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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권을 맴도는 날씨. 옷을 몇 겹 끼어 입어도 얼굴이 추위를 알아본다. 한 번 시작된 겨울 추위는 속살까지 파고들며 끝장을 볼 태세다. 그러나 이런 추위에도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6·2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예비 후보들이 그들이다.

 

정치 신인이기에 더욱 분주하다고 말하는 후보를 우연히 만났다. 따라가 보기로 작정. 처음엔 별로 반갑잖아 했지만 후보라서인지 냉정히 거절하지는 않았다. 고맙다고 인사. 그런데 오히려 감사하단다.

 

흔들리는 차속. 말소리를 높여야 이야기가 가능했다. 신태학 전 순천교육장과 동승이다. 교육장 퇴임식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강조했던 사람. 전남교육의 일류화를 위해 함께 하는 교육을 하자고 했던 모습이 선하다.

 

바쁘지 않느냐는 물음에 무척 바쁘다고 솔직히 답한다. 아직은 정치적 옷을 덜 입은 듯. 몇 마디 이야기가 오가자 전남교육감에 출마하게 된 속내를 살짝 비친다. 기회다 싶어 나의 현장 경험을 살려 '교육의 문제엔 정답이 없다'고 선수를 쳤다. 물론 동의할 줄 알고서.

 

예상은 빗나갔다. 자존심이 상할 만큼 단호하다.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교육 문제엔 모범답안을 가지고 있다고 반문한다. 단지 실천에 있어서 자신과 관련되기를 거부한다고.

 

궁금했다. 거창한 대답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실망스럽기도 했고 묘한 반감도 작용했다. 본인은 실천했는지 묻고 싶었다. 예의상 참기로 한다. 대신 공교육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묻기로 했다. 인정하기를 바라면서.

 

자신의 적성이나 능력을 일류로 만들 수 있는 교육이 더 우선되어야

 

- 교육 문제는 국민 모두가 전문가인 것이 우리의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교육 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정답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글쎄요.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이란 특정한 이론이나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가 교육이 아닐까요. 지금 우리나라 교육 문제의 핵심은 솔직히 대학입시가 되어 버렸습니다. 대학입시가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초등교육, 심지어 유치원 교육까지 영향을 받는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입니다. 물론 대학입시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적성이나 능력을 일류로 만들 수 있는 일류교육이 더 우선되어야 합니다."

 

- 참 추상적입니다. 입시위주의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일류가 되려는 것이 곧 입시교육이 아닌지요. 아니라면 교육에 대한 또 다른 대안은 있으신지?

"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초등학교에서도 근무를 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교육장까지 했으니 참으로 운이 좋은 사람이지요. 비록 저 자신이 가르치는 선생님이었지만 저는 학생들에게서 더 배웁니다. 저는 그들을 보면서 일류교육을 주장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교육현실에서 아동들을 해방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를 고민하다 일류가 되자고 했습니다. 산업사회에서는 학생들에게 모든 것을 알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에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낼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 한다는 입시 위주의 교육방식은 반드시 바뀌어야 일류가 될 수 있습니다."

 

모든 학생 일등으로 만들 수는 없어도 일류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는 있습니다

 

- 일류와 일등의 차이점이 있습니까? 어차피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무한한 경쟁이 주가 되는 것은 일등과 마찬가지 아닌지요.

"일류는 일등과 다릅니다. 일등은 어디에서나 상대적이고 경쟁입니다. 협동보다는 개인의 능력이 주가 됩니다. 일등은 한 명이지만 일류는 모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등보다는 일류를 원합니다. 모든 학생들을 일등으로 만들 수는 없어도 모든 학생들을 일류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는 있습니다. 일등은 종적개념이지만 일류는 횡적개념입니다. 명문학교 만을 교육의 중심에 세워서는 안 됩니다. 모든 학생과 모든 학교가 성공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펴야 합니다. 또 이를 실천할 의지가 중요합니다."

 

- 혹시 이번에 전라남도 교육감에 출마하게 된 동기도 이와 관련이 있는지요. 현직에 계시는 많은 선생님들과 주변 지인들께서 전남교육의 비전변화를 위해 출마를 적극적으로 추천하셨다고 들었습니다만.

"능력은 부족하지만 항상 그분들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평범하지만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은퇴 후에 잠시나마 밖에서 전남교육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교육현장에서 바라본 현실과 밖에서 바라본 현실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비록 현장에서는 은퇴했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유치원을 함께 가는 할머니와도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또 영어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당연한 이야기가 되어야 하겠지만 공교육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을 만나 그분들의 하소연도 들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변화를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됩니다. 수동적이고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똑같은 교육이념만을 수년간 주창한다면 전남교육의 미래는 없습니다. 차세대의 훌륭한 리더를 길러내야 합니다."

 

신바람교육을 통하여 모두가 일류되는 전남교육을 실현해보고 싶어...

 

- 이것이 신 교육장님이 말씀하신 일류화를 향한 '신바람 교육이야기'인가요. 혹시 전남교육을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10여 년 전에 캐나다의 교육현장에서 '모두가 성공하는 학교 만들기(Everyone succeeds)', '모든 학생은 귀하다(Everyone matters)', '한 학생도 예외 없이(N0 exceptions)'를 교육비전으로 삼고 있는 것을 보고 '신바람교육'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신바람교육을 현장에서 적용하기 위해 연구했습니다. 신바람교육을 통하여 낙후되었다고 하는 전남교육을 모두가 일류되는 전남교육으로 바꾸어 보고 싶었습니다. 비전은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화목이지요. 도전은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떠한 조직이나 개인이든 비전 없이 창조할 수 없으며, 도전 없이 성취할 수 없습니다. 전남교육은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도전해야 합니다."

 

- 전남은 도서벽지가 많기도 하지만 농어촌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하여 폐교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동안 학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 생활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러한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면?

"심각합니다. 한 지역에서 학교가 없어진다는 것은 지역주민들의 중요한 문화공간이 없어진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지요. 그 모습이 사라진다는 것은 가슴 아프지만 그것이 또 시대의 변화라면 받아들여야 합니다. 전남은 폐교가 특히 많습니다. 아마 고흥 같은 경우에는 폐교가 무려 33개 정도가 될 것입니다. 문화공간이 사라졌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활용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단순히 임대해주거나 매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주민들이 활용하고자 한다면 적극적으로 개방하여 주민들 스스로 문화공간으로 확보하도록 지역 자치단체와 협의해야 합니다. 교육예산만 탓해서는 답이 없습니다.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등 방안을 강구하여 이를 통한 교육활동은 계속되어야 지역의 미래가 학교와 함께 합니다."

 

차가 밀리기 시작이다. 아쉽지만 차속에서 진행된 인터뷰의 끝을 말함이다. 다음에 다시 한 번 인터뷰를 요청했다. 허락이다. 힘든 일정 속에서도 인터뷰에 성실하게 임해준 신태학 전 교육장님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전남교육의 발전을 위해.


태그:#전남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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