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겨울과 씨름 중인데 벌써 입춘(2월 4일)입니다.
어제도 매서운 추위에 카메라를 든 손을 연신 '호호'불어 녹여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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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었던 연못은 녹아 버드나무 가지를 머금고 붉은 잉어를 노닐게 합니다. |
ⓒ 이안수 | 관련사진보기 |
절기는 속일 수가 없나 봅니다.
한강 상류의 두텁던 한강의 얼음도 많이 얇아졌습니다.
썰매를 지치던 아이들도 썰매를 떠났습니다.
영하 20도의 매운 추위에 밤새 얼었던 얼음이 서해의 밀물에 의해 높아진 수위로 산산조각나기를 반복해서 마치 북극의 유빙을 연상하던 한강 하류의 성엣장들도 양과 크기가 반으로 줄었습니다.
졸졸 소리로만 밑으로 흐르는 물의 이동을 짐작할 수 있었던 개울물도 얼음사이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축제의 불꽃놀이처럼 흰 꽃을 터뜨릴 목련이 가장 애타게 봄을 기다리는 듯싶습니다.
4월에 입보다도 먼저 흰색 꽃을 피워야하는 목련의 꽃눈은 터질 듯 통통해져서 꽃눈을 덮은 잔털은 이미 봄인 양 양광에 화사합니다.
이 목련은 분명 칼날 바람에도, 차가운 눈을 덮고 있었던 때도 쉼 없이 봄을 피워낼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두터운 솜이불처럼 눈을 덮고 있던 산골마을도 잔설만 남았습니다.
길가의 나이 많은 벚나무도 몸을 두르고 있는 짚이 답답한 듯 느껴집니다.
여물을 쑨 무쇠 솥에 데운 물로 세수를 하는 것이 편하고
동네사람들과 나눌 고기를 삶는 큰 솥 아래의 숯불과 모닥불의 유혹을 완전히 뿌리칠 수는 없지만
이제 서서히 방앗간의 농기구도 살펴야할 때입니다.
여름날 매미소리로 요란하고, 마을사람들의 땀을 식혀주던 동구 밖의 정자나무는 여전히 적막하지만
동네의 노인들은 봄이 궁금해서 사랑채의 문을 열었고
봄을 마중하기 위해 마을 밖까지 나왔습니다.
봄이 문턱을 넘었다 한들, 장작불의 연기를 뿜어내던 따끈한 아랫목에서 토종 배추꼬랑이를 안주삼아 마신
잘 빚은 매화반개주梅花半開酒의 맛을 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술맛보다 진했던 좋은 사람들의 여운을 지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얼음이 씹히던 동치미와 백김치의 추억이
겨울의 껍질처럼 실루엣으로 남은 목련나무위의 까치집처럼 아련해질 것입니다.
입춘!
여전히 봄은 낯설지만 마을 앞 첩첩이 겹친 산들 틈에서 서슴거리는 봄을 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 과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 함께 포스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