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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를 달군 쌍용차투쟁. 아쉽게도 금속노조는 15만 조합원 전체의 힘을 보여주지 못한 채3 천명 가까이의 노동자를 공장에서 떠나보냈다. 해고됐음에도 불구하고 노조를 믿고 조합원직책을 유지하고 오랜 투쟁을 결의하는 이들만 현재 1백60명에 이른다. 쌍용차 노동자들만이 아니다. 금속노조에 가입해 활동한다는 이유로 해고되었어도 오랜 투쟁을 각오하는 이들은 도처에 있다. 이들을 이른바 '장기투쟁노동자'라 부른다. 금속노조 '깃발' 하나 믿고 투쟁을 벌이는 이들에게 금속노조는 과연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지난해 7월, 공장에 고립된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공장 밖에서 연대투쟁을 벌이는 노동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공장에 고립된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공장 밖에서 연대투쟁을 벌이는 노동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ilabor.org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가 이들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30억에 달하는 거액 조성을 추진해 주목받고 있다. 이 돈으로 올 한해 4백 명 수준에 이르는 장기투쟁노동자 생계를 책임져보자는 뜻. 30억원이면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 15만명 한 사람당 2만원 수준의 돈이다. 노조는 13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전 조합원 특별결의금 거출을 추진해보기로 가닥을 잡고 19일까지 현장토론을 거쳐 20일 중앙위원회 심의 뒤 27일 대의원대회 때 최종 방안을 확정키로 의견을 모았다.


15만 조합원 특별결의금 거출 추진


장기투쟁노동자의 경우 무엇보다 생계비 대책이 가장 절실한 상태다. 노조의 김선민 총무실장은 "장기투쟁노동자의 경우 '투쟁할 돈이 없으면 걸어 다니며 일인시위라도 할 수 있지만, 생계비 없으면 투쟁을 떠나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호소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15만 조합원 전체가 내는 조합비 일부를 떼어내 신분보장기금과 장기투쟁대책기금으로 적립한다. 이중 신분보장기금은 징계해고나 계약해지 조합원을 지원하며, 장기투쟁대책기금은 장기파업, 직장폐쇄, 폐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장기투쟁노동자를 지원하는 기금.


특히 2007년 신설되어 노조 규정에 삽입된 장기투쟁대책기금은 오랜 투쟁으로 6개월 이상임금을 받지 못한 조합원을 대상으로 1년간 금속산업최저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기금이다. 1인당 1백만원도 안되는 돈이다. 하지만 지급 대상자에게 업무일지와 투쟁일지를 작성해 보고케하는 한편, 취업이나 수익사업 등을 할 경우 지급이 전면 중단되는 만큼, '투쟁에 전념하라'는 취지로 생계를 일부 보조해주는 성격의 돈이다. 물론 이 돈을 받고 투쟁하다 회사에 이겨 복직돼 임금을 지급받을 경우 그동안 노조로부터 받은 돈을 되돌려주기도 해야 한다. 김 실장은 "장투기금은 타 산별연맹에는 없는 것으로 어느 지역, 어느 사업장에서 발생한 투쟁이라도 전체 조합원이 함께 책임져 온 금속노조의 자랑스러운 기풍을 보여주는 제도"라고 강조한다.


어느 곳에도 없는 장기투쟁대책기금…조합비의 4%


하지만 이 기금은 현재 조합비의 4%인 1억원 수준만 매달 적립된다. 1년이면 고작 12억원. 반면 이 기금을 지급해야 하는 대상자는 쌍용차 해고자 1백60명을 포함해 전국 4백 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4백여 명이 장기투쟁노동자인 셈. 이들의 생계를 지원하자면 대략 1년에 40억 수준이 필요한 셈인데 이 기금에만 의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노조는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이 기금지급을 중단하거나 절반 수준만 지급하고 있다. 재작년말부터 몰아닥친 경제위기 이후 구조조정 사업장 증가로 지급대상 인원이 늘고 있어 1년 12억원 수준으로는 감당조차 안 되는 셈. 특히 올해의 경우 쌍용차 투쟁 뒤 그 대상인원은 더 늘어났다.


이에 김 실장은 "쌍용차 투쟁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 일 수 있으나 그래도 금속노조를 믿고 앞으로도 싸우겠다는 이들을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이 함께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강조한다. 노조는 애초 지난해 기업지부해소 등 문제로 가닥을 잡은 뒤 전체 조합비 배분비율을 효과적으로 손보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업지부 해소가 사실상 연기되면서 조합비 배분비율도 몇 년째 사실상 그대로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지난해 11월 임시대의원대회 때 올 한해 조직발전전망 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가동해 조합비 배분비율 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가닥이 잡힐 때까지 전국 4백여 장기투쟁노동자들의 생계를 뒷전에 둘 수는 없는 노릇.


기금 고갈…"15만이 함께 책임져 보자"


이와 관련해 노조의 김호규 부위원장도 "조합비배분을 둘러싼 논의를 올 한해 체계적으로 하는 것과는 별도로 올 한해 특별히 15만 조합원들이 같은 조합원의 생계를 책임져보자는 자발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또 "이것이 성사된다면 조합원들에게도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최근 10여 곳 장기투쟁 노동자들을 만나 절절한 호소를 듣고 있다"고 진지한 현장토론을 주문하고 있기도 하다. 각기 다른 처지에 놓인 15만 금속노조 조합원이 내는 소중한 돈. 과연 얼마씩 모을 수 있으며 이를 모으기 위한 필요성에 조합원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27일 대의원대회 때까지 다양한 현장토론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ilabor.org에도 실렸습니다.


#금속노조#장기투쟁노동자#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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