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십수 년 동안, 따뜻한 섬나라 거제도에 영하 7~8도를 넘나드는 겨울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지난 12월과 올 초는 매서운 추위가 연일 계속됐다. 삼한사온이라는 것도 없었다. 강추위 탓이었을까. 매년 1월초 꽃을 피웠던 꽃 매실은 거의 한 달이 지나서야 꽃을 피웠다. 29일,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마을. 폐교된 구조라초등학교 언덕배기에는 꽃 매실나무에서 매화가 하얀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춥고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는 꽃 매화는 포근하고 사랑스럽다. 만물이 추위에 힘겨워 하고 있을 때, 꽃을 피워 봄이 왔음을 제일 먼저 알려 주는 전령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으로 사군자에 이름을 올려놓기도 했다. 그래서 매화를 볼 때면 보석과도 같아 고귀함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를까.
이 매화나무는 꽃만 피우고 열매를 가지지 못한다고 한다. 불타는 사랑은 연기가 없고, 슬피우는 새가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치일까.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거제도 구조라에 있는 하얀색 매화. 유달리 추웠던 지난겨울, 누구보다도, 먼저 꽁꽁 언 마음을 녹이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고 싶은 사람들. 이번 주말, 쪽빛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핀 거제도 매화 향기를 맡으며 새 봄을 준비 해 보시기를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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