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쿵'
쿵?
크고 무거운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실제 사람의 이름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쿵'은 1976년생으로 여수에 살고 있는 건강하고 잘 생긴 '곽'씨 성을 가진 미혼남성의 실제 이름이다. '곽쿵'이라는 이름이 주민등록상의 본명인 것이다.
한번쯤은 상대방의 이름을 듣고 난 후, '피식' 웃음을 터트리거나 재미있어 한 적이 있었으리라. 기자도 '학용'이라는 이름 때문에 학창시절 '학용품'이라는 별명을 늘 달고 살았다.
예로 든 곽씨의 경우, 1976년 인도에 여행을 다녀온 외삼촌이 조카의 탄생을 기뻐하며 당시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던 춤인 '쿵춤'에서 착안하여 '세상에서 가장 유명해지라'는 의미로 지어줬다고 전한다.
또 초등학교 교사인 여동생은 이름이 '방글'이어서 '쿵&방글' 남매는 여수에서는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인사에 속한다.
이름 때문에 웃고 울고...인터넷에 올라오는 특이한 이름을 일부 열거해 보자.
○창녀 강도○ ○귀녀 ○추양 ○유방 ○항문 ○낙태 ○윤락 ○시발 심청○ ○백원 ○만원 ○세균 ○병알 ○국봉 백원○ ○보영 ○수학 ○회원...이름의 당사자라면 기분이 조금 언짢을 수도 있겠지만, 보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웃음을 참지 못할 것이다.
반면 특이한 이름 덕에 덕을 본 경우도 있는데, 연기자 최불암씨가 여기에 속한다. 최불암씨는 20여 년 전부터 '최불암 시리즈'라는 유머로 인기를 톡톡히 실감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노원구에 있는 불암산의 명예 산주(山主)로 위촉되기도 했다. 그의 이름 불암(佛巖)이 산 이름과 한자까지 같아 덕을 본 셈이다.
한편 이름에 쓰인 특정 글자로 인해 남자를 여자로, 여자를 남자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재희 ○신영 ○해경 ○새옥 ○지수 ○회수....이름을 착각한 일화라면, 김응룡 삼성라이온스 사장을 빼놓을 수 없다. 감정의 여과없이 거침없이 말을 쏟아 '김응룡 어록'으로 유명한 김 사장의 일화는 아직도 인터넷상에서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05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소속팀 선수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던 자리.
기자들이 오승환 투수에게 "요즘도 팬 레터 많이 받느냐"고 묻자, 오 선수는 "요즘은 '싸이'나 이메일이 팬 레터를 대신한다"고 답변한 뒤 "아무래도 (홈페이지의) 조회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사장이 한 말.
"조회수가 누구야? 어떤 여자야?"MBC의 주말드라마인 '보석비빔밥' 임성한 작가의 센스는 기발함을 넘어 가히 절묘하다. 극중 등장인물을 보면 궁씨 가족만 보더라도 아버지인 궁상식(한진희)과 어머니 피혜자(한혜숙)를 시작으로 궁비취(고나은) 궁루비(소이현) 궁산호(이현진) 궁호박(이일민) 등 극중이름 선정에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사돈으로 나오는 결명자(김영옥)와 백조(정혜선)에 이어 서로마(박근형) 이태리(홍유진) 서영국(이태곤) 등의 등장인물은 이름으로만 치면 역대 최강을 자랑한다.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기억하기에는 아주 좋은 이름들이다.
한국 국적자 중 가장 긴 이름은?우리나라와는 달리, 외국의 경우에는 주저없이 특이한 이름을 쓰고 있다. 영화배우이자 가수인 니콜 리치는 지난해 9월에 낳은 둘째 아이에게 참새라는 뜻의 '스패로우'라는 이름을 붙였고, 또 영화배우인 귀네스 팰트로는 딸의 이름을 애플(사과)이라고 지은 후 "아주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이름이자 완벽한 이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역사 속의 사법부'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적자 중 가장 긴 이름을 가진 이는 '박 하늘별님구름햇님보다사랑스러우리'다.(총 17자) 이중국적자 중에는 '프라이인드로스테쭈젠댄마리소피아수인레나테엘리자벳피아루이제(30자)'가 가장 긴 이름으로 등록됐다. 또 통계에 따르면 2008년말 현재 개명 신청자는 14만6840명으로, 1999년 3만656건과 비교할 때 5배 가까이 늘었다. 허가율도 같은 기간 81.6%에서 87.9%로 6.3% 포인트 높아졌다. 2008년 개명통계에 의하면 개명시 가장 인기있는 이름은 '지원'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름과 더불어 자기만의 독특한 빛깔과 향기가 있다. 특이한 이름이라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특히 부모가 고민 끝에 지어준 이름을 바꿀 때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만약 자신이 조금 특이한 이름을 가졌다면 더 자신 있게 행동하며 다가서는 건 어떨까.
개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기존 이름으로 형성된 사회관계가 단절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부모가 자녀를 위해 일방적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오히려 학교생활에 더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름이 오르내릴 때는 아직도 쑥쓰러울 때가 많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날 더 기억해주는 거라 생각해요." (곽쿵)
곽씨의 의미있는 한마디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톡톡 튀는 특이한 내 이름 석 자를 보태어 지혜로운 삶이 되도록 노력하는 게 우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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