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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경북 포항시 현대차 직영서비스센터에서 파손된 신형 쏘나타 모습
지난 12일 경북 포항시 현대차 직영서비스센터에서 파손된 신형 쏘나타 모습 ⓒ YF 쏘나타 동호회

신형 쏘나타 차주가 현대차 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격분해 자신의 새 차를 현대차 영업소 앞에서 돌로 부순 사건이 발생해 화제다. 3천만 원에 육박하는 새 차를 단숨에 부숴버렸다면 과연 보통 일은 아니다. 작년 10월 쏘나타를 계약했다가 고객의 입장을 등한시하는 현대차의 태도에 실망해 계약을 해지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번 일이 결코 '차주가 흥분해 발생한 우발적인 일'로 서서히 잊혀질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차를 산다는 것은 무척이나 많은 고민과 시간, 그리고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더욱이 자신이 번 돈으로 첫차를 사는 것이라면, 그 기대감과 조바심은 배가 된다. 작년 여름부터 차를 사기로 결심한 후 여러 대리점을 기웃거리고 인터넷을 뒤져보고, 시승까지 마친 후 계약을 한 게 10월 12일이었다. '쌔끈한' 디자인의 신차여서 하루빨리 운전대를 잡아보고 싶었지만, '한 달 반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는 영업사원의 말을 들었다. 그 정도 쯤이야, 충분히 기다릴 수 있었다. 

몇 번의 예정 출고일 변경 통보를 받은 후 12월 24일로 '출고일이 잡혔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오래 기다렸지만, 그저 흠 없는 차를 받을 수 있기만 바라는 마음이었다. 몇 번의 예정출고일 변경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출고 예정일 바로 전날부터 '현대자동차'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23일 저녁, 출고일이 갑자기 크리스마스 연휴 뒤인 28일로 변경되었다는 것이다. 그날은 현대자동차 노사합의 타결과 관련한 노조 투표가 진행되었던 날로, 이로 인해 조업이 중단되면서 급작스레 출고일이 변경됐다고 했다. 덕분에 기대했던 크리스마스 연휴의 환상은 날아가 버렸지만, 현대차 측도 예측 못 한 변수라고 이해하기로 했다.

그러나 다음날, 더욱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들어야 했다. 영업사원은 "죄송합니다. 현대차 측에서 잘못한 것이 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했다. 출고 예정일이 또 다시 올해 1월로 연기되었다는 것이었다. 노후차량 보상 제도가 작년 말까지였는데 이에 해당하는 차량 출고를 위해, 갑자기 나의 대기 순번을 바꿔버렸다는 얘기였다. 고객의 동의나 사전 통보 없이 마음대로 대기 순번을 바꾼 것에 대해 항의했으나, 영업소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본사에 직접 얘기하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결국, 본사에 정식으로 항의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홈페이지를 접속했으나 대부분의 홈페이지에 있는 '고객의 소리'조차 만들어져 있지 않았다. 고객불만 사례를 접수하고 그에 응대하는 적절한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결국 6개월여를 끌어온 새 차에 대한 나의 '로망'은 짜증과 실망으로 변했고, 계약 후 3개월이나 흘러서 해지하고 말았다.

현대차에 대한 비판이 여론의 수면위로 떠오른 사건

뉴스에서 '수출역군'으로만 묘사되던 현대자동차를 고객으로서 처음 접하게 되었던 경험은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 구매 계약 후, 고객은 자신의 차가 어떤 단계에 있으며 언제쯤 출고 될 수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영업사원의 말만 일방적으로 들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본사 측에서 구매 고객별 대기 순번을 임의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고객뿐만 아니라 영업사원조차 출고일 하루 전날까지도 출고일을 확신할 수 없다.

이보다 더욱 문제인 것은,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하는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면, 현대차 직원들의 잘한 점을 칭찬하는 '칭찬하기' 게시판만 보이고 불만을 얘기할 수 있는 통로는 없다. 영업소는 본사에, 본사는 영업소에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고, 성의있는 자세로 고객의 불만을 들어주려 하는 곳이 없다. '칭찬만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홈페이지의 단면은, 고객의 소리에 무신경한 현대자동차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다.

자신이 산 새 차를 자신의 손으로 부수고 말았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지난 시간 경험한 현대자동차의 무성의한 고객응대가 다시 한번 떠오른다. 인터넷 동호회에는 나와 같이 일방적으로 대기순번이 뒤바뀌어 출고일이 변경된 사례와 함께, 현대차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불만 사례들이 널려있다. 이번 일은 '현대자동차가 수출에 주력하느라 국내 고객을 홀대한다'는 세간의 평가가 비로소 여론의 수면위로 떠오른 사건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같은 기업이 고객의 소리에 무신경할 때, 고객이 느끼게 되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구매비용으로 보나 제품에 대한 기대치로 보나 많은 신경이 쓰이면서, 또한 구매 후에도 소음이나 떨림 등 민감하게 신경써야 하는 것이 자동차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반품할 수도 없고, 한 일년 쓰다 버리기도 어렵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매우 까다로운 제품인 것이다. 3천만 원에 달하는 자산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을 때, 소비자가 느끼는 자괴감은 어떻겠는가?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지, 고객응대 시스템의 심각한 결함으로 여길 것인지는 현대자동차가 스스로 판단해보라. 이미 실망한 고객으로서가 아니라, 해외에서 수많은 현대자동차 광고판을 보며 자부심을 느꼈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애정어린 충고를 한다면, 이번 기회에 '글로벌 기업'에 걸맞지 않은 고객응대 시스템을 살펴보길 바란다. 호미로 막을 것을 종국에는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만약 '유능한 기업'이라면 잘 알 것이다.


#소나타#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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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것을 좋아하고 글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기쁨을 느끼고자 합니다. 오마이 뉴스를 통해 사회에 대한 시각을 형성해 왔다고 믿는데 이제는 저의 작은 의견을 개시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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