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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경찰서가 전교조 교사와 전공노 공무원들이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거나 후원금을 낸 혐의를 포착하였다며 69명을 소환통보했다.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하면서 전교조와 MB정부의 격한 대립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누가 이길까? 전교조 교사들의 정치활동 수사가 무엇이 문제인지 3회로 나누어서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MB 정부의 전교조 죽이기 사례를 분석해 보고, 한나라당 지지 교원단체의 정치활동 사례를 살펴보려고 한다. 두 번째는 이 사건에 대한 법적인 면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는 교원의 정치적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논란을 살펴보고자 한다 - 기자말

우리나라는 경찰의 수사권이 독립되어 있지 않고 검찰의 지휘를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영등포 경찰서의 정치자금 혐의 수사 역시 검찰과 무관할 수 없다. 최근 검찰의 기소에 대한 법원의 잇단 무죄 선고로 이전부터 제기되었던 검찰 개혁이 다시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물론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 정치계에서는 사법부 개혁을 주장한다.

사람들이 전혀 몰랐다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사건을 계기로 알게 된 말 중의 하나가 '별건 수사'라는 말이다. 애초 박연차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겨눠 시작된 검찰 수사는 박 회장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것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나중엔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로까지 번졌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까지 이어진 이 사건을 기억 못 하는 국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별건 수사란 "별개의 범죄 수사를 위해 이와 관계가 없는 다른 죄목으로 피의자를 수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수사기관이 한 범죄 혐의자에 대해 유력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체포 수사하지 못할 경우, 다른 혐의로 체포·구속한 뒤 본래 사건을 수사해 자백을 얻어내는 수사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임채진 총장 후임인 김준규 총장은 지난해 9월 취임 당시 표적수사 논란을 빚었던 별건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국민들 앞에서 했다. 검찰총장의 선언 이후 5개월여가 지난 지금, 과연 검찰총장의 약속은 지켜지고 있을까?

검찰 총장의 '신사다운 수사'가 별건 수사 확대인가?

 선관위에서 발행한 정치자금 기부 영수증. 현재 경찰이 가장 먼저 추적했다는 바로 그 자료이다. 정부에서 신문이나 방송 등을 통하여 광고도 하고 있고, 앞뒤 설명 어디에도 교사가 하면 안 된다는 설명이 없다.
선관위에서 발행한 정치자금 기부 영수증. 현재 경찰이 가장 먼저 추적했다는 바로 그 자료이다. 정부에서 신문이나 방송 등을 통하여 광고도 하고 있고, 앞뒤 설명 어디에도 교사가 하면 안 된다는 설명이 없다. ⓒ 김행수
별건 수사는 구속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수사를 위한 부당한 수단'으로 악용되어 헌법 제12조 2항과 3항을 위반한 것이라는 논란이 거세다. 우리나라의 경우 형사소송법상 별건 구속의 적법 여부에 대해서는 적법설과 위법설이 대립하고 있지만, 일본은 본건 수사를 위한 별건 수사는 위법하다는 판례가 이미 확립돼 있다. 확실한 것은 이 별건 수사가 합법과 불법 여부를 떠나 인권 침해이자 당당하지 못한 수사방법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전교조와 전공노에 대한 이번 정치자금 혐의 수사는 별건 수사라는 논란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교과부와 검찰이 유죄를 확신했다고 하는 시국선언 사건에 대해서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그 이유가 정치나 특정 정당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니 정당과의 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면 2심에서도 무죄가 나올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검찰이 선택한 것이 바로 이 정치자금 문제라는 것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장면은 불 보듯 뻔하다.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는 경찰은 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하여 전교조 간부와 전공노 간부들에게 출석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치자금 문제는 짜맞추기식 정치수사인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당사자들도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 힘들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찰은 2차, 3차에 걸쳐 소환장을 보내고 그래도 출석하지 않는다면 체포영장,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 이다. 가능성은 적지만 별건 수사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 구속 대신 불구속으로 수사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꼼수 수사라는 비난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수사 불간섭 약속도 번복

신임 검찰 총장이 약속한 또 다른 검찰 개혁은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 진실을 밝히는 정확한 수사' 등을 제시하면서 밝힌 "대검에서 일선 수사에 대해 일일이 지시하거나 일방적으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다.

