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화재로 교회 전소 후 어르신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그분들을 위해 교회 재건보다 급식소를 먼저 마련하고 싶다."박선호(54·충남 아산 한민교회) 목사는 요즘 마음이 불편해 어찌할 줄을 모르며 지내고 있다. 하루하루가 고문을 당하며 사는 것과도 같다.
자신 때문은 아니지만 어르신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면 죄송함이 마음 속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한민)교회에 오는 것을 낙으로 삼으셨던 분들입니다. 어르신들에게는 쉼터이기도 했고, 집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런 화재에 갈길 잃은 어르신들지난해 12월 7일 오후 4시경 원인 모를 화재로 충남 아산시 용화동 574번지에 소재해 있던 한민교회가 전소돼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2시간여에 걸친 소방대원들의 필사적인 노력과 안타까움에 발발 동동 구르던 주민들의 염원에도 목조건물로 된 교회는 처참한 모습만 남긴 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한민교회는 생활이 어려운 지역 저소득층 가정의 어르신들이 쉼터로 삼고, 때로는 집으로 여기던 곳이다. 수년 동안 어르신들에게 급식봉사를 해왔으며, 외로운 어르신들에게는 친구가 돼 줬던 곳이다.
두 달여 가까이 되는 현재 어르신들은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급식소를 찾아다니며 끼니를 채우고 있다. 일부 어르신들은 다른 급식소를 찾지 않고 한민교회가 다시 재건되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수시로 박 목사에게 연락해 응원의 말을 건네고 있다.
교회가 거처였던 박 목사는 안식처가 없어진 뒤 여관방을 전전하다 지금은 지인의 도움으로 작은 숙소를 얻어 가족들과 임시로 지내고 있다.
'한민교회'는 '사랑의 급식소'
한민교회는 그동안 '사랑의 급식소'로 더 유명했다.
1993년 2월 한민교회를 설립하고 지내오던 박 목사가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급식 봉사활동에 전념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약 9년 후인 2002년 가을이었다. 지역봉사단체인 아산상록회와 만나면서부터다. 이후 아산상록회와 협력해 온양온천역 앞에서 매주 무료급식봉사를 해왔으며,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에는 교회에서 무료급식봉사를 실시해왔다.
이로부터 약 8년 동안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 가정의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급식봉사를 실천해오며 주위로부터 칭송을 들어왔다.
이뿐만 아니다. 매주 독거노인, 장애인 등 차상위계층 200여 명에게 생계비를 지원해왔으며, 문화교실과 250여 가정에 반찬 나눔 봉사, 매주 5회 병원·한의원 수송 무료치료지원, 이·미용 봉사, 결식아동돕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박 목사는 "한민족을 성결케하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는 명절에 집에서 식구들과 보낼 줄 알았던 어르신들이 교회가 더 편하다며 찾아오셨을 때라고 말한다. 그만큼 어르신들이 교회를 편하게 생각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어려웠던 일로는 봉사자들이 부족했을 때를 꼽았다. 보통 봉사를 위해서는 20∼30여 명의 인원이 필요한데 갑작스럽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4∼5명이 나와 힘들게 한 적이 더러 있었다고 토로했다.
"폐 끼친 주민들에게 정말 죄송"
박 목사는 정든 안식처를 잃은 어르신들과 함께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는 대상이 또 있다.
화재로 인해 불시에 피해를 입게 된 이웃주민들이 그들이다.
보상금액만도 4억2000여 만 원에 이른다. 그러나 박 목사가 보험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억 원 정도라 원만한 보상을 기대하기가 힘든 실정이기 때문이다.
박 목사는 "불의의 사고다.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지금은 당장 어렵다보니 그분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교회 형편이 나아지면 틀림없이 신세를 갚겠다"며 이웃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교회 재건보다 더 중요한 건 급식소 운영" 한편 박 목사는 교회 재건 시기를 묻는 질문에 "교회 재건보다는 어르신들을 위한 급식소 운영이 더 급하다"며 교회 재건을 요원함을 피력했다.
"갑작스런 화재가 어르신들을 떠돌이로 만든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는 박 목사는 "어르신들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빠른 시간 안에 급식소를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내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 보람을 느끼며 흐뭇했는데 지금은 그러질 못해 안타깝다"며 빠른 시일 안에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도 내비쳤다.
박 목사는 끝으로 제대로 된 상설급식소가 전무한 아산의 현실을 소개하며 "역 부근에 상설급식소가 생겨야 한다"는 대다수 지역 급식단체 관계자들의 바람을 전했다. 덧붙여 아산시가 나서줬으면 좋겠다는 속마음을 드러냈다.
또 어르신들을 위해 급식소가 빨리 마련될 수 있도록 독지가의 도움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