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겨울방학에 11살이 된 큰아들을 데리고 1주일 정도이지만 일본의 친정에 다녀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여러 사연이 생겨서 결과적으로는 못 다녀오게 되는 바람에 큰아들의 실망이 너무 컸다. 아시다시피 일본에서 1월은 정월(正月)이라서 아이들에게는 세뱃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다. 아직까지 그런 맛을 잊지 못하는 아들에게는 꼭 가야 하는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아들은 겨울 방학이라서 다문화 관련 캠프를 신청해 비행기 티켓 잡기도 힘들기도 하고 "여름 방학에 가면"이라는 주위의 소리에도 양보하지 않고 봄 방학에라도 가겠다고 마음먹어 있는 듯했다. 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설이 끝난 후에 티켓을 잡는 것이 아주 힘든 것도 사실이었다.
아직은 그런 사정을 이해하기가 힘든 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기 위해 서울의 일본 공보문화원에 같이 가기를 제안해 봤다. 요즘은 나도 어린 동생에게만 신경쓰게 됐고 어느 정도 큰 우리 아들 나이에는 엄마랑 놀러 가는 것보다 친구끼리 놀러 가는 게 많아지기도 한다.
그런 상태를 보면 조금 섭섭하기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평소에는 데리고 가기 힘드니까 막내를 시댁에 맡기고 있는 지금이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사는 인천에서는 1시간 넘게 걸리긴 하지만 귀찮음을 표하는 아들의 손을 잡고 오래간만에 외출을 해봤다.
겨울방학에 즐길 만할 여러 행사들2010 신년일본문화소개전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비밀전'이라는 전시회는 1월 13일부터 23일부터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에서 열린다. 일본 만화관계자들의 초청 행사 등도 있어 흥미롭겠다는 기대도 컸지만 우선 초등학생 대상의 '일본 문화체험 교실'에 참석할 생각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무슨 착오가 있었는지 오전에 있는 '일본 문화체험 교실'을 오후 3시에 한다고 생각하고 가버렸다. 그래서 아쉽게도 나무공작은 못했다. 하지만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비밀전'에서는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깔끔한 공간에 추억의 애니메 캐릭터들이 늘어놓고 있어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들도 아는 캐릭터들이 많아서 관심이 높었던 것 같다. 나는 학생 시절에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어서 방학 때 미야자키 하야오 관련의 사무소의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들이 태어난 2000년에는 애니메이션의 제작이 CG화가 되고 있었다. 때문에 그전에 이런 셀로판지 위에 한 장씩 정성스럽게 그림을 그리던 시대가 있었던 것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그 전시회 이외에도 '1월 일본영화 기수전'도 개최되며 2008년에 우에노 주리가 부산 영화제에 초청받고 화제가 된 '구구는 고양이다' 등 비교적으로 새로운 영화도 공개되고 있다. 또한 '2월 일본영화 거장전'에서는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와 더불어 일본이 낳은 가장 위대한 영화감독이라고 불리는 미조구치 겐지(溝口健二)감독의 8작품이 공개 예정이다.
얼마 남지 않을 겨울방학에 서울에서 편하게 체험 할 수 있는 '일본 문화체험 교실'이나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비밀전'을 찾아보면 어떨까?
2010 신년일본문화소개전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비밀전> ※각 행사는 주최측의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당관 주최행사에 관한 문의는 공보문화원(02-785-3011~3)으로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의 개관시간은 10:00~17:30, 휴관일은 토, 일, 국경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문화뉴스(http://paknews.kr/)외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