그런데 이번 정치자금 수사 발표가 있고 하루 만인 26일 대검찰청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전교조와 전공노 소속 조합원의 정당 가입과 정치자금 납부 사건을 중대 공안 사건으로 규정하고 일선 경찰에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검에서 일선 수사에 대해서 일일이 간섭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곧바로 뒤집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당장 영등포 경찰서에서 수사하고 있는 이 사건에 출석을 통보한 69명의 대상자들은 서울 거주자가 아니라 경기, 부산, 광주, 강원을 가리지 않고 전국에 걸쳐 있고, 대검의 발표로 전국적 확대는 기정사실화된 것이다.

검경의 '피의사실 공표'와 '빨대 받아쓰기' 언론의 합작

경찰의 이번 정치자금 관련 수사와 언론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피의사실 공표이다. 우리 형법은 "제126조(피의사실공표)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여 피의 사실 공표를 엄하게 금지하고 있다. 혹시 범죄 사실 혐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법정에서 공판을 통하여 가릴 문제이지 인신 공격이나 여론 재판을 통해 밝힐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번 경찰의 정치자금 수사 발표와 언론의 무분별한 받아쓰기 보도는 명백하게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한다. 수사 결과 발표도 아니고 수사를 시작하면서 경찰이 기자회견을 통하여 혐의 사실을 공표하고, 기자회견에서 밝히지 않은 것까지 일부 언론이 경찰의 입을 빌려서 보도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체로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는 브리핑이라는 형식을 빌려 수사가 마무리되고 기소를 하는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는데 이번에는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발표를 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이나 검찰, 언론 사이에 통용되는 은어 중에 '빨대'라는 것이 있다.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수사와 상관없는 내용을 악의적으로 외부에 흘려서 피의자에게 망신을 주거나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 전 대통령 조사 때 나온 '권양숙씨가 수억원짜리 명품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식의 보도가 대표적이다. 당시 검찰은 '인격 살인'이라고 불리는 이 형편없는 빨대에 대해서 색출해서 엄벌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이번 전교조 정치자금 수사는 지금까지 검찰이 말로만 내세웠던 피의사실 공표 개선과 빨대 척결이 공수표였다는 점을 다시 확인해 주었다. 검찰과 경찰은 지금이라도 이번 정치자금 수사에 대한 빨대 행위를 중단하고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서 사죄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사건 증거들은 과연 정당하게 수집된 자료인가?

<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들은 경찰발로 정치자금의 조직적 모금과 정당 가입 활동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증거 중엔 아주 구체적인 것도 있다. 이 보도의 사실 유무와는 별도로 분명히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하며, 앞으로 그런 증거들이 합법적으로 수집된 것이냐, 즉 증거 능력이 있는 객관적 자료이냐가 논란이 될 것이다.

우리 형사송법은 "제308조의2(위법수집증거의 배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라고 하여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즉,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된 것이라면 범죄를 입증하는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표적인 판결이 2009년 3월 대법원에서 선고된 김태환 제주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대비한 지역별 책임자 후보 명단과 '지역별·직능별·특별관리 책임자 현황'을 보고받는 등 공무원들과 공모해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한 혐의로 김태환 지사를 기소했는데, 1,2심 법원에서는 도지사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때 증거로 내세운 자료들이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현재 전교조와 전공노의 정치 활동 관련 수사 관련 경찰 발표, 언론 보도 등의 경로를 통해 나온 이야기는 "당비 납부 계좌, 정당원 명부, 정당에서 보낸 E-메일, 당내 투표 확인" 등이다. 이들의 출처에 대해서는 시국선언 사건에서 압수수색한 자료와 E-메일, 심지어는 국정원까지 회자되고 있다.

