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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B OUT!!"
"쥐박이 때문에 못 살겠다"
"명박이가 우리 애들을 다 죽인다"

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괴로운 사람들이 많다. 대통령의 '반민주 고속일방통행'이 연일 극을 칠수록 그들의 탄식은 늘어만 간다. 그들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을 넘어 솔직히, 사람이 밉고 싫을 정도다. 그런데 그런 '우리'에게 당혹스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있다. "당신은 혹시 '작은 이명박'이 아닌가?"

이 질문을 진중히 던진 사람은 바로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이다. 그는 촛불정국 때부터 줄곧 '우리 안의 이명박'이란 말을 통해 "우리 안에 이미 내 삶을 지배하는 이명박이 있다"며 이와 싸워야 함을 주장해왔다.

지난 19일 밤 '우리 안의 이명박, 우리 밖의 이명박'이란 주제로 열린 '한겨레시민포럼'의 발제자로 나선 그는 다시금 '우리 안의 이명박'을 강조했다. 한편 포럼의 토론자로는 칼럼을 통해 '우리 안의 이명박'에 물음표를 달았던 김종엽 한신대 교수가 참석했다.

 2008년 5월, 촛불집회의 한 장면.
2008년 5월, 촛불집회의 한 장면. ⓒ 유성호

보수적 부모는 당당하게, 진보적 부모는 불편하게 아이를 경쟁에 몰아넣어

발제를 맡은 김규항 발행인은 "대체 이명박 대통령이 왜 당선되었을까?"란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이 대통령이 존경할 만한 정치인이라거나 훌륭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김 발행인에 의하면 "대통령을 뽑는 가치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명박을 뽑은 이유는 그가 대한민국이라는 주식회사를 잘 운영할 사람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나에게 최선의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줄 사장 말이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 되었을까? 바로 '신자유주의 자본화'의 결과다."

신자유주의 자본화가 진행되면서 우리의 "'잘 산다', '행복'에 대한 기준이 많이 변했고" 그 절대기준은 바로 "돈"이다. 그러하기에 "거짓말쟁이에 도둑놈이라 해도 사장 노릇만 잘하면" '오케이'였고, 결국 압도적 표차의 당선은 "그런 변화의 자연스런 흐름"이란 것이다.

물론 "난 이명박을 찍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반이명박"이라고 외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김 발행인은 "촛불, 대운하, 4대강, 미디어악법, 세종시 문제 등에서 이명박을 욕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과연 다른가?"라고 묻고, 묻는다.

"사람이 자기 삶의 실제적인 문제, 이해관계가 걸리지 않은 문제에 대해선 자신을 포장할 수 있고 근사하게 보이려 노력할 수 있다.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려면 삶에 직접 관련된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한국 사회의 보편적 문제인 교육문제를 살펴보면, 반이명박 진영이라는 '우리'가 이명박 진영과 얼마나 다른가란 근본적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김 발행인이 꺼내든 리트머스 시험지는 바로 "교육문제"이다. "교육문제의 공식적인 견해나 성명서나 토론 같은 것 말고 제 아이 교육문제에서의 모습을 살펴"보자는 말이다.

여기서 그는 '보수적부모와 진보적부모의 차이'에 대해 농을 섞어 말을 건넨다.

"하나, 보수적부모는 당당한 얼굴로 아이를 경쟁에 몰아넣고, 진보적부모는 뭔가 불편한 얼굴로 아이를 경쟁에 몰아넣는다. 둘, 보수적부모는 아이가 일류대학 학생이 되길 바라고, 진보적부모는 아이가 진보적인 일류대학생이 되길 바란다."

솔직히, 과연 누가 이 '농담'으로부터 그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살인적인 경쟁과 시장주의 교육은, 이명박이 아니라 이명박을 비판하면서도 내 아이의 시장경쟁력은 알뜰하게 챙기는 우리에 의해 생기기도 한다. 우리는 반이명박이라고 말하지만 집회, 성명서 따위가 아니라 실제적인 삶의 부분에서 보면 어쩌면 이명박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단지 이명박과 사이가 좋지 않을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이 우리 삶을 파괴하고 있고, 이명박의 교육정책이 우리 아이들을 죽인다고 하지만 진실은 우리와 우리의 교육관의 반영으로서 이명박과 이명박의 교육정책이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둘은 사실은 서로 주고받는 순환구조다."

"이명박을 반대한다면 아이들을 이명박과는 다르게 키워야 할 텐데 다르지 않다. 이명박의 잘 산다, 행복하다는 가치기준과 우리의 가치기준이 달라야 할 텐데 다르지 않다."

이것이 바로 "우리 안의 이명박"이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반이명박을 외치는 우리를 포함한 오늘날 한국인들의 반영"일 뿐인 것이다.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 이대암

그 이상의 싸움, 극단적 자본체제 넘어서기

이렇듯 "우리 안에 이명박이 있음"을 상기시킨 김 발행인은 이어서 그 '이명박'의 생명줄인 "신자유주의 자본화" 자체를 꼬집는다.

그가 보기에 "이명박과 이명박의 패거리로 대변되는 정치적 실체는 바로 극단적인 자본의 체제"이다. 이 체제는 "자본과 지배계급을 위한 세상, 극소수 부자의 이익을 위해 돌아가는 세상, 이미 노동자의 58%가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이고 끊임없이 양극화하고 비인간화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 극단적인 자본의 체제는 이명박이 발명하거나 시작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명박과 싸우는 건 단지 이명박이라는 개인이나 그 패거리에게 앙갚음"하는 것이 될 수는 없다. 그 이상의 싸움이 필요하다는, 김 발행인의 말을 들어보자.

