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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는 지난 1월 7일 '2010년 일제고사 계획'(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을 발표했다. 시험 시기를 7월로 옮기고, 고등학교 시행 학년과 시험과목을 조정했다. 12월에 결과가 나와 보정교육 기간이 짧고 학기중 채점으로 생기는 학습결손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교과부는 초6과 중3 진단평가가 줄고 시험 시간이 줄어 학생 부담을 줄었다고 홍보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보도자료에는 빠졌는데 전국 학교에는 공문이 하나 더 와있다. 바로 3월에 보는 '교과학습 진단평가'와 12월에 보는 '전국연합학력평가'다. 공문을 본 순간 초등학교 3학년 시험이 생겨서 깜짝 놀랐다. 시험 부담이 줄기는커녕 대상 학년이 3학년까지 내려간 셈이다. 그래서 2010년 전국 일제고사 일정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올해 전국적인 일제고사 일정입니다
올해 전국적인 일제고사 일정입니다 ⓒ 신은희

1학년 내용 2번이나 시험 보는 불쌍한 고2

표를 보면, 고등학교의 경우 시험을 보는 학년이 1학년에서 2학년으로 변경되고 시험과목도 초등학생보다 적다. 일제고사 자체도 문제지만, 왜 초등학생은 시험을 이틀 보고 고등학생은 하루를 보는 것일까?

교과부는 고1이 중3과 붙어있고 학교마다 '선택교육과정'이 적용되는 2009개정교육과정 시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고1이 시험을 봐온 것은 전국 일제고사가 시행되기 전부터였고, 7차교육과정에서도 고등학교 2, 3학년은 선택교육과정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2009개정교육과정(미래형교육과정)또한 2011년 1학년부터 시행 예정이니 2년 뒤에나 걱정할 일이다. 설사 개정교육과정이 시행에 들어가도, 따져보면 실제로 변하는 것을 거의 없다.

게다가 올해 고2가 되는 학생들은 이미 지난해 10월에 1학년 과정으로 일제고사를 치렀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가서도 같은 내용을 또 보게 생겼으니 이것이야말로 일제고사의 저주가 아니고 무엇이랴. 교과부는 적어도 올해 고2학생은 제외하고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발표를 했어야 하는데 보도자료 어디를 봐도 그런 대목은 없었다.

부담 커지는 3학년 아이들... 거기다 일제고사까지?

교과학습 진단평가는 학급 담임들이 이전 학년도의 자료를 받아, 3월에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호흡하면서 파악하는 것을 방해하고 학생들에게 낙인을 찍는다는 비난이 높다. 결과도 2개월 뒤에나 나와 그야말로 무용지물에 다름 없고, 2008년부터 나온다던 영역별 보정자료는 아직도 안 나온 상태다.

그런데 갑자기 초등학교 3학년 평가가 생겼다. 2학년에서 갓 올라온 학생들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공문 어디를 봐도 누가, 어떤 근거로, 어떻게 할 것이란 설명이 전혀 나와 있지 않다. 대체 이걸 보겠다는 주체가 교과부인가? 시도교육감 협의회인가?

초등학교 3학년이면 이제 10살이 되는 아이들이다. 이때는 저학년에서 중학년으로 넘어오는 시기이며, 교과 수도 5개에서 9개로 늘어 거의 매일 5교시 수업을 해야 한다. 그만큼 부담이 매우 커진다. 올해부터는 영어가 2시간으로 늘어 더 걱정이다. 가뜩이나 3학년 올라가는 것을 겁먹는 아이들이 많은데 전국 일제고사를 봐서 학생들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또 초등학교 1, 2 학년 과정을 평가하겠다는 이야기는 그동안 어디에서도 들은 적이 없다. 지난해 1년간 미래형교육과정(2009개정교육과정) 토론회와 공청회가 열렸는데, 1, 2학년부터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서라도 기초학력을 강화하자는 이야기만 나왔다.

 2009년 12월 31일 일제고사로 해직된 교사들이 해임 취소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뒤 일제고사의 부당성을 알리고 서울시 교육청에 복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입니다.
2009년 12월 31일 일제고사로 해직된 교사들이 해임 취소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뒤 일제고사의 부당성을 알리고 서울시 교육청에 복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입니다. ⓒ 유영민

혹자는 이번에 새로 등장한 이 시험을 2008년까지 보던 '3학년 기초학력진단평가'와 혼동하기도 한다. 이 평가는 2002년 10월부터 보던 것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7차교육과정을 시행하면서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진단해 미달하는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표집평가 방식을 이용해 진행한 것이다. 하지만 2008년부터 평가방식이 전집평가로 변하면서 학생들이 거부하는 사례가 생기고, 4학년에도 진단평가가 있기 때문에 지난해부터는 통합해서 시행하고 있다.