먼저 시국선언 수사를 위하여 압수수색하여 입수한 자료를 이 사건의 수사 자료로 삼을 수 있느냐가 제일 먼저 논란이 될 것이다. 정당의 당원 명부도 입수한 경로와 신빙성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설립되어 국민의 선택으로 당선된 국회의원까지 있는 원내 정당 당원 명부를 검찰이나 경찰이 확보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민주노동당에 확인한 결과 검찰이나 경찰이 압수수색을 한 적도 없고, 당원 명부를 달라는 협조 요청을 한 적도 없어 공식적으로 민주노동당에서 검찰이나 경찰로 이 명부가 갔을 가능성은 없다. 당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당원 명부를 증거로 제출하기도 힘들고, 제출하더라도 증거로 인정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이메일로 왔다는 정당 관련 자료 역시 비슷한 성격이므로 같은 논란이 제기될 것이다. 시국선언 사건으로 압수수색한 메일을 다른 사건에 사용하는 것도 그렇고, 증거 능력에 있어서도 정당에서 보낸 메일 자체로 정치자금 후원이나 정당 가입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가 되지는 못한다. 실제로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또는 그 국회의원들도 홍보와 선전을 위하여 당원이 아닌 국민에게 자료나 소식 등을 메일로 보내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을 통해 입수했다는 확인할 수 없는 소문 역시 국정원의 민간 사찰이라는 의미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없을 뿐 아니라 제출하지도 못할 것이 뻔하다. 경찰이 언론을 통해 공개한 많은 증거들이 과연 합법적으로 수집한 것이냐, 증거 능력이 있는 것들이냐는 치열한 공방이 법정에서 오갈 것으로 보인다.

왜 전교조-민주노동당은 하고, 한나라당은 안 하나?

 교사 공무원의 정치자금 후원에 대한 선관위 답변. 정치자금법상 이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고 밝히고 있어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교사 공무원의 정치자금 후원에 대한 선관위 답변. 정치자금법상 이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고 밝히고 있어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 김행수

2009년 1월 서울남부 지법은 국회에서 연좌농성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 대해 공소권 남용이라며 공소를 기각했다. 공소를 기각한 이유는 민주당과 민노당 소속 의원, 당직자 150여 명이 국회 중앙홀에서 연좌농성을 함께 했음에도 민노당측만 기소한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경찰의 수사 단계이고 기소를 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 공소권 남용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지만 수사권 남용에 대해서도 똑같은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즉, 이미 언론 등에 공개된 것처럼 한나라당 성향의 교원단체들의 정치활동 혐의가 있었지만 한 번도 검찰이나 경찰이 제대로 수사에 나선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가입 혐의만 확인했고 이외의 다른 정당에 당비를 납부한 공무원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현직 교장들이 포함되어 있는 사학법인협의회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에게 돈을 갖다 주자는 비밀공문을 보내고, 교장단에서 당시 현직 한나라당 의원을 공천해 달라고 서명을 한 것, 그리고 한나라당 현직 의원이 이사로 있는 사립학교에서 수십 명씩 정치자금 후원을 하고 있는 것(자세한 내용은 기사 1편 참조)에서 알 수 있듯 교장과 사립학교 교사 등이 한나라당에 후원금을 내거나 당에 가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 지지모임이던 노사모에도 현직 교사들이 대거 가입되어 있는 상황을 보면 민주당에도 현직 교사들이 가입되어 있을 가능성은 많다. 그러나 현재 검찰과 경찰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대해서만 수사를 하고 다른 정당 가입 또는 후원 교사에 대해서는 수사계획이 없다고 한다. 공소권과 수사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이 참에 전교조와 전공노뿐 아니라 모든 교원과 공무원의 정당 가입이나 정치자금 후원 문제를 조사해 보고,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재검토해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경찰의 발표와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해 보면 애초 정치자금에서 시작한 수사가 정당 가입으로 옮겨가고 있는 양상이다. 그들의 발표와 보도가 사실인지도 법정에서 따져보아야 하겠지만 그들의 보도가 사실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여 법적인 면을 조금만 살펴보자.

