 것은 아마 없을걸요?'

 

최근 바이크 정보도 얻고 전문적인 지식도 습득할 겸 가입한 인터넷 바이크 동호회에서 내 애마인 노쇠난테 사진을 올려놓았더니 돌아온 댓글이다. 나름대로 바이크에 일가견이 있다는 회원들이 던져준 얘기였기에 믿을 수 있는 말인 "귀한 거네요..."

 

왜 오토바이가게 주인이 정비 후에 "조심해서 타요, 고장 나거나 부서지면 폐차해야 하니까"라는 말을 건넸는지 그때서야 이해가 됐다. 그와 동시에 묘한 자부심도 생기고 정말 이 기종 중에 현재 돌아다니는 노쇠난테와 같은 최초 모델은 없는 것인가? 진짜 내 것만 돌아다닐까 하는 신비로움까지 생겼다.

 

알아본 바로는 적어도 내 바이크는 20년 넘은 골동품 같은 것으로 이미 폐차되거나 시중에 돌아다니다가 중고 물품으로 동남아 등지로 수출된 모델이며 더구나 이 기종은 생산될 때 최초로 잠시 나왔던 형태의 제품이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래 이것이 바로 바이크 올레꾼의 진정한 발, 노쇠난테다"

 

올레길이 사색을 위한 느림의 길임을 생각할 때 늙고 병들어 붙인 이름인 내 애마, 노쇠난테는 진정 바이크 올레길에 걸맞은 진정한 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왕성한 젊은 말은 아니지만 묵묵히 주인에게 순종하고 천천히 길을 걷는 조랑말과 같은 노쇠난테는 앞으로 내가 엮어 낼 <바이크 올레꾼, 길 따라 마을 여행>의 또 하나의 매력적 동반자인 것만은 틀림없다.

 

이제 달리는 거다. 나와 내 노쇠난테가 만든 바이크 올레길은 낙안을 중심으로 한 전남 동부지역에서 출발하지만 전라도로 확산되고 남부지방으로 넓어지고 전국으로 확대될 때 누군가는 그 길을 따라 달리게 될 것이며 그 깃발은 휴전선을 넘어 북한 땅까지 더 넘어 만주와 시베리아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덧붙이는 글 |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바이크올레꾼, #노쇠난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