"이명박이 우리가 어렵게 얻은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무시하는 이유가 뭘까? 이명박은 사람들 괴롭히는 것이 목적이냐? 아니다. 이명박은 절차적 민주주의 무시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자본의 편에 확실히 서려다 보니 이를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반이명박 연대의 목적은 절차적 민주주의 회복이 아니라 자본 체제와의 싸움이어야 한다."

결국 이명박과의 싸움은 극단적 자본 체제와의 싸움이고, 몰아내야 할 '내 안의 이명박'은 내 안의 극단적 자본 체제의 가치관인 것이다. 극단적 자본체제의 문제에 대한 "중요성 자체가 자꾸 은폐된다면", 그를 넘어설 수 없다면 "우리 사회는 계속해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발행인의 분석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 다르게 살아가기, 다르게 행복하기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 그는 우리에게 자기성찰과 용기를 제안한다.

"우리는 이미 출구가 어디인지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출구까지 가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그래도 지금보다는 조금 나은 곳으로라도 가자는 사람들을 따라 몰려가는 것이지요. 그런 우리에겐, 우리 아이들에겐 공멸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놓아버린 정신을 추슬러서 함께 출구를 향해 간다면 우리는 이 사악한 세상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명박과 그 패거리, 그리고 극단적 자본 체제에서 벗어날 출구를 우린 이미 알고 있음에도 그 길이 비현실적이란 이유로 또는 "그래도 현실이 어쩔 수 없으니..."라는 이유로 우리는 출구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김 발행인의 생각이다. 현실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은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지금 현실이 아니니까. 그래서 현실을 벗어나는 길은 사실 비현실적인 것에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때, 그 길을 외면하지 않고 걸어가게 하는 힘은 바로 우리의 자기성찰과 용기에서 나온다.

"다들 돈귀신에 들려 있는데 돈귀신의 괴수 이명박이 왜 겁을 내겠나? 이명박은 내 앞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바로 내 안에 존재한다. '우리 안의 이명박'은 이명박과 싸우지 말자는 게 아니라 진짜 싸우자는 것입니다. 싸우는 시늉만 말고, 싸운다 착각 말고, 진짜 제대로 싸우자는 말이다. 그래서 이 캄캄한 현실을 뚫고 우리의 삶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희망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을 이명박과 다르게 키우기 시작할 때, 우리의 행복이 이명박이 말하는 행복과 달라질 때, 돈귀신 체제가 강요하는 온갖 부질없는 삶의 규율들에 순종하지 않을 때, 내 스스로 작은 이명박이라 성찰하고 다르게 살기 시작할 때 이 사악한 체제는 거짓말처럼 무너져 내리기 시작할 것이다."

이명박과 다른 '잘 살기', '행복하기'의 기준을 세우고 지금 그대로 살아가는 것. 이명박을 욕하긴 쉽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 발행인의 지적에 "우리 안의 이명박"이 마구 꿈틀거린다. 우리에겐 과연 진정으로 이명박을 넘어설 자기성찰과 용기의 힘이 있는가?

'내 안의 이명박'이냐, '내 밖의 이명박'이냐

한편 김 발행인의 발제 후 토론자로 나선 김종엽 교수는 "김규항씨의 말씀엔 별로 이견이 없음"을 전제로 하면서도 "자기비판의 과잉"을 지적하고 "우리 밖의 이명박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를 보면 "강한 품성, 윤리적 고집 가진 건 항상 소수"라며 "사람들이 가치관을 스스로 혁파하는, 다수가 도덕적으로 뛰어난 사람으로 변하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 제도적 가능성을 찾아서 현재의 기회구조로부터 더 확장된 기회구조를 만드는 정치적 투입과 조직화의 길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김 발행인이 지적한 "공적시민으로서의 삶과 사적 개인으로서의 삶의 분열"은 "자본주의 사회의 고유한 분열"이기에 "그렇게 비난 받아야 할 일이 아니다"라며 이 분열 속에서도 "성찰의 잠재성이 살아있음"을 강조했다.

"초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우리가 사적 삶 속에서 불안한 가족의 미래를 걱정하며 적응적으로 행동하는 나약함이 아니라 그런 나약한 우리가 여전히 공적 시민으로서의 태도를 가지고 성명서도 쓰고 토론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노력이 정치적으로 투입되고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면, 우리 사적 삶에서의 긴장 또한 덜어질 것이다."

김교수의 토론을 정리하면 "자학의 위험까지 내포한 자기비판의 엄격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웃과의 화해된 삶을 향한 지향을 위한 제도적 수로를 여는 것"이며 "'우리 안의 이명박'이란 문제설정보다는 '우리 밖의 이명박'이란 문제설정이 낫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발행인은 "사회제도가 사람을 결성하는 것, 사람들의 상태가 사회에 반영되는 것 사실은 둘 다 맞다"면서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 현재 상황에서 어느 쪽이 부족한가를 살피며 균형을 잡는 것"이라고 답했다. '내 안의 이명박'과 '내 밖의 이명박' 두 문제는 모두 중요하지만, 그가 보기에 지금의 우리는 "우리의 생각, 가치관보다는 사회제도에 대해서만 더 많이 편중되게 생각"하고 있기에 '안'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안'과 '밖'의 강조점은 달랐어도 결국 발제자나 토론자나 "세상이 변혁되려면 사회구조도 변혁되어야 하고 나도 변혁되어야 한다. 즉 내 밖의 적과도 싸워야 하고 내 안의 적과도 싸워야 한다 (김 발행인)"는 말엔 전적으로 의견을 같이 했다.


#김규항#김종엽#한겨레시민포럼#내 안의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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