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갈대 너머의 둑길을 한 쌍의 남녀가 다정하게 걸어간다. 갈대의 보송한 솜털이 곱다. 이어 자전거가 지나간다. 순천만 둑길은 순천에서 성장한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이다. 소설속의 안개와 바다, 하인숙의 노래가 있는 무진, 일상과 동떨어진 몽환적인 공간이 순천만이 아닐까.
순천만 둑길 표지석에는 '교량다리에서 대대나루터까지가 무진길이다'라고 쓰여 있다. 갈대숲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물길도, 갈대숲을 헤집어놓은 조붓한 길도 다 아름답게만 보인다. 갈대열차가 들어온다. 갈대열차에서 내리는 한 아주머니가 "나는 좋구만, 낭만이 있어 좋구만"이라며 만족한 얼굴로 좋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갈대열차는 무진교에서 맑은 물 관리센터까지 왕복 4.8km를 하루 7회 운행하며 요금은 1천원이다. 19일의 마지막 열차는 매진이었다. 일부 관광객들은 갈대열차를 타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순천만 십리 갈대밭에서는 조각배도, 철새도 사람도 다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순천만은 하천의 물 흐름이 일정하고 강 하구에 넓은 갯벌이 있어 넓은 갈대밭이 형성되었다. 호수 같이 잔잔하고 아름다운 바다 순천만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에 둘러싸여 있다. 주로 뻘 갯벌로 이루어져 갯벌에는 갯지렁이와 게가 많으며 맛조개, 꼬막, 낙지 등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다.
해마다 순천만을 찾는 철새들은 220여 종이 기록되어 있으며 그 중 25종이 세계적으로 희귀한 멸종위기 조류들이다. 겨울철이면 흑두루미와 노랑부리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민물도요, 큰고니 등 수천마리의 물새들이 이곳에서 월동을 한다.
들녘에서 수많은 철새 떼가 순간 날아오른다. 대대나루와 들녘의 하늘이 새까맣다. 해질 무렵이 되자 삼삼오오 날아드는 흑두루미도 간간이 보인다. 철새들이 수놓은 하늘은 정말 아름다운 진풍경이다.
용산전망대에 올라 순천만의 노을과 갈대군락을 안보고는 어디 가서 순천만을 보았다 말하지 말랬다. 허나 순천만은 아무 때나 찾아들어도 그 나름대로의 멋과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다. 꼭 용산전망대가 아니라도 좋다. 부분만 보아도 마음이 행복해지는 곳이 순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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