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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의 상장 계획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1월 2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보통주 액면가 1주당 5000원을 500원으로 액면분할하는 안건을 처리한 데 이어 다음날(1월 21일) 상장 예비심사를 한국거래소에 청구했다. 예비심사는 3월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가치평가 대상이 많아 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삼성생명의 상장은 5월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상장됐을 때 삼성생명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이건희 전 회장과 삼성 계열사들이 얼마의 상장차익을 얻게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건희, '삼성특검' 덕분에 삼성생명 최대주주로 등극

 

삼성은 지난 1963년 7월 동방생명을 인수한 뒤 1989년 삼성생명으로 회사이름을 바꾸었다. 삼성생명은 2004년 자산 90조 원, 2006년 자산 100조 원을 돌파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그리고 현재는 자산 124조 원에 이른다. 이는 삼성 총자산(318조 원, 2008년 기준)의 40%에 가까운 큰 규모다. 그래서 삼성생명을 '삼성의 자금줄'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국내 생명보험업계 시장점유율 27%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생명은 주식상장 배경과 관련 "2015년까지 글로벌 톱15 보험사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지난 2000년에 이어 다시 주식상장을 추진하는 중요 이유로 ▲삼성자동차 부채 탕감 ▲이건희 전 회장 지배력 강화 ▲3세 후계구도 확립 등을 내놓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전 회장이다. 원래는 삼성에버랜드였지만 이 전 회장이 지난 2008년 삼성특검을 계기로 자신의 차명주식 16.2%를 실명화하면서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 등극한 것.

 

이와 관련, 최근 <삼성을 생각한다>를 펴낸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은 "조준웅 특검은 삼성생명 차명지분을 모두 이건희의 몫으로 인정해 줬는데 이는 이건희에게 횡재나 다름없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삼성생명 상장에 따른 차익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다는 점이 한 이유다. 또 이건희가 명실상부한 삼성생명 최대주주가 됐다는 점도 빠뜨릴 수 없다. 이건희가 최대주주가 되지 못하면, 삼성에버랜드가 최대주주가 되는데, 이 경우에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7.21%를 처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순환출자구조로 돼 있는 삼성의 지배구조가 흔들린다. 그러나 조준웅 특검이 차명자산을 모두 이건희에게 돌려준 덕분에 이건희는 지금처럼 편법적인 지배구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건희 전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은 415만1918주로 전체 주식의 20.76%에 해당한다. 이 전 회장에 이은 2대 주주는 삼성에버랜드로 386만8800주(19.34%)를 보유하고 있다. 원래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율은 13.34%(266만 8800주)였지만 최근 SC제일은행에 신탁계약한 6%(120만주)의 지분을 신탁해지함으로써 지분율이 높아졌다. 3대주주는 271만4400주(13.57%)를 보유한 신세계다. 

 

특히 이 전 회장과 삼성에버랜드가 지난 1998년 전·현직 임원 31명이 가지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 34.35%를 헐값인 1주당 9000원에 사들였다. 이를 통해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와 삼성SDI→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도를 완성했다.

 

그밖에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 각각 93만6000주씩(4.68%), 삼성광주전자 13만1588주(0.66%), 삼성전기 12만638주(0.60%), 삼성정밀화학 9만4409주(0.47%), 삼성SDS 7만891주(0.35%), 제일기획 4만2556주(0.21%), 우리사주조합 55만5591주(2.78%)의 지분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건희·삼성계열사 등이 차지할 상장차익은 10조원 이상

 

최대주주인 이건희 전 회장과 '특수관계'에 있는 계열사 등의 지분을 합치면 무려 51.75%에 이른다. 3대 주주인 신세계가 지난 1997년 삼성에서 분리됐지만 회사의 모태가 삼성이었다는 점에서 삼성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지분만 65.32%다. 

 

그런 점에서 삼성생명이 상장했을 경우 상장차익의 상당부분이 이 전 회장과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주식상장 이후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30%를 제외한 21.75%만 판다고 해도 수조 원대의 상장차익을 남길 수 있다.  

