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호 호수 생태원을 다녀왔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하여 찾아간 것이다. 가까이 있는데도 모르고 있던 것을 알게 되어 발견하는 기쁨을 듬뿍 안겨준 곳이다. 마치 보물을 찾은 것 같았다. 널리 알려져 있는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호수 생태원은 식영정, 환벽당, 취가정, 가사문학관 등 역사 유적과 함께 하고 있는 광주호에 광주시가 자연 생태를 체험할 수 있도록 2006년 조성하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동안 까맣게 모르고 있었을까. 규모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조성된 면적이 매우 넓어서 길따라 걷기만 해도 한 시간이 넘게 걸려 나들이 코스로 아주 좋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탁 트인 넓은 호수가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고, 호수에도 파도가 일어 물소리는 귀를 맑게 해주었다. 때마침 호수에서는 수많은 청둥오리들이 한참 즐겁게 노닐고 있어 호수의 운치를 더해주었다.
호수 생태원에는 이름에 걸맞게 친환경적인 재료들로 만든 나무다리와 전망대, 갈대밭, 여러가지 모양의 길, 자연학습장과 잔디휴식광장, 암석원, 야생화단지와 생태연못 등이 있는데 야생화단지는 겨울이라 흔적만 남아있었다. 봄이 되면 야생화들이 만발해 아름다운 장관이 펼쳐지리라 싶어 기대가 되었다. 수변습지에서는 물풀과 갈대숲 등이 길게 이어져 있었으며 산책로와 습지관찰대가 설치되어 있어 물속 벌레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물이 많으면 나무다리까지 물이 찰랑찰랑거리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걸으니 행복했다.
입구에는 물레방아를 만들어놓아 겨울 분위기가 삭막하지 않게 했다. 물레방아는 시간을 거꾸로 돌려주는 마력이 있다. 겨울방학이라 부모님을 따라나선 아이들은 물레방아 도는 모습을 보며 좋아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유배문학의 산실인 정자들과도 만날 수 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식영정이다. 정자의 그림자가 광주호의 물에 비친다는 식영정은 송강 정철이 성산에 머물며 시문을 익히고 선비들과 교유하던 정자다. 정철은 이곳에서 불후의 명작인 성산별곡, 사미인곡, 속사미인곡 등 여러 시문을 낳았다. 그 오른쪽에는 사촌 김윤제가 낙향하여 후학을 양성하고 선비들과 교유하며 지낸 환벽당도 있다. 환벽당은 가까운 식영정, 소쇄원과 더불어 '한 마을의 세 명승'이라 일컬어진 문학 활동의 주요무대로 광주의 명소이다. 이런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이곳에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생태원까지 말끔하게 조성되어 있으니 더할 나위없이 고맙고 행복하다.
어머니의 품같은 무등산의 자락에 자연과 호수와 옛선비들의 흔적이 함께 어우러진 호수 생태원은 도심속의 쉼터로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리라 싶다. 근교에 마음 내킬 때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자주 찾아갈 수 있는 쉼터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