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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슬이가 널뛰기를 하고 있다. 예슬이는 민속놀이 가운데 널뛰기를 가장 재미있어 한다.
예슬이가 널뛰기를 하고 있다. 예슬이는 민속놀이 가운데 널뛰기를 가장 재미있어 한다. ⓒ 이돈삼

영산호 하굿둑을 지난다. 오른편으로는 바다, 왼편은 호수다. 창밖으로 보이는 물살이 잔잔해 보인다. 날씨가 많이 풀렸다. 살을 에는 것 같던 바람결에도 어느새 훈풍이 섞였다. 저만치서 봄이 기지개를 켜는 것 같다. 전남농업박물관(전라남도 영암군 삼호읍 소재)이 눈에 들어온다.

"슬비야! 예슬아! 우리 박물관에 잠깐 들렀다 갈까?"
"왜요?"
"시간 여유도 있고... 또 그 사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요."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으로 향한다. 겉으로 보이는 풍경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겨울이어서 그런지 삭막하기까지 하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왼편에 큰 그네가 버티고 서 있다. 고전에서 춘향이가 타던 그 그네 같다. 예슬이가 그네로 달려가 잽싸게 올라탄다. 처음엔 타지 않을 것 같던 슬비도 어느새 그네판에 발을 올린다.

 예슬이가 그네를 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그네타기를 즐기던 예슬이는 지금도 그네 타는 걸 좋아한다.
예슬이가 그네를 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그네타기를 즐기던 예슬이는 지금도 그네 타는 걸 좋아한다. ⓒ 이돈삼

 전남농업박물관에서 만난 옛 생활유물. 박물관에서 갖기 쉬운 아이들의 긴장감을 금세 풀어준다.
전남농업박물관에서 만난 옛 생활유물. 박물관에서 갖기 쉬운 아이들의 긴장감을 금세 풀어준다. ⓒ 이돈삼

둘이서 사이좋게 타라는 의도였을까. 그네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다. 슬비와 예슬이가 그네를 굴려 앞뒤로 엇갈려 오간다. 한참 동안 그네를 타는가 싶더니 예슬이가 먼저 내려온다. 추워서 못 타겠다는 것이다. 손을 만져보니 차갑다. 얼음덩이 같다. 잠시 손을 녹이는가 싶던 예슬이가 또 어디론가 달려간다. 널뛰기가 있는 곳이다.

예슬이는 대뜸 널뛰기를 하자며 보챈다. 예슬이의 널뛰는 실력은 제법이다. 평소 겁이 많은 아이지만 널을 뛸 때만큼은 겁을 상실한다. 널판을 세게 굴려 높이 뛰어오른다. 예슬이의 뛰는 모습이 부러운지 슬비도 올라선다. 하지만 슬비의 뛰는 자세는 영 아니다. 놀이기구도 가리지 않고 타는 슬비지만 널뛰기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아이들이 즐겁게 뛰노는 걸 보고 있노라니 박물관에 들어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신통한 재주를 지니고 있다. 황량하던 박물관을 금세 재밌는 놀이터로 만들어 버린다. 전시관을 둘러보지 않았는데도 벌써 본전을 뽑은 것 같다. 그래도 오랜 만에 들어온 박물관인데 그냥 발걸음을 돌리기엔 왠지 서운하다.

전시관으로 향한다. 부담 없이 한 바퀴 돌아볼 요량이다. 전시관으로 가는 길에 초가집이 보인다. 지난해 가을걷이가 끝난 이후 새 이엉으로 엮었는지 지붕이 말끔하다. 초가 안에 디딜방아, 물레방아 같은 농사기구도 눈에 들어온다. 시간을 거슬러 옛날로 돌아간 것처럼 정겨운 풍경들이다. 돌장승과 솟대도 방문자를 반겨준다.

 전남농업박물관에선 옛 농경문화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쟁기질 모습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남농업박물관에선 옛 농경문화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쟁기질 모습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이돈삼

 슬비가 농업박물관 전시실에서 곡식 터는 도구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슬비가 농업박물관 전시실에서 곡식 터는 도구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 이돈삼

전시실은 옛 농경 풍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래 전 농사 도구와 유물이 전시돼 있다. 그림이나 모형은 아이들이 당시 농경생활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지게, 똥장군 같은 것은 박물관에서 아이들이 갖기 마련인 긴장감을 금세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어느새 슬비는 디카를 꺼내 그것들을 하나씩 렌즈에 담고 있다.

계절별 농사법과 농산제조 도구 등도 전시돼 있다. 가마니틀, 새끼틀, 멱서리에서는 옛 추억이 묻어난다. 도리깨, 홀태 등 곡식을 터는 기구에 아이들의 시선이 머문다. 낱알을 고르는 드림부채와 풍구도 책에서 본 것과 똑같다며 귀하게 여긴다.

조상들의 손때가 묻은 생활용품도 한참 동안 바라보며 정겨워 한다. 버선 코를 세우는데 쓰인 버선코잡이와 붓글씨를 쓰고 지우는데 썼던 붓판, 갓을 보관했던 갓집도 쉽게 보기 힘든 유물들이다.

 농한기를 이용한 가마니 짜기는 옛날 겨울의 일상이었다. 농업박물관 전시물이다.
농한기를 이용한 가마니 짜기는 옛날 겨울의 일상이었다. 농업박물관 전시물이다. ⓒ 이돈삼

 예슬이가 우물 모형 위에 올라가 재롱을 떨고 있다.
예슬이가 우물 모형 위에 올라가 재롱을 떨고 있다. ⓒ 이돈삼

전시관을 돌아보고 나오는데 발길을 이끄는 풍경이 하나 더 있다. 겨울에도 푸르름을 뽐내는 대숲 아래로 돌담이 펼쳐져 있다. 그 아래엔 장독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사각 모양의 우물도 장독대 옆에 보인다. 아이들은 어느새 달려 나가 우물을 들여다보고, 돌담길을 거닐어본다.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더니 둘이서 같이 셀카도 찍어댄다. 미니홈피에 올리면 좋겠다는 게 이유다.

아이들을 재촉해 박물관을 나온다. 당초 약속했던 시간이 다 됐다. 나오는 길에 보니 농경문화체험관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여기에선 가마니 짜기, 절구방아 찧기, 맷돌 돌리기, 다듬이질, 풀무질, 꼴망태 져보기 등 여러 가지 농경체험을 해볼 수 있다. 그러나 자투리시간을 내서 들어온 만큼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해마다 설날과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이곳 박물관에선 팽이치기, 제기차기, 굴렁쇠 굴리기 같은 민속놀이 마당이 마련된다. 달집 태우기, 쥐불놀이 같은 세시풍속놀이도 해볼 수 있다. 또 올해는 전국 연 날리기 대회도 열 예정이다. 그때 다시 찾기로 하고 서둘러 나오는데 아이들의 시선이 자꾸 뒤에 머문다.

 슬비와 예슬이가 돌담과 장독대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슬비와 예슬이가 돌담과 장독대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 이돈삼


#널뛰기#전남농업박물관#영암#농경생활#그네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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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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