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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 등록금 인상 소식을 들은 노보람(국어국문과, 07)씨는 눈앞이 캄캄했다. 그는 '취업전투생' 4학년을 앞두고 있지만, 아르바이트와 근로장학생 일을 그만둘 수 없다. 언론에서 서울대와 고려대 등 타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생활을 세 글자로 말했다. '악순환'. 지방에서 올라와 학교를 다니게 된 그는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한다. 등록금과 더불어 생활비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그는 오늘도 과외를 하러 간다. 아르바이트와 근로장학생을 병행하며 공부하기는 쉽지 않다. '공부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말은 그에겐 변명 아닌 변명이다.

"연세대, 등록금 올려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지난 27일 연세대는 2010년 등록금을 2.5%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서울지역 대학 중 처음으로 등록금 인상안을 발표한 것이다. 서준한(예산팀 관계자)씨는 "치솟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사회적 압력과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최소한으로 등록금 인상률을 책정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에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하필 우리가 인상된 거죠?"라며 문정민(건축공학과, 10)씨가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올해 입학을 하는 새내기로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보다는 등록금 걱정을 앞세웠다.

"주변에 등록금 때문에 학교를 다닐지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는 한숨을 내쉰다. 학생식당에서 만난 육미영(법학과, 03)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등록금 인상 요인이 너무 불투명하다. 학교 다니면서 휴학을 몇 번 했는데, 복학할 때마다 등록금이 올라 있었다. 하지만 수업의 질이나 환경의 변화는 느끼지 못했다. 그냥 '눈에 보이는' 의자 몇 개 바꾸고, 소소한 실내시설들 정비하고. 우리가 낸 등록금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많은 학생들에게 등록금 인상에 대한 불만은 따로 있었다. 등록금을 내는 사람은 학생들이지만 정작 학생들은 등록금 내역을 상세히 알 수가 없다는 것. 그들은 당당히 요구해야 할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옥지혜(영어영문, 08)씨는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등록금의 단순한 지출이나 소비가 아니다, 구체적으로 등록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수봉(화학공학과, 08)씨는 "등록금 정보공개가 활발히 이뤄져야 학생들이 믿고 안심하며 등록금을 낼 수 있다"고 학교 측에 호소했다. 

장학제도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등록금이 인상되면 장학제도의 형편도 나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 옥지혜씨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혜택 받는 장학제도를 바꿔야 한다, 장학금을 소득과 개인의 지위를 고려하여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예슬(교육학과, 08)씨는 "학점이 4.3 만점에 4.1~4.2점 정도 되지 않으면 장학금은 꿈도 못 꾼다"며 "거둬들인 등록금으로 장학제도를 개선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유연한 장학제도를 원하고 있다.

총학생회, 등록금 인상 동의... "인상액을 학생 위해 사용한다는 전제였다"

 총학생회 현수막 '우리 학교 등록금도 얼어 붙어라!'
총학생회 현수막 '우리 학교 등록금도 얼어 붙어라!' ⓒ 정혜미

'우리 학교 등록금도 얼어붙어라!'

연세대 입구에 걸려 있는 연세대 총학생회의 현수막이다. 총학생회는 얼마 전까지 등록금 인상 반대를 고수했다. 하지만 지난 27일 2010학년도 연세대학교 등록금 책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그들은 등록금 인상을 수긍했다.

연세대 총학생회실에서 만난 이호연(집행위원장)씨는 "등록금이 인하돼야 한다는 우리의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인상된 등록금을 모두 학생들을 위해 사용한다는 전제 하에 등록금 책정에 동의한 것"이라며 "올해 가계곤란장학금 10억을 확충하였고, 등록금은 기숙사 확충이나 학교 시설 개선 등 학생들의 복지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타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에 대해 '눈 가리기식 대응'이라고 비난했다. 서울대, 고려대 등 전국 100여 개 대학이 등록금 동결안을 발표했고 한양대, 한국외대 등은 등록금 인상을 고려 중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타 대학의 등록금 동결은 정부의 요구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등록금 동결을 내세운다. 하지만 대학원 등록금이나 기성회비를 인상해 오히려 실질적인 교육비 부담을 주는 것이다."

이어 그는 "정부가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은 줄이면서 등록금 동결을 요청하는 것은 등록금에 대한 책임을 대학과 학생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등록금 측정 방식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등록금은 학교가 얼마나 필요한가보다는 학생들이 얼마나 교육을 받고 있는가에 의해 측정되어야 한다"며 등록금 측정 시 학생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구조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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