10만원씩 정당으로 입금됐으니 불법?

경찰은 수만 원에서 수십 만 원이 정당으로 입금되었다고 하고 있고, 이를 계좌 추적을 통하여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과연 불법일까?

아마 입금 단위가 정확하게 1년에 10만 원씩이었을 것이 확실한데 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행하는 10만 원짜리 정치자금후원영수증을 통한 입금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10만 원 세액공제를 받는 정치후원금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이미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 적이 있고, TV 등을 통해서도 홍보하고 있다. 교육당국이나 국세청에서 학교에 이 정치후원금이 불법이라는 공문 또는 기타 지시를 보낸 적이 없다.

중앙선관위가 깨끗한 정치 문화를 만드는 초석이라고 하는 TV나 신문 광고 어디에도, 그리고 이 영수증의 앞 뒷면 어디에도 교사나 공무원은 할 수 없다는 안내가 없다. 일부 교사들이나 공무원이 이를 실제로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행정실에서나 국세청, 선관위에서 이를 문제 삼은 적이 없다. 이것을 교사나 공무원도 후원이 가능한 정치기탁금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아서 10만 원 세액 공제를 받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 계좌로 직접 입금된 수만원은 불법일까

경찰과 언론보도는 교사나 공무원의 계좌에서 직접 수만 원씩 정당으로 입금된 것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밝히고 있다. 과연 그럴까?

현행 정당법이나 정치자금법 상 교사와 공무원이 정당 가입이나 후원회 가입이 금지되어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당원이나 후원회원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후원금을 내는 것까지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법제처에서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57조를 인용하여 공무원의 정치자금 후원을 금지하는 조항으로 해석하는데 시행령으로 상위법에 없는 것을 규제하는 것에 대한 법적 논란이 있다.

일부 교사들이 소액의 금액을 정당에 보냈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를 곧바로 정당 가입이나 불법 정치자금 후원으로 연결하는 것은 법적으로 무리가 있어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유권해석을 통하여 "정치자금법상 공무원, 교원이 정당이나 후원회에 가입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개인적으로 후원하는 것까지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고 명백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관위나 학교에서 "정치자금법 상 교사나 공무원도 중앙선관위를 통하여 정치기탁금을 낼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정치후원금과 정치기탁금이 어떻게 다른지 알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행정자치부나 법무부는 유권해석을 통하여 이는 (정치자금법은 아니라 하더라도) 국가공무원법 제55조(정치운동의 금지)과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27조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정치자금 후원이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분명히 그럴 소지가 많이 있다.

그러나 교사나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낸 것을 불법으로 해석하여 국가공무원법 제55조를 적용하더라도 형사 처벌 사유가 아니라는 논란이 있다. 즉, 국가공무원법에서 형사 처벌 사유로 삼는 것은 제1항의 정당 가입 문제나 제2항의 선거와 연관된 기부금 모집 등의 행위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정치인의 선거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돈을 낸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기 때문에 정당 가입 여부가 형사 처벌 유무의 가장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이것을 언론이 보도하는 것처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는 없어 보인다.

