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1일 오후 2시 55분]
2일 오전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범야권의 후보 경쟁에 불이 붙었다.
김 최고위원과 '예선전'을 치를 야권후보로는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와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먼저 나선 상태다. 세 사람 중 가장 늦게 출마 선언을 했지만, 김 최고위원은 민주당내 주류와 수도권 386의 지지를 두루 확보하며 일찌감치 '대세론'을 펴왔다.
민주당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이날 출마 기자회견장에는 '대세론'을 웅변하듯 당권파와 수도권 지역 의원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박주선·장상·송영길·안희정 최고위원, 박지원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와 문희상·원혜영·강기정·최재성·백원우·서갑원·백재현·김재윤·김상희 등 전·현직 의원들이 앞 다퉈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월 이종걸 의원의 출마 선언에 함께 자리했던 천정배·강창일·이춘석 의원 등 비주류도 이날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사람들이 들어찬 것을 두고 "의원총회나 다름없다", "출정식 아니냐"며 고무된 분위기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이는 당내 유력주자인 김 최고위원이 출마선언을 통해 세를 과시한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비주류 의원들까지 나온 기자회견장에서는 또 '단합'이 유난히 강조됐다. 경기도지사 당내 경선이 '김진표-이종걸'을 대리로 내세운 '당권파-비당권파' 경쟁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 마지막에 "우리는 하나다, 똘똘 뭉치자"라는 구호가 울려 퍼진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통합과 연대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 일자리 119 도지사·교육 도지사 되겠다"
김 최고위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기도의 변화는 모두 손을 맞잡을 때만 가능하다"며 "통합과 연대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을 포함한 '야권후보단일화'만이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문수 도지사를 꺾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데 뜻을 같이한 셈이다.
김 최고위원은 "무너진 경기도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보다 더 큰 대의는 없고 망가진 도정을 심한하는 것보다 더 큰 명분은 없다"며 "참 나쁜 정권과 철부지 도정을 심판하기 위해 민주개혁세력이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행정과 정책의 달인'으로 자신을 선전하며 타 후보와 차별성을 부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당시 경제부총리·교육부총리를 역임하며 국정을 폭넓게 경험해 본 것이 대표적인 예였다.
김 최고위원은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지낸 저의 경험과 열정을 경기도에 바치겠다"며 "김진표가 앞장서 수도권 승리의 선봉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철부지 경기도정을 심판하겠다, 경기도의 '작은 이명박'을 심판하겠다"며 김 도지사에 대해 시퍼렇게 날을 세웠다.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을 빼닮은 '협량(狹量)의 리더십', 개인적 욕심만 앞세우고 대통령 눈치나 보는 줏대 없는 도정을 심판하겠다"며 "경기도의 청년실업률이 전국 16개 시·도 중에서 꼴찌에서 세 번째인데 삼성 LED 등 첨단 산업이 빠져나가는 것을 환영한다는 무책임한 도정을 바꿔야 한다"고 김 도지사를 맹렬히 비판했다.
또 '일자리 119 도지사'·'교육 도지사'로 자신을 김 도지사와 차별화하며 ▲ 첨단산업 클러스터 유치 ▲ 중소기업 유치 ▲ 무상급식 예산 지원 ▲ 혁신학교 지원 ▲ 국립경기대학 설립 등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한명숙 "지난 10년 동안 국정 최전선에 있던 김진표, 경기도지사에 적임"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김 최고위원은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어느 누구보다 국정의 최전선에서 여러 분야의 국정을 경험한 분"이라며 "김 최고위원이야말로 경기도의 일자리와 교육 문제 해결에 적임이라 생각한다"고 김 최고위원을 격려했다.
한 전 총리는 이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민생과 민주주의, 인권이 다 무너진다"며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수도권에서 기선을 잡아야 한다, 민주당 당원 동지들이 똘똘 뭉쳐 기적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문희상 국회부의장은 <논어> '안연' 편에 있는 공자와 제자 자공의 대화를 예로 들며 김 최고위원의 역량을 강조했다.
이 대화는 정치에서 우선 정책 순위를 논한 것이다. 공자는 "정치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자공의 질문에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무기를 충분하게 마련하고, 국민들이 위정자(爲政者)를 믿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셋 중 둘을 버린다면 무기와 식량 순으로 버려야 한다고 답했다.
문 부의장은 "현대 정치에서 국민이 위정자를 믿게 할 수 있는 정책은 교육 정책이고 그 다음에 식량을 풍족하게 하는 경제 정책"이라며 "교육과 경제의 전문가인 김 최고위원이야말로 공자의 말대로 할 수 있는 이"라고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