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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느덧 큰딸이 고2로 올라가고, 둘째 딸이 중학생이 됩니다. 결혼은 엊그제 한 것 같기도 하고, 큰딸이 중학교 입학한 지가 낮잠 한 숨 자고난 것 같은데 벌써 고2가 됐습니다. 제 가정에 참 변화가 많았습니다.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던 결혼생활에 숨은 함정들은 번번히 나를 실험에 들게 했고, 그 실험에 아이들은 더 폭발력이 강한 실험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아이들때문에 잠 못 이루고, 괴로웠던 적이 생각해 보면 많습니다. 내 뜻대로 안되서 괴롭고, 반항해서 괴롭고, 하루종일 하는 컴퓨터로 내 속을 썩였던 것들이 앨범속으로 들어가려나 봅니다. 지금의 큰딸은 내가 언제 그렇게 엄마를 괴롭혔나 싶게 제게 자연스럽게 너그러워질 수 있도록 살고 있습니다. 

"다 지나갈 것이다"라는 말이 제 딸을 두고 한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까칠하게 구는 둘째에게 그다지 걱정되는 마음이 없습니다. 최악의 큰딸을 경험했던 터라 둘째가 아무리 제게 땍땍거려도 그건 귀여운 투정으로 보입니다. 둘째는 큰딸처럼 도끼 눈을 하고 저를 째라보거나, 문을 잠그고 단식하는 일은 절대 없으니까요.

오늘 질문은 한 남자분이 이혼을 하고 아이 셋을 키우는데 큰아이때문에 마음고생을 하시는가 봅니다. 엄마인 저도 아이 둘을 키우면서 힘들었는데 아빠가 셋을 키우는 일이 쉬운게 아니지요. 그래도 저는 남편이 중간중간 아이들에게 피난처 역할을 도맡아 해주었으니 좀 나은 편이지요. 이 분은 이혼을 하셨으니 그러지도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일단 질문을 한번 들어보지요. 

질문 : 아이가 엄마에게 가겠다고 합니다. 저는 아내와 이혼하고 세아이와 함께 잘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큰 아이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는 힘이 들었는지 엄마에게 가겠다고 합니다. 아이에게 화도 나고, 자신을 책망하게 됩니다.

이럴 때는 자기의 현재 상태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혼을 하고도 아이들과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말하는 것은 여전히 자기 상태를 잘 모르고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은 '너 없이도 잘 산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오기가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입니다.

아내와 이혼하고 사는데 행복하게 잘 산다고 할 수 있나?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아이 셋을 데리고 사는데 어떻게 행복하게 잘 산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스스로 합리화하기 위해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런다고 자기가 처한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동안의 오기가 무너지면서 자괴감이 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만 고집하면 어느 순간에 무너지기 쉽습니다. 결심하고 각오할 일이 아니라 솔직하게 드러내놓고 부족한 점을 살펴야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아이의 변화가 내 마음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 마음이 이렇게 흔들리는 이유를 자세히 살필 때입니다. 내가 자식을 위해서 헌신하고 있는데 아이가 조금 불편하다고 엄마한테 가겠다고 말하면 기분 좋을 리가 없습니다. 그래도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는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지금 아빠를 배신하는 거야"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현재 자기의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나중에 스스로 무너지기 쉽다

'어떻게 아빠 마음을 이렇게도 몰라주느냐'고 생각하기 전에 '내가 오기를 부리고 있구나'라든지, '아이에게 내가 집착하고 있구나'라든지, '아이를 두고 내가 아내하고 경쟁하고 있구나'라고 내가 내 상태를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만약 현재 자기의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나중에 스스로 무너지기 쉽습니다.

생각해보면 나와 아내 사이에는 '내가 옳고 네가 틀렸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한 명은 엄마고 다른 한 명은 아빠입니다. 그러니까 아이에게는 누가 옳고 누가 그른 문제가 아닙니다. 부부의 이혼이 아이의 교육에 안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아이가 잘못을 해도 스스로 고칠 기회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아빠가 야단치면 엄마한테 가버리면 되고 엄마가 조금 혼내면 아빠에게 가버리면 그만입니다.

엄마 아빠가 떨어져 있으니까 아이는 그걸 이용해서 자기에게 유리한 대로 움직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자꾸 꾀와 요령만 늡니다. 아이 스스로 어려움을 겪어보고 이겨내야 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피할 곳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없습니다.

