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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기영 "대체 뭘 하라는 건지..."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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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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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8일 오후 6시 20분] "MBC 파이팅!" 외치며 회사 떠난 엄기영 방문진 이사회의 임원 선임 강행에 반발해 사퇴 의사를 밝힌 엄기영 MBC 사장이 "MBC 파이팅!"을 외치며 회사를 떠났다. 직원들에게는 "건강한 MBC를 지켜달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엄기영 사장은 8일 오후 4시 30분 경, 서울 여의도 MBC 사옥을 나서다가 1층 로비에서 이근행 언론노조 MBC 본부장 등 노조원 30여명과 마주쳤다. 이들은 신임 이사들의 출근 저지 등 '낙하산 임원 반대' 투쟁을 준비하고 있었고, 엄 사장은 '마지막 퇴근길'이었다.
엄 사장은 당초 각 사무실을 돌며 MBC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이를 생략한 채 몇몇 임원들과만 인사를 나누고 회사를 나서는 길이었다.
노조원들을 발견한 엄 사장은 밝은 표정으로 한 명 한 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엄 사장은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지만, 노조원들은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구는 등 숙연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몸 건강하십시요", "MBC는 우리가 잘 지키겠습니다" 등의 격려가 쏟아졌다.
노조원들과 악수를 나눈 엄 사장은 "MBC는 선배들의 위대한 전통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최고의 공영방송으로 남을 것"이라며 "지금 위기는 닥쳤지만 이 위기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MBC를 지키고 살리는데 힘과 지혜를 내달라"며 "다 같이 MBC 파이팅을 외치자"고 제안했다. 그가 "MBC 파이팅!"이라고 외치자, 노조원들도 그를 따라 "MBC파이팅"을 외쳤다.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엄 사장을 향해 "조합원들이 MBC를 잘 지킬 것"이라고 화답했고, 엄 사장은 "건강한 MBC를 지켜달라"며 "MBC는 항상 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 사장은 향후 강원도지사 출마 등 거취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체 답변하지 않은 채,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탑승한 뒤, MBC를 떠났다.
[1신 대체 : 8일 낮 12시 10분]엄기영 MBC 사장이 결국 사퇴 의사를 밝혔다.
8일 오전 11시 5경, 엄기영 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임시이사회 회의 직후 밖으로 나와 "방문진의 존재 의미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체 뭘 하라는 건지..."라며 말 끝을 흐렸다.
엄 사장은 특히 "저는 문화방송 사장을 사퇴하겠다"며 "할 얘기는 많지만 오늘은 일단 여기서 접겠다"고 밝혔다. 기자들의 추가 질문이 이어졌지만, 엄 사장은 답변하지 않은 채 침울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예상대로 윤혁 부국장, 황희만 울산MBC 사장, 안광한 편성국장이 후임임원으로 선출됐다.
차기환 방문진 이사는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안광한, 황의만, 윤혁 등 3명을 전임자의 잔여 임기동안 보궐 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며 "보직은 문화방송 사장인 엄기영이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차 이사는 또 보궐 이사 선임과 함께 보직을 함께 발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지난번 김재영 이사를 선임할 때는 김우룡 이사장과 엄기영 사장 간에 합의가 됐기 때문이었지만, 이번에는 안광한 편성본부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 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우룡 이사장은 이사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엄기영 사장이 사퇴했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방금 전해들었다"며 "국민을 상대로 얘기한 것인데, 어떻게 주워담겠느냐"고 말해, 엄 사장의 사퇴를 기정사실화 했다.
김 이사장은 "엄기영 사장이 (후임임원 선출과 관련) 설명을 하고 나가면 이사회에서 결정해서 엄 사장에게 통보하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엄 사장의 사퇴 사실을) 몰랐다"며 "아마 이사회 회의 결과를 통보한 이후 엄 사장이 그렇게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특히 "엄기영 사장이 사퇴하면 오늘 임명된 이사들의 보직이 공석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며 "직무대행이나 주주총회에서 정하면 된다"고 태연한 입장을 보였다.
방문진의 임원 선임 강행에 대해 MBC노조는 "정부의 MBC 접수 의도가 명백히 드러났다. 곧바로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총파업 찬반 투표 실시 등 총파업 준비 작업에 돌입하겠다"면서 "낙하산 사장 저지와 오늘(8일) 강제 선임된 이사들 출근 저지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엄기영 사장은 허수아비로 전락할 것"
앞서 MBC 최대 주주인 방문진은 이날 오전 9시 2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14층에서 새로운 임원 선출을 위한 임시 이사회를 열었다. 김우룡 이사장을 비롯해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 6명과 최창영 방문진 사무처장, 엄기영 MBC 사장이 참석했다.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 3명은 이날 임원 선출에 반발해 불참했다.
당초 이사회는 이날 오전 7시 30분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회의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MBC노동조합원들과 마찰이 예상되자, 시간과 장소를 옮겨서 진행됐다.
MBC노조 측은 "군부독재 시절에도 없던 '직할통치'가 지금 MBC에 벌어지려 한다"며 "이사회에서 전례없이 엄기영 사장의 인사권을 무시한 채 임원 인사를 진행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은 "인사권 없는 엄기영 사장은 허수아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오늘의 보궐 임원 선임은 방문진의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진은 지난해 12월 보도본부장과 제작본부장 등 MBC 본부장 4명을 교체했다. 그러나 후임 본부장 인선을 둘러싸고 엄기영 사장과 김우룡 이사장이 대립하면서 수차례 인선이 무산돼 왔다.
김 이사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보도본부장에 황희만 울산문화방송 사장을, 제작본부장에 윤혁 부국장을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 부국장의 경우 현 경영진에 비판적인 공정방송노조 조합원으로, 김 이사장의 뜻대로 본부장 선임이 이뤄질 경우 MBC의 보수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MBC노조 측은 이날 이사회가 열릴 예정인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이를 막는 호텔 직원들과 20여 분간 몸싸움을 벌여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이근행 위원장은 간신히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 노조의 견해를 전했다.
이에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은 "이사 선임권은 방문진이 가지고 있다"며 "'뉴 MBC'를 위해서는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 임원으로 선임되어야 한다는 것이 방문진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이사장은 "아직 누구를 임원으로 임명할지 결정된 바가 없고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문진 이사들은 이근행 위원장과 기자들에게 "회의 결과는 미리 정해진 것이 없다"며 "지금 이렇게 회의를 막는 것은 불법"이라고 회의실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이근행 위원장은 "그럼 어제 왜 이사들이 따로 모였냐"며 "(현 경영진과 각을 세워온) 공정방송노조에 있던 윤혁 부국장과 황희만 울산MBC사장이 이미 내정된 것 아니냐"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엄기영 사장이 "방문진 이사회가 진행될 수 있게 협조해달라"고 말해, 이근행 위원장은 회의실에서 퇴장했다.
이근행 위원장은 회의장을 떠나면서 "이사회 결과는 어느 정도 뻔하다고 본다"며 "이사회에서 임원 인사를 결정할 경우 엄기영 사장은 사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노조위원장은 "MBC노조는 보궐임원의 출근을 막고 낙하산 사장을 저지하기 위한 조합원 총파업 투표 일정을 잡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