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고려대 총장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신임 회장에 선출되면서 한국 대학의 등록금이 교육의 질에 비해 아주 싼 편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이 총장의 발언은 대다수 국민들이 느끼는 것과는 정반대의 발언으로 매우 자가당착적인 발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런지를 한미일 3국의 대표적인 사립대 세 곳의 등록금을 비교해서 따져보도록 합시다. 아래 예시하는 내용은 2007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나 현 시점에서도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미국 명문 사립대인 하버드 대학과 일본의 명문 사립대인 게이오대학, 그리고 한국의 연세대의 학생 1인당 실질등록금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하버드대학 |
- 학생수(학부+석박사) : 2만114명 - 계절학기 및 청강생 : 5664명 - 강의교수 2558명(전임교수 1984명 + 시간강사 574명) + 연구/보직교수 7605명 = 총 1만163명 - 2006년 총 수입 : 30억 달러 - 2006년 총수업료(입학금+등록금+실습비+기숙사비) 수입 : 6.3억 달러(총수입의 21%) - 기숙사비 차감 총수업료 : 5억 달러(장학금 지급액 1억 달러 차감한 수치) - 2006년 학생 1인당 실질수업료 : 3만1300달러(원화환산 2993만원)(=총수업료/학생수) - 기숙사비 차감 학생 1인당 실질수업료 : 2만5000달러(원화환산 2388만 원) - 계절학기 및 청강생 차감 학생 1인당 실질수업료 : 2만1000달러(원화환산 2000만 원)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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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게이오대학 |
- 학생수 : 5만672명(유치원+초중고 : 7412명, 대학 : 4만3260명(학부+석박사 : 3만2312명/방통대 : 9903명/외국인학교+어학연수 : 1045명)) - 전임교수 1750명 + 시간강사 317명 = 2067명 - 2006년 총수입 : 2558.6억엔 - 2006년 수업료(입학금+등록금+실습비+기타) 수입 : 441.4억엔(총수입의 17.3%) - 2006년 학생 1인당 실질수업료 : 87.2만엔(원화환산 716만원)(=총수업료/학생수)/102만엔(원화환산 837.4만원)(=총수업료/대학생 이상) - 참고로, 게이오는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 수업료와 대학의 수업료가 크게 차이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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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세대학교 |
- 학생수 : 3만5554명 - 전임교수 1739명 + 비전임 794명 +시간강사 1548명 = 4081명 - 2006년 총수입 : 5424억 원(2007년 7173.5억 원) - 2006년 총수업료 : 3105억 원(2007년 3436억 원)(총수입의 57.2%) - 2006년 학생 1인당 실질수업료 : 848만 원(2007년 966.4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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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본 것처럼 하버드대학이나 게이오대학 모두 명목등록금은 매우 높습니다만, 장학금이나 면제, 보조금 지급 등을 차감한 학생 1인당 실질수업료는 미국 하버드대학, 한국 연세대, 일본 게이오대학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미일 3국의 소득수준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연세대가 일본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교육의 질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연세대가 하버드대학보다도 훨씬 비싸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 그런지 한 번 구체적으로 따져보겠습니다. 일견 하버드대의 학생 1인당 실질등록금이 평균 2000만 원으로 연세대의 850만 원보다 높습니다. 그러나 이는 비용-수익(cost-benefit)의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 아닌 일방적인 양적 비용의 관점에서만 비교한 것에 불과합니다. 하버드대와 연세대의 동일 교수 1인당 서비스에 대한 학생부담 단가의 관점에서 비교해 보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지게 됩니다. 이를 간단히 설명해 보기로 합시다.
한국 연세대와 미국 하버드를 비교해 봤더니
하버드대학은 학생 2만 명에 교수가 1만 명이 넘습니다. 교수도 그냥 교수들이 아니라 4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낸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집단입니다. 더욱이 현역 교수들 가운데에도 노벨상 수상후보로 지목받고 있는 교수들도 많이 있습니다. 교수들의 학생들에 대한 서비스도 강의교수에서부터 연구교수, 심리상담교수, 각종 교육편의시설 행정보직교수 등 매우 다양합니다.