아이의 태도에 기분이 상하는 이유는 아내와 경쟁하고 있거나 아이에게 집착하고 있어서다.

아이가 엄마에게 가겠다는 것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아이의 태도에 나의 기분이 상하는 이유는 아직도 내가 아내와 경쟁하고 있거나 아이에게 집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자연스럽게 보내주는 게 아니라 할 수 없이 보내주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아이가 자기 엄마한테 가겠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말하자면 그건 아이의 권리입니다. 너무 당연한 것에 내가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하지 않게 다가오는 것뿐입니다. 기분은 나쁘겠지만 오히려 그 점을 인정하고 수긍해야 합니다. 집착은 사랑이 아닙니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집착을 끊어야 합니다. 외면하고 무관심하게 대하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가겠다면 언제나 자유롭게 보내주되 오겠다면 언제나 기꺼이 받아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엄마의 허락이 있을 때만 돌아올 수 있게 하라.

앞으로는 아이가 엄마에게 가고 싶다고 하면 며칠 있다 오라고 말하세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마음이 변하면 언제든지 오라고 하세요. 그런데 아이가 돌아오면 아이에게 왜 왔느냐고 물어보아야 합니다. 엄마가 보내서 왔다고 그러면 기꺼이 받아주고, 엄마가 마음에 안 들어서 왔다고 하면 돌려보내세요. '엄마가 얼마나 고생하면서 너를 키우는데 마음에 조금 안 든다고 배신하고 오느냐'고 야단치면서 말이죠. 엄마의 허락이 있을 때만 돌아올 수 있다고 다짐을 받으세요.

비록 부부끼리 싸우더라도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는 아이가 엄마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가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엄마는 아빠에 대해서 늘 좋은 얘기를 해줘야 됩니다. 아이의 교육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사실 부부가 이혼을 해도 이렇게 해야 합니다. 부부끼리는 원수가 되더라도 아이에겐 엄마고, 엄마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야 아이가 건강합니다.

자식을 낳았으면 스무 살까지는 꼭 책임을 져라.

그리고 아이를 위해 아이에 대한 집착을 끊어야 합니다. 언제나 아이에게 엄마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주고 엄마의 말을 잘 듣도록 가르쳐야 하며 힘들더라도 그것들을 감내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식을 낳았으면 스무 살이 될 때까지는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건 자신이 선택한 일에 대한 책임입니다. 그러나 스무 살 이후에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됩니다. 그때는 내가 도와주고 싶으면 도와줄 수는 있지만 의무는 아니란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춘기 시절에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성년이 됐을 때 '네 인생은 네 책임'이라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 사춘기 때 자꾸 부모가 간섭하면 나중에 아이에게 자기의 인생에 대한 책임도 물을 수가 없습니다.

부부끼리는 원수가 되더라도 아이에겐 엄마고, 엄마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야 아이가 건강하다는 말은 스님께 들을 때마다 제 무릎을 치게 만듭니다. 자기 부모 중 한쪽이 나쁜 종자이면 자기의 일부분은 나쁜 종자의 피가 흐르는데 어떻게 잘 자랄 수 있겠습니까. 설령 공부를 잘한다 해도 그 아이의 내면이 건강할 수 없다는 것을 저는 정말 잘 압니다.

요즘 제 주변에 부부사이가 나쁜 사람들을 보면서, 또 남편을 죽어라 원망하면서 사는 분을 보면 제 가슴이 답답합니다. 그렇게 원망하면서 자식들한테 남편 욕을 하면서 살 정도면 스님 말씀대로 '안녕히 계십시오'를 차라리 하지, 왜 그렇게 자신의 인생도 망치고 자식의 자존감도 없게 만드는 인생을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전 참 다행입니다. 만약 부처님 법을 못 만났다더라면 저역시 내 어리석음은 모르고, 내 뜻대로 안되는 남편을 원망하고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정말 다행히 불법을 만났고, 법륜스님 법문을 듣고 매일같이 혼탁해지는 제 마음을 돌아보면서 남편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내 문제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아이들도 잘 크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과 이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법륜스님#무엇이든 물어라#즉문즉설#날마다 웃는집#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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