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오는 28일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대의원대회를 개최한다. 대의원 간선이다보니 일반의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관전'하는 재미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양후보들의 홍보물과 인터뷰기사, 유세발언등을 종합하여 '포인트'를 잡아본다.
1. 닮은 것들 : 다독-달변의 웅변가
기호1번 김영훈-강승철, 기호2번 허영구-이정행은 모두 공공운수연앵과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소속이다. 후보를 사퇴한 임성규-신승철 조도 같은 소속이어서 등록 당시에는 공공운수연맹-기아자동차지부' 내부경쟁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두 후보는 모두 달변가이다. 허영구 후보는 민주노총 부위원장만 내리 5번을 하면서 각종매체에 많이 노출된 경우다. 각종 TV토론의 단골 출연자이기도 하다. 깅영훈 후보 역시 2002년 철도 민영화 논란이 가열될 때 MBC 100분토론에 출연하여 확실한 논거로 좌중을 압도했고 이듬해 젊은 나이로 철도노조 위원장에 당선된 경우이다.
두 후보는 또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한다. 김영훈 후보는 철도파업을 선언하는 날에도 책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고 하고(후보 홍보물), 허영구 후보 역시 틈나는 대로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1천쪽이 넘는 개인자료를 모아 책을 내겠다고(1월 20일 매일노동뉴스) 한다.
또 두 후보 모두 대단한 웅변가들이다. 간선에서 대의원들 앞에서 직접 하는 유세는 통상 10% 내외의 표쏠림현상이 있다고 한다. 특히 이번과 같이 박빙이 예상되는 선거에서는 누가 더 마지막 유세를 잘하느냐가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2. 통합후보논란, 선거가 제대로 되기는 할까?임성규 후보의 사퇴에 이은 부위원장 후보 4명의 사퇴로 선거무산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고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다시'가 주장되기도 했지만 선거보이코트가 먹힐 가능성은 높지 않다.
통상 임원선거가 경선으로 치러지는 대의원대회는 모든 진영이 총력을 다해 참석을 독려하기 때문에 참석율이 매우 높다. 물론 두 후보 모두 과반을 얻지 못할 경우 다득표자를 두고 찬반투표를 하고 이때 성원이 미달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워낙 민감한 시기여서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초반 뜨거운 쟁점이 되었던 '통합후보' 논란에 대해서는 양 후보의 태도가 조금 다르다. 허영구 후보는 '이 분(임성규 전 위원장)은 선거 끝난 이후에도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레디앙)며 다소 격하게 비판한다. 경선을 전제로 하는 민주주의 절차를 철저히 무시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영훈 후보는 '(통합후보를 추진한) 산별대표자들의 충정 못지 않은 충정으로 출마했다.'(1월 13일 민중의 소리)며 한발 비켜선 듯하다.
3.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정치방침 : 배타적 지지 철회 vs 진보정당 통합정책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정치방침으로 보인다. 김영훈 후보는 민주노총이 진보정당 통합과 '진보대연합이든 반MB전선이든'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민중의 소리)고 주장하는 반면, 허영구 후보는 지금 민주노총이 진행하고 있는 진보양당 통합운동을 중단하고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도 철회해야 한다(1월 20일 레디앙)고 한다.
허 후보는 진보정당 통합은 민주노총이 아닌 각 정당이 논의할 문제(매일노동뉴스)라고 선을 긋고 김 후보는 (6.2지방)선거는 중요한 정치적 공간이기 때문에 반격을 조직하기 위해서 적극 개입해야 한다(레디앙)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밖의 이러저러한 정치집단이 이번 민주노총 선거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4.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투쟁방향과 선거운동 방식두 후보는 민주노총 조직이 '패배주의에 빠져있'고 '투쟁을 통해 승리하는 민주노총을 만든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그 방법으로 허 후보는 '강한 민주노총을 만들면 국민도 민주노총을 지지할 것'이라며 내부결속을 강조하는 한편 김 후보는 '국민과 소통하고 신뢰를 회복할 때 민주노총의 권위가 바로설 것'이라고 하여 '안밖의 소통'을 강조한다.
김영훈 후보는 출사표에서 '간선을 직선처럼'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밝혔고 개인블로그를 통하여 매일 소회를 올리겠다고 했다. 실제로 김영훈 개인블로그
(
http://blog.daum.net/hoonrail)에는 매일 빠짐없이 글이 올라오고 다음 아고라에도 따로 글을 올리고 있다. '득표에는 아무 도움이 안되겠지만 조합원,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한다.
허영구후보는 공식 유세일정을 소화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움직을 찾기 어렵다. 연맹단위의 자유게시판과 민주노총 선거관리위원회(
http://2010elect.kctu.org)에 글이나 자료를 올리는 것으로 대신하는 듯하다.
이번에 당선되는 민주노총 6기 지도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임기를 같이 한다.
80만 민주노총 향후 3년을 이끌어갈 지도부를 누가 맡을지 4일 남았다.
덧붙이는 글 | 후보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부위원장 후보들에 대해서 따로 글 쓰지 못함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