 

현재 삼성생명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액면분할 전 1주당 15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에 비해 두 배 정도 오른 가격이다. 삼성생명 장외거래 주가는 지난해 12월 1주당 100만 원을 돌파한 이래 현재에도 대체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전 회장 등이 얻을 수 있는 상장차익은 얼마나 될까? 일단 액면분할 전 1주당 100만 원이라고 가정해보자.

 

먼저 최대주주인 이 전 회장의 주식가치는 4조1519억여 원이고, 상장차익은 4조1310억여 원에 이를 전망이다. 2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는 3조8688억 원의 주식가치에 약 3조8600억 원의 상장차익을 얻게 된다.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는 이 전 회장의 장남 이재용 현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이다.

 

다만 이 전 회장은 삼성자동차 부채 해결을 위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4조 원)를 삼성자동차 채권단에 출연한 상태다. 이는 삼상자동차 부채 5조 원을 거의 갚을 수 있는 수준이다. 삼성생명이 주식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의 하나로 '삼성자동차 부채 해결'이 거론되는 이유다.     

 

이 전 회장과 특수관계인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은 각각 9310억여 원씩, 삼성광주전자는 약 1310억 원, 삼성전기는 1200억여 원, 삼성정밀화학은 940억여 원, 삼성SDS는 705억여 원, 제일기획은 423억여 원의 상장차익을 얻을 전망이다. 

 

결국 이 전 회장과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이 총 10조3108억여 원의 상장차익을 가져가는 셈이다. "이건희 일가가 상장이익을 독식하기 위해 주식을 상장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증권전문가는 "삼성생명의 주식은 상장될 경우 현재 장외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격보다 높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전 회장 등이 얻을 상장차익 규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3000여 명 유배당 계약자들, 집단소송 제기 예정... "계약자 기여분 인정해야"

 

하지만 이 전 회장과 계열사들이 상장차익을 고스란히 가져가기 위해서는 '계약자 집단소송'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3000여 명에 이르는 삼성생명 유배당 보험상품 계약자들이 2월 중순까지 2조 원대의 '삼성생명 이익배당금 지급'을 위한 집단소송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보험소비자연맹의 지원을 받아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생보상장계약자공동대책위'(계약자 대책위)는 "삼성생명의 성장발전에 기여한 바가 거의 없는 이건희, 이재용 재벌 부자가 무늬만 주식회사 주주라는 것만으로 그동안 삼성생명의 성장발전과 이익형성에 기여한 유배당 계약자 몫을 가로채 혼자 독식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삼성생명은 유배당 상품을 판매할 때 이익이 발생하면 배당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익이 발생하면 90%를 계약자에게 배당해야 한다는 법적 배당 규정도 있다. 또한 과거 손해가 났을 때는 주주가 손실보전을 해야 하는데도 돈을 내지 않고 대부분 계약자 몫의 배당준비금으로 충당하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특히 1990년 자산재평가시 계약자 지분 중 계약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자본잉여금 878억 원은 당연히 계약자 몫이다. 삼성생명은 우리 계약자들이 낸 보험료로 수많은 땅과 건물을 사서 값이 올라갔다. 이것을 상장 전 자산가치를 재평가하여 발생하는 차액 중 계약자 몫을 배당금으로 돌려 달라는 소송을 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상장자문위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성장에 계약자들이 기여했음을 인정한 뒤 최소 30% 이상의 주식을 계약자에게 나눠 주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상장자문위는 이를 뒤집었다. 계약자의 기여도 인정하지 않았고, 심지에 계약자 몫인 내부유보금(878억 원)도 사회공헌기금으로 출연하도록 결정한 것이다.

 

이어 2007년 4월 증권선물거래소(현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35조 제1호 다목(3)을 개정하면서 '이익배분' 부분을 삭제했다. 삼성생명 주식상장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유배당 계약자 배분문제'를 해결해준 것.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위원장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정부가 생명보험사의 상장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보험계약자의 권익보호라는 원칙을 도외시하고 회사측 입장을 일방적으로 편들어주었다"며 "삼성생명이 상장과정에서 계약자의 기여분을 정당하게 계산해 이를 보상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측은 "법률적인 문제가 없기 때문에 상장은 성공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주식상장에 따른 이익을 고스란히 주주들에게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주식상장#이건희#삼성에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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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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