정 하려거든, 모든 정당의 명부를 확인하라

이들이 정당의 당원이라면 현행 법으로는 명백히 처벌사유이다.(교사나 공무원의 정당가입이나 정치자금 후원을 금지하는 것이 옳으냐는 논란은 별론으로 다음 기사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임)  문제는 이들이 정말로 당원이냐는 것과 이를 어떻게 입증할 것이냐는 것이다. 어느 정당의 당원인지 아닌지 가장 확실하고 객관적인 자료는 정당의 당원 명부에 등록되어 있고, 실제로 당권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나머지 자료들은 참고자료가 될 수는 있지만 당원임을 입증하는 자료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당에서 당원으로 가입시킬 때 신분조회를 하는 것도 아니고 자격심사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정당에 가입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교사인지, 공무원인지는 알 수 없다. 전교조나 전공노 역시 그 회원 중 일부가 정말로 정당에 가입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를 조직적인 가입 후원으로 주장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

이 사람들이 당원인지 아닌지는 그 정당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수사 협조나 압수수색 등을 통하여 공식적인 당원명부를 확인하든지 하는 방법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도 검찰이나 경찰이 이를 입증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왜 이것이 민주노동당과 전교조, 전공노에만 해당되느냐는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는 정치적 수사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검찰과 경찰은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서 반드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비롯한 모든 정당의 명부를 확인하고, 모든 공무원과 교사들의 가입과 정치후원 여부를 확인해야만 할 것이다. 특히, 현재 여당이고, 가장 많은 당원을 가지고 있다는 한나라당과 교장단, 교총, 사학재단 등과의 관계를 명백하게 조사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MB 정부와 검경은 사적 감정과 공적 직무를 구분해야

검찰이나 경찰 입장에서 현재 제기되고 있는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활동 혐의는 분명히 따져 볼 일이다. 그러나 그 전에 위에 제기된 법적 쟁점부터 세세하게 따져볼 일이다. 그리고 가장 먼저 악의적인 피의사실공표와 빨대 받아쓰기 언론에 의한 마녀사냥은 중단해야 한다.

MB 정부 들어 전교조와 정부의 대립은 처음이 아니다. 정부 수립 이래 이전의 정부에서도 당시 정부와 입장을 달리하는 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합법적으로 설립된 단체에 대해서 이토록 집요하게 공세를 퍼부었던 것이 전교조 말고 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사람들은 하게 된다.

"아내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을 하고, 아내가 미우면 처갓집 말뚝을 발로 찬다"는 속담이 있다. 개인의 감정이야 이럴 수 있고, MB 정부에게 전교조가 미울 수는 있다. 그러나 국가공권력을 그런 사적 감정으로 행사해서는 안 된다. 국가 공권력이 합법적으로 설립된 단체에 대해서 교과부, 교육청,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모든 기관을 동원하여 전교조 탄압에 나서는 것은 왠지 석연찮아 보인다.

MB 정부와 검찰, 경찰이 전교조가 밉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적 감정을 공적 직무와 연결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교사의 정치활동에 대해서 교사가 개인적으로 정당을 지지하거나 정치인을 좋아할 수는 있지만 이것을 공적 업무인 수업이나 학생 지도와 연결시키는 것은 안 된다는 논리와 똑같다. 검찰과 경찰도 역시 국민에게서 위임된 수사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이렇게 행사해서는 안 된다. 공평무사, 투명공정이라는 공권력 행사의 원칙을 반드시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MB 정부, 검찰과 경찰, 언론에게 공자님이 했다는 '중오지 필찰언, 중호지 필찰언(衆惡之 必察焉, 衆好之 必察焉)'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뭇사람들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고, 뭇사람들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볼 것이다'라는 뜻이라는 것을 똑똑한 정부 관계자, 검찰, 경찰은 알 것이다. 정권과 보수 언론이 만들어 놓은 대중의 "반(反)노조 정서, 반(反)노조 정서, 반(反)정치 정서"를 종합하여 전교조에 대한 대대적 공세로 나서고 있는 이 상황이 결코 떳떳해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MB 정부, 검찰과 경찰, 보수언론들이 모두 함께 가슴에 새길 말이다.

* 다음에는 현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된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활동의 자유'에 대해서 세계다른 나라의 사례 등을 살펴보고 근본적 물음을 던져 보고 한번 같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전교조#정치활동#경찰#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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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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