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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최근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낙태금지 논쟁과 마산시의 낙파라치 제도 도입 건의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WED/THURS - SBS - OB & GY 산부인과 (2010) by dramatomy.com
WED/THURS - SBS - OB & GY 산부인과 (2010) by dramatomy.com ⓒ SBS
최근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3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불법 낙태 시술 관련 산부인과 세 곳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였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생명 존중을 근거로 낙태근절 운동을 벌여 온 프로라이프 의사회 측이 병원을 제재하기 위한 법적 행동을 시작한 것 입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낙태에 관한 한 무법천지라 할 만한 우리 실태를 개선하고 생명 존중의 사회를 만들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지금부터라도 사법 당국이 책임을 통감하고 낙태 근절에 나서달라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보면, 전국 여성연대, 한국성폭력상담소, 언니네트워크 등의 여성단체들은 낙태에 대한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인식이 신중하지 못하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울러 '다함께 여성위원회'를 비롯한 9개 여성단체 관련자들은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반인권적 낙태고발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실제로 여성들은 "더 이상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 아이를 기를 만한 경제적 여건이 되지 못해서, 결혼제도 밖의 임신이 도덕적으로 지탄받고 비난 받아야 할 행동으로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낙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낙태시술 의사와 여성을 고발하는 것으로 낙태는 근절될 리 없다는 여성단체의 입장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튼 낙태금지 문제는 '생명존중'과 '여성의 선택권'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하는 문제임에 분명합니다. 특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하여 낙태를 근절하자고 하는 것은 난센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낙태를 막아 출산율을 높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더욱 어이없는 일이 저희 지역에서 벌어졌습니다. 지난주 마산시가 중앙정부에 불법낙태 강력단속, 낙태법령 강화 낙태단속전담기관설치, 불법낙태신고 포상금을 주는 '낙파라치' 제도도입 등을 건의하였다는 것 입니다.

낙태여성 처벌 강화·불법낙태 신고자에겐 포상금을?

마산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 출산국으로 2005년 통계 기준으로 연 35만건이 넘는 낙태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해 출생수는 44만명으로 낙태율이 78%에 이르고 1일 평균 1000건의 낙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마산시의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 제안에는 낙태 근절 대책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낙태금지가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에서 시작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낙태금지 = 출산율 증가'라는 단순 논리에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런 발상에서 낙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제안도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는 낙태 여성의 경우 현행 2년 이하 징역, 2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2000 만 원 이하 벌금으로, 낙태 의사의 경우 2년 이하 징역에서 5년 이하 징역과 면허 취소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는 것입니다.

사실 많은 국민들은 현행 법률이 낙태 여성에게 2년 이하의 징역,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낙태금지법이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낙파라치가 도대체  뭡니까? 낙태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감시하고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겠다는 것 아닙니까?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초등학교 무렵 이른바 냉전 시대에 지구상 어떤 곳에서는 다섯 집 마다 한 집씩 서로 감시하는 제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습니다. 지금 이 나라를 그 때 그 나라와 같은 감시공화국을 만들자는 것일까요?

생명의 존엄성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두고 중요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낙태 문제를 마치 쓰레기 불법투기나 불법과외와 같은 수준으로 만들어버린 마산시의 건의안은 제출은 지나치게 경솔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낙파라치 제도 도입을 건의한 마산시장과 관계 공무원들은 낙태 금지와 허용에 대하여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런 건의안을 제출한 것인지 마산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신중하지 못한 발상에 부끄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마산#낙파라치#피임#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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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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