시험 내용 또한 문제였다. 나도 2002년도에 3학년 담임을 하면서 첫시험을 보았는데, 담임이 파악할 수 있는 것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 최근까지도 마찬가지였다(관련기사:초등학교 3학년 일제고사 평가지를 진단한다). 2009년 2월이 돼서야 "읽기, 쓰기, 셈하기의 기초학력의 개념부터 모호하다", "2007개정교육과정 때문에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등 문제를 제대로 분석한 기초학력 평가공청회가 마련됐었는데, 어느새 시험 자체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기본 연구도 충분히 하지 않고 몇 년씩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또 더 어린 학생들을 누가, 무슨 권리로 실험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일까? 흔한 보도자료와 홍보 한 번 없이 3학년 시험을 보겠다고 나선 것은 대체 누구인가. 일제고사를 총괄하는 교과부가 당당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교과부의 뒷걸음질? 시도교육감의 횡포?

이번 일제고사 언론보도를 보면 전과 달라진 것이 많다. 전국 일제고사가 시작된 건 2008년도부터다. 교과부는 2008년 학교교육과정계획이 다 마련되고 봄방학이 시작됐을 때 갑자기 전국 단위 진단평가와 10월 일제고사 전수평가계획을 발표했다.

2009년에는 전국 점수 발표 뒤에 임실의 조작사건으로 망신을 당한 뒤 10월 평가만 교과부 주관이고, 3월 진단평가는 시도교육감 협의회 주관으로 한다고 책임을 미뤘다. 그래도 홍보는 교과부 몫이었다.

2010년에는? 교과부는 학업성취도 평가 보도자료만 냈다. 3월과 12월의 시도교육감 협의회 주관 평가는 보도자료에 안내조차 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2008년-2010년 교과부의 진단평가 보도경향 변화
■ 2008년 교과학습 진단평가 시행 계획
1. 목적
 초4~초6, 중2·3학년용 교과학습 진단평가 도구를 개발·보급함으로써 교과학습 성취수준 파악, 부진학생 선별 및 기초학력책임지도 추진 지원
 학생들의 성취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표준화된 평가도구를 개발·보급하여 학교 현장의 평가 방법 개선 선도

3. 기본방침
 초4~초6, 중2·3학년용 교과학습 진단도구 개발·보급 및 결과 분석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평가 시행·인쇄·채점 등은 시·도교육청에서 시행

■ 2009년 교과학습 진단평가 시행 계획(3·1  교과부 보도자료)
붙임 1. 교과학습 진단평가 개요
□ 평가 목적
○ 학년초에 학생들의 학력수준(출발점 행동)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에 맞는 학습지도를 위한 평가
□ '09년 세부시행 내용
○ 대상 및 과목 : 초4~중3학년, 국·수·영·사·과학
○ 시행방법 : 시·도교육청별 자체계획에 따라 자율 시행
○ 평가문항 개발 : 부산시교육청 (부산교대 출제)

■ 2010년
교과부가 전혀 언급하지 않음

일제고사는 시작부터 논란의 대상이었고, 지금은 법정에서도 법적 근거와 주체에 대해 다투고 있다. 특히 강원도에선 시·도교육감의 교과학습 진단평가 실시근거에 대한 법적 다툼을 하고 있고, 경기도에서는 학교 자율로 평가 할지 말지를 결정하여 교과부가 강행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2009년 12월 31일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체험학습을 안내했다는 이유로 6명의 해직교사들을 해임한 것은 징계권남용"이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임 공포로 밀어붙인 일제고사가 법조계에서도 발붙일 곳이 없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교과부가 겉으로는 발을 빼는 것처럼 보이는데, 시도교육감 협의회는 오히려 시험을 늘리는 횡포를 부리는 것일까?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교과부는 연초에 창의·인성교육을 전면 확대하겠다며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발표를 보며 전국의 많은 교사들은 속으로 코웃음을 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교과부와 시도교육감 협의회는 논란의 핵심인 일제고사를 당장 폐지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기사부터는 작년도 시험문제 분석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나온 일제고사 관련 보고서 내용를 토대로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분석해보겠습니다



#일제고사#진단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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