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우연하게도 한미양국에서 유사한 제목의 글이 실렸다. 한국에서 최대 독자층을 자랑하는 조선일보가 무상급식 공약선거 경쟁으로 국가부도사태를 경고하는 사설을 2월 4일자로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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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지는 다음날인 2월 5일자로 한 칼럼을 실었다.(
관련기사) 폴 크루그먼 교수가 재정위협 전술을 근거없는 정치선동이라고 맹공하고 나선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 교수로서는 매우 강한 어조로 국가재정적자 문제를 들고 나오는 정치선동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뉴욕 타임스는 다음날 이례적으로 장문의 사설을 게재했다. "재정적자에 대한 진실"이라는 제하의
사설은 A4용지 5장에 달한다. 일부 학자들은 부시정부 8년 동안의 미국 부채가 70년 이상 갚아야 할 정도로 엄청남 액수임을 경고했다. 부자 감세와 양대 전쟁 그리고 제2의 경제공황 위기로 국가를 몰고간 공화당 정치인이 건망증이 심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바마정권의 국가재정난을 선거이슈로 들고 나오는 것은 만부당하다는 것이다. 연이어 이틀 후에는 다시 공포의 정치라는 사설을 싣고 선거를 앞둔 공화당측의 국가안보를 악용한 선동선동술을 조목조목 짚어 질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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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해 오바마 정부가 가져온 미국 재정적자는 부시 집권 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미국은 금년 들어 실업율도 낮아지고 경기도 미약하게나마 회복세로 들어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 파탄을 들고 나와 정치 선동을 일삼는 것을 크루그만 교수는 개탄하고 있다. 높은 실업율과 취약한 성장기에 정부가 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다면 바로 정부지출을 삭감하는 것이고 그렇게 하면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몰고가는 길이라고 뉴욕 타임스도 경고하고 있다.
국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아픈 곳을 들추고 나와 선거에 이용하려는 것은 정치인들이 흔히 발동하는 나쁜 전술이다. 그러한 것을 막아야 하는 책임은 건전한 언론의 몫임은 재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한 시각에서 보면 한미 양국 주요 신문에 실린 사설 내용은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한국 중앙지는 국가부도 위협을 자진해서 들고 나왔고 미국 유력지는 정계에서 들고나오는 국가부도 위협을 경고하면서 선동정치로 막나가는 정치권을 질타하고 있다. 이처럼 극과 극을 달리는 것을 접하니 참으로 기가 막히는 노릇이다.
거듭 밝히고 싶은 것은 우리 나라 경제수준에서 무상급식은 지난 세기에 이미 실현했어야 할 최우선 과제중 과제였다. 점심값을 들고 오지 못하는 학생들의 안타까움을 보는 교사들의 저린 심정이나 학부모의 서러움이란 여기서 더 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 세대가 이미 그러한 고난을 겪어보았으면 그것으로 마감할 양심을 지녀야 하지 않는가? 현재 우리 나라 경제규모라면 점심은 물론 아침이나 저녁도 제공하여 학생들이 학교에만 오면 행복을 만끽하는 곳으로 되어야만 한다. 우리 후세들에게는 하루 빨리 헌법상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누리며 차별도 억압도 없는 환경으로 학교교육 현장을 변화시켜 주어야 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무상급식에 고교까지 의무 교육으로 공교육이 다시 살아난다면 연간 40조가 넘는 교육비를 묵묵히 부담하는 국민들 누구도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전세계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우리 시민들로부터 큰 환영을 이미 받고 있는 정책을 선거에 내세운다고 포퓰리즘으로 몰아가고 국가부도사태가 온다고 공포감을 조성한다는 것은 시대정신에 크게 어긋나는 어불성설이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바를 최우선으로 이행하는 것이 바로 정치나 행정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지지가 그렇게도 두렵다면 앞장서서 더더욱 좋은 대안을 내놓으면 되는 것이다. 대학등록금까지 전액 무료인 유럽 선진국가들을 따라갈 정책을 제시한다면 더욱 반갑고 대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부 몰지각한 주장과는 달리 무상급식 전면시행은 국가부도로 가는 것과는 정반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 확실하다. 당장 학부모들의 지출을 줄여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다면 소비활동이 그만큼 촉진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계의 소비가 촉진되면 경제는 활성화되고 세수가 늘게 되는 것은 상식이다. 그래서 무상급식은 현재의 경제 사정을 감안하면 매우 시의적절한 일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유기농 무상급식 시행은 동시에 수 많은 일자리를 창조하는 정책이다. 죽어가는 우리 농촌을 다시 살리는 정책이다. 국토를 원상으로 회복하는 가장 빠른 정도이다.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 미셀 오바마가 백악관 뒤뜰에 가꾼 야채밭이 얼마나 큰 영감을 불러 오고 있는가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농부도 농촌을 떠나간지 오래다. 그러나 지난한 해부터 이미 1천만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정원가꾸기를 다시 시작하였다고 한다. 미 전국에서 도시농촌, 협동농촌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매일처럼 잃어가던 농작물재배 면적이 다시 확장되어갈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재작년 문을 닫으려던 이곳 미시간의 종묘농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블루베리 묘목을 수출하는 하트만 농장이 그곳이다. 대규모의 온실 종묘장을 소유한 대니 하트만은 수십년만에 가장 바쁜 한해를 보냈다고 지난해를 회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기농 급식이 시행되면 돌아오는 농촌이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귀농으로 인하여 농산어촌이 다시 되살아 난다면 농산물 수입도 그만큼 줄여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청년실업자수의 급증으로 인한 실업대책으로도 환영받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상급식이 마치 교육재정내지는 국가 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와 급기야 국가부도로 이른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펴는 것은 정말 한없이 어리석은 일이다. 학생들에 대한 급식지원이 정치선동가들에 의해 좌우되는 일은 후세에 두고두고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무상급식은 경기도의 사려깊은 교육감 한사람만의 일로 그쳐서는 아니된다. 그것은 국가의 책무이고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다. 그것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일이다. 무상급식 공약은 국민에게 아첨하는 것도 국가부도로 가는 것도 아니다. 원희룡 의원 지적처럼 전시성 낭비행정 예산만 줄여도 가능한 일이다. 친서민 행보 백번 외치는 것보다 무상급식은 천배, 만배 효과가 큰 정책이다. 이를 극구 반대하는 세략들이 누구인지 우리 국민모두가 지켜보면서 경고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