연구교수들이 직접 강의는 하지 않더라도 심도있는 연구를 통해 하버드의 학문적 성과를 더 높이 끌어 올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다양한 형태로 연구교수들의 연구프로젝트 과정에 참여하거나 연구성과를 간접적으로 배우거나 공유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하버드대라고 모든 것이 다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학생등록금에 대한 교수 서비스는 최상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비해, 연세대의 교수 서비스는 하버드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것은 누구나 부인하기 힘든 사실일 것입니다. 앞선 글에서, 연세대는 학생 3만5500명에 교수 4080명입니다. 그러나 연세대는 시간강사와 비전임교수 수가 전체 전임교수 1739명보다 훨씬 많은 2342명에 달하고 있으며, 전체 교수의 57.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시간강사와 비전임교수를 전임교수의 1/2로 간주하면, 전임교수 환산 교수 수는 2900명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하버드대도 시간강사가 있으나 그 숫자는 많지 않으며 그 수준 역시 연세대와는 비할 바가 못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비용 저효율의, 경쟁력 '0'인 한국대학
이제 하버드대와 연세대의 교수 서비스당 학생 등록금 단가를 비교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하버드대학의 학생 1인당 실질등록금이 연간 2000만 원이지만, 2000만 원에 대한 교수 서비스는 학생 2명에 교수 1명꼴입니다.
이에 비해, 연세대는 학생 1인당 실질등록금이 850만 원인데, 교수 서비스는 학생 9명에 교수 1명 꼴입니다. 양 대학 교수들의 평균적 수준 차이를 별도로 하고서라도 말입니다. 이 경우, 하버드대는 교수 1명의 서비스에 대한 학생 등록금 비용이 2명분인 4000만 원인데 비해, 연세대는 교수 1명의 서비스에 대한 학생 등록금 비용은 9명분 등록금인 7650만 원에 달하는 셈이 됩니다. 즉 교수 1인당 서비스에 대한 학생등록금 비용은 연세대가 하버드대의 1.9배에 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교수들의 평균 수준 차이까지를 포함하면 몇 배가 더 비싸다고 해야 할지 모를 지경입니다. 예컨대, 비교 불가능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가령 단순히 하버드대 교수 1명의 질적 수준이 연세대 교수 2명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면, 교수 1인당 서비스에 대한 학생등록금 비용은 연세대가 하버드대의 3.8배로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다시 여기에 1인당 국민소득대비 등록금 부담률의 상대적 차이를 감안하면 연세대가 하버드보다 7배 가량 비싸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교수의 질적 수준 차이와 국민소득 차이를 감안한 교수 1인당 서비스에 대한 학생등록금 비용을 생각하면, 한국의 대학은 한 마디로 고비용 저효율의 거의 경쟁력이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낮은 서비스에 비용만 대단히 비싼 그런 사업구조라는 것입니다.
열악한 한국 대학 교육서비스, 어떻게 끌어올리나문제는 이처럼 고비용 저효율의 경쟁력 없는 대학, 서비스에 비해 엄청나게 비싼 비용 구조를 어떻게 개혁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고비용에 맞게 서비스 질을 높여 효율을 높이도록 대학을 개혁하든지, 아니면 낮은 서비스 수준에 맞게 등록금을 낮추어 저비용으로 하든지, 또는 두 가지 모두를 동시에 추진하든지 하는 것입니다.
당장 하루 아침에 교수들의 평균 수준을 끌어 올리는 것은 솔직히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앞으로도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상당기간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열악한 교육서비스에 비해 지나치게 고비용인 구조를 개선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장기적으로는 교수들의 평균적인 질적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바로가기 (http://cafe.daum.net/kseriforum) 덧붙이는 글 |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