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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 상륙으로 통신시장이 스마트폰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아이폰과 함께 삼성의 '옴니아2'에 이어 최근 모토로라의 '모토로이'까지 가세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 접어들어 이동통신회사들이 앞 다퉈 스마트폰을 대거 내놓을 계획을 밝히면서, 휴대폰을 통해 음악을 제공하는 음원시장도 크게 변하고 있다. 무선인터넷 접속이 자유로운 스마트폰 특성 때문에 휴대폰을 통한 음악 다운로드와 바로듣기가 더욱 쉬워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신사 등이 그동안 불법음악 파일 유통을 막기 위해 만들었던 디지털저작권관리(DRM)도 사라지는 추세다.

저작권 보호장치 해제한 'NON DRM'이 휴대전화 '대세'

 KT·애플의 '아이폰'(왼쪽)과 경쟁 상품인 SKT·삼성전자의 'T옴니아2'
KT·애플의 '아이폰'(왼쪽)과 경쟁 상품인 SKT·삼성전자의 'T옴니아2' ⓒ 최경준

지난 2004년, LG전자가 최초의 MP3폰 'LP3000'을 출시하자 음악 저작권 진영은 즉시 반발하면서, 불법파일 유통을 막는 '보호장치'를 요구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DRM' 이었다. 이동통신사들은 독자적 DRM을 개발해서 멜론·도시락·뮤직온 등 음원서비스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SKT 이용자는 SKT의 음원서비스인 '멜론'에서 구입한 DRM 음원만 휴대전화에 넣어 들을 수 있었다. 만약 일반 MP3파일을 휴대전화에 넣으려면 '컨버팅(Converting)'이라는 변환 작업을 거쳐야만 가능했다. 사용자에게 불편한 작업을 요구하며 간접적으로 음악 저작권을 보호하려 한 것이다. DRM이 도입되면서 자연히 단말기 제조업체의 비용 부담도 늘어났지만 '저작권 보호'의 목소리가 하도 높을 때라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2010년, SKT·KT 등은 DRM이 걸린 파일을 쓰거나, 변환작업을 거치지 않아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휴대전화를 스마트폰뿐 아니라 일반폰(피처폰)의 영역까지 확대하고 있다. 또 '와이파이(Wi-Fi·무선 근거리통신)'까지 지원한다. SKT는 올해 출시 예정인 15종의 스마트폰을 포함해 일반폰까지 총 25종 이상의 단말기에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KT는 올해 출시하는 휴대전화 45종 중 50%를 와이파이가 탑재된 단말기로 내놓는다. LGT도 LG전자의 스마트폰 '레일라'를 다음 달 출시하고 스마트폰의 비중을 점점 늘려갈 계획이다.

이는 곧 MP3 파일을 휴대전화에 무선 다운로드 받아 바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저작권진영도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미루며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이미 스마트폰과 와이파이, 저작권 보호장치를 해제한 'NON DRM'이 '대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SKT '멜론'의 한 관계자는 "옛날 MP3폰 'LP 3000'이 처음 나왔을 때는 저작권자들에게 100억 원 정도의 손해배상을 했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2008년에 '음악저작물 사용료징수규정'이 개정되면서 음원권리자들과 의견을 조율한 끝에 "NON DRM 시장을 끌어안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DRM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스마트폰이 일반적으로 되면 어차피 개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야 기존 DRM 고객들이 있기 때문에 얼마간 사용량은 유지될 테지만 결국 음원시장도 NON DRM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음원시장 긴장시키는 모바일 무선인터넷

 국내 아이폰 개통 1호 사용자 이성진씨가 자신의 아이폰을 단말기와 옴니아1, 블랙베리, 햅틱아모레드, 터치다이아몬드 단말기를 비교해 보이고 있다.
국내 아이폰 개통 1호 사용자 이성진씨가 자신의 아이폰을 단말기와 옴니아1, 블랙베리, 햅틱아모레드, 터치다이아몬드 단말기를 비교해 보이고 있다. ⓒ 유성호

이와 함께 앞으로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 음원시장은 무선인터넷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KT의 음원서비스 '도시락'에서 일하는 최윤선 전략기획팀 과장은 "무선인터넷 음원 다운로드가 증가하면서 음원시장이 8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미 통신회사들은 올해 초 앞다퉈 와이파이망을 대폭 증설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또 음원 서비스업체들 역시 더 이상 PC와 휴대전화를 연결해서 음악을 전송할 필요가 없는 만큼 이들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객들을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미 대표적인 음원서비스업체인 '소리바다'와 '벅스'는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어플)'을 무료로 내놓았다. 물론 아이폰의 경우 아직 국내에서는 음원의 무선 다운로드를 지원하지 않는다. 아이폰으로 음악을 들으려면 반드시 PC와 연결하여 '아이튠즈'로 음원을 전송해야 했다.

하지만 이 '어플'을 사용하면 와이파이나 3G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다. 소리바다의 아이폰 어플리케이션은 일평균 5000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출시 이틀 만에 앱스토어 1위의 자리에 올랐다. 뒤이어 선보인 벅스의 어플도 소리바다와 경쟁하며 매출에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소리바다, 벅스의 아이폰 어플은 지금도 앱스토어의 무료 다운로드 부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다운로드' 가고 '스트리밍' 시대 올까?

이밖에 앞으로 음원시장이 지금과는 다르게 새로운 모습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음원의 개방 대세에 맞추어 현재 '소리바다'는 아예 DRM 걸린 음악을 제공하지 않는다. 웹과 모바일을 어떻게 연결시키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소홍섭 소리바다 개발팀 과장은 "웹에 한정적이었던 시장상황이 스마트폰 보급으로 커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앞으로 "웹과 스마트폰이 함께 유기적으로 움직여 많은 '어플'을 활용"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데이터 요금제가 개선되고 와이파이망도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다운로드'가 아닌 '스트리밍' 중심으로 음원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트리밍'이란 음원 파일을 휴대전화에 직접 다운로드받지 않고 웹과 스마트폰을 무선으로 연결해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다. 휴대전화 용량이란 한계가 있고 다운로드는 시간이 걸리는 탓에 그냥 듣고 싶은 음악을 그때그때 찾아 듣는 방식이 편리하다는 이유다.

강신윤 네오위즈벅스 포털사업팀 과장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이 "아직 무선 네크워크의 안정성, 이동성, 데이터요금 등의 문제로 한동안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개방된 와이파이 환경 덕분에 "무선으로 스트리밍 받는 형태의 패턴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벅스는 새로 특화 서비스를 개발하는 한편, 웹 서비스를 모바일 환경으로 전환시키는 작업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애플 역시 아이폰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 허진무 기자는 오마이뉴스 11기 인턴 기자입니다.



#아이폰#스마트폰#옴니아2#스트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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