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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효사모 신년회 참석 가능하세요?'

몇주전 효소를 배우는 사람들 모임 카페에서 쪽지가 왔어요. 나는 효소에 대해 관심이 많은지라 꼭 가보고 싶은 모임이었습니다. 날짜와 시간이 잡혔더군요. 2010년 1월 30일(토) 15시에 서울 강남 전철 9호선 신논현역 근처에서 한다고 하였습니다. 날짜와 특근 근무 비교표를 보니 마침 특근이 31일(일) 오후 5시로 잡혀 있었습니다. 금요일까지 주간조 출근하고 토요일 쉬니까 효사모 모임 갔다가 토요일 밤 늦게 출발하더라도 일요일 낮까지 쉬었다가 특근 출근하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참석하겠다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금요일 밤 아내에게 아양을 떯어 간신히 왕복 차비를 얻었습니다. 아내는 효소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어서 서울 갔다오는 차비가 아깝다는 입장이거든요. 그래서 좀 꼬드겼죠. 토요일 아침 6시경 일어나 준비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제법 쌀쌀해서 옷을 두겹으로 입고 모자와 마스크, 장갑 등 중무장을 하고서 집을 나섰습니다. 서울 날씨가 어떨지 모르고 더 추울거 같아서요.

마을 앞에서 시내 버스타고 신복로타리까지 가서 내렸습니다. 다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1시 경이었습니다. 전철타고 신논현역으로 가서 모임 장소를 알아 두었습니다. 10년전 쓰던 작은 직사각형 전철표는 사라지고 신용카드같은 전철표로 바뀌었습니다. 간만에 서울 오니 뭔가가 많이 달라져 어리벙벙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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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장소 언저리에서 시간을 보내다 오후 2시 40분 쯤 되어 모임 장소로 갔습니다. 모임 장소가 횟집이었는데 밖에 인삼주, 과실주 등 수십가지를 진열해 둔 점이 특이했습니다. 안에 들어서니 모임을 주최한 카페지기님 등 여럿이 먼저 와서 모임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반갑게 인사 나누고 자리잡고 앉아 있자니 두엄두엄 계속해서 사람들이 모여 들었습니다. 나중엔 예상인원 30여명보다 두배나 많은 70여명이나 모였습니다.

다 모이고 보니 젊은이서부터 나이든 분들까지 다양한 계층이었고 부부도 몇 쌍 있었습니다. 찬조 물품이 있었는데 다 회원들이 농사 짓거나 효소를 담은 것이었습니다. 하나하나 정성스레 만든 것을 모인 회원들에게 선물로 주려고 그냥 내놓은 것들이었습니다. 참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인터넷 상에 있는 가상공간에서 존재하는 카페인데 진짜로 전국에서 효소 만들고 배우기를 즐겨 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입니다.

행사가 진행 되었습니다.

먼저 카페지기님의 인삿말이 있었습니다. 효소에 관심이 이렇게 많은 줄 미처 몰랐다고 합니다. 또 회원이 많이 증가하여 즐겁기도 하고 책임감도 느낀다고 했습니다. 카페 제목이 '자연산 야초 발효효소를 배우는 사람들(효사모)'인 것처럼 우리는 효소에 대해 배우고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나누는 그런 아름다운 카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카페지기님의 인사말이 끝나고 효소 만들기 시연회가 있었습니다. 생울금과 백련초를 가지고 효소를 즉석에서 담가 보았습니다. 회원 두 분을 나오게 해서 각 재료를 그릇에 담고 설탕을 부어 버무렸습니다. 그리고 작은 병에 담아 시범을 보인 두 회원께 선물로 드렸습니다. 두 회원은 기뻐하며 금방 담은 효소를 안고 자리에 가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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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미, 살구, 오미자, 칡, 곰보배추...효소 종류가 이렇게 많아?

효소 시연회가 끝나자 각자 회원이 집에서 담근 효소를 가져와 맛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러 회원이 여러 효소를 가져 왔으므로 여러가지 효소에 대해 맛볼수 있었습니다. 수세미 효소, 살구효소, 오미자, 칡, 곰보배추, 개복숭아, 오디, 쑥 등 참으로 다양한 효소들을 회원들이 모두 돌아가며 작은 종이 컵으로 조금씩 따라서 맛을 보았습니다. 어떤 분은 상당히 고수였지만 대다수 초보 회원들이라 신기한 듯이 맛을 보았습니다. 저도 이 효소 저 효소 맛을 보았습니다. 효소마다 독특한 맛과 향이 느껴졌습니다. 발효액 원액을 먹기도 하고 물에 타서 먹기도 했습니다. 여러 잔 돌고 돌다보니 나중엔 취기가 돌았습니다. 발효액이라 그런가 술취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빙' 도는 듯이 어지럽기도 했습니다.

회원중엔 심마니 하시는 분도 계시고, 약초꾼도 계셨습니다. 한 심마니 회원은 귀한 산삼주를 가져와 나누기도 하고 또 한 회원은 여러가지 자연 숙성된 와인도 가져와 나누기고 했습니다. 제주 사시는 이어도라는 회원 명을 가진 분은 자신이 지은 유기농 귤을 대여섯 박스나 비행기로 모임 시간에 맞춰 긴급 배달을 해오기도 했습니다.

시음회를 하면서 이야기 마당이 진행되었습니다. 각자 자신이 효소를 담가 오면서 알게 된 사연이나 효소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이야기도 하고 질문도 해서 정보 교류의 시간을 가진 것이었습니다.

"효소 담는 그릇은 뭘로 하면 좋을까요?"

초보 회원 한 분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사회자는 효소 그릇은 뭘 해야 좋을지 아는 분 나와서 얘기 좀 해달라 하니 효소에 조예가 깊은 다른 회원이 나와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 분 이야기에 따르면 우리의 항아리가 가장 좋은 효소 그릇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항아리는 구하기도 힘들고 비싸다 보니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그릇이 시중에 많이 판매되고 있는 담금주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면 무방할 것이라고 합니다. 유리 병도 있는데 그것은 추천하기에 좀 조심스럽다 했습니다. 효소가 팽창해 터질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전 카페 회원 중 한 분이 직접 그런 경험을 올려놓은 일이 있습니다. 둥근 유리병에 백련초 효소를 담그고 설탕이 잘 안녹아서 뉘여놓고 계속 굴렸는데 어느 순간 펑 하고 터지더랍니다. 다행히 다치진 않았으나 온 거실이 찐득한 설탕액으로 범벅이 되어서 그거 처리하느라고 애먹었다고 했습니다.

"설탕은 어떤 종류를 사용하는 게 좋을까요?"

또 한 분의 초보회원이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설탕에 대해 잘 아시는 회원이 설탕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설탕엔 흑색 설탕과 황색 설탕, 하얀색 설탕이 있는데 그 중 효소 담기엔 하얀색 설탕이 좋다고 했습니다. 흑색과 황색 설탕은 카라멜이라는 색소에 코팅 시킨 설탕이고 그 설탕으로 효소를 담그면 각 효소의 특징과 맛을 느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얀색 설탕은 다른 첨가물이 일체 들지 않은 순수 당분으로만 되어 있어 효소를 담그면 각 효소의 특징과 맛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효소를 담근 후 언제 먹는 게 가장 건강에 유익할까요?"

초보 회원의 질문에 고수 회원이 나와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보통 담근지 3개월후 건더기 건져내고 먹는데 그건 그냥 설탕물 먹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효소는 계속해서 숙성되고 정제된 설탕이 중화되어 마치 과일 속 당분처럼 변하는데는 3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따라서 3년 넘게 숙성시킨 효소라야 제대로 된 효소가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여러가지 정보 나눔이 끝나고 식사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두런두런 앞사람 옆사람과 효소 이야기 하느라 시끌시끌 했습니다. 나도 고수님들 이야기를 하나라도 더 들어 보려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면서 신경을 곤두 세웠습니다. 전국서 모인 효사모 회원들의 첫 만남이지만 참으로 정겨운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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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마무리 되면서 끝으로 회원이 두루 가지고 온 담근 효소와 와인 그리고 직접 재배한 유기농 농산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나의 선물을 놓고 번호 추첨을 통해 나누는 행사였습니다. 중간쯤 마침 나도 당첨되었습니다. 나는 울산까지 가야 하니 가벼운 것으로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다행히 바꿔 주더군요. 자연산 취나물 말린 거 한봉지 받아들고 소감 한마디 했습니다.

"우연히 효사모를 알게 되어 기쁩니다. 공해시대와 스트레스 많이 받는 시대에 효소는 건강에 매우 유익한 것 같습니다. 울산까지 다시 내려가야 하므로 저는 여기서 이만 물러 나겠습니다. 이 취나물은 집에 가서 잘 볶아 먹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회원들의 잘 가라는 박수를 받으며 그곳을 나와 다시 울산으로 향했습니다. 효소에 대한 정보교류와 나눔의 장이었던 효사모 첫 모임. 참 좋았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긴 여운이 남는 그런 모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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