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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시가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실내온도를 18도 이하로 내리자, 일부 공무원들이 춥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사천시청 내부
사천시가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실내온도를 18도 이하로 내리자, 일부 공무원들이 춥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사천시청 내부 ⓒ 허귀용

요즘 경남 사천시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쌀쌀해서 일하기가 힘드네요."

"공무원 생활 처음으로 내복을 입고 다닙니다."

"아침에는 추워서 두툼한 외투를 꼭 입습니다."

 

한 마디로 시청사 안이 춥다는 얘기다. 아마도 일반 시민들은 시청사가 춥다는 말에 의아해 할 것이다. 아니 믿지 않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올해 1월초 행안부는 전국 자치단체에 에너지절약 추진계획 지침을 내렸다. 이에 사천시가 지난 1월16일부터 청사 내부 온도를 18도 이하로 유지하는 등 강도 높은 에너지절약 시책을 추진하자, 공무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

 사천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청사내 불필요한 전등은 소등하고 있다.
사천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청사내 불필요한 전등은 소등하고 있다. ⓒ 허귀용

최근 사천시청사는 전국적으로 그 이름을 알렸다. 행안부와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전국 246개 자치단체 중 에너지사용량이 전국 29위,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량 전국 2위. 일부 언론의 지적처럼 사천시청사는 '돈 먹는 하마'라는 평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런 이유로 사천시는 감사원 특별감사까지 받게 되는 수모를 당하게 됐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사천시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대놓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할 수도 없는 처지다.

 

개인용 전열 기구를 사용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이것마저 금지시켰다. 그저 내복을 입거나 두툼한 외투를 걸치는 방법 외에는 참고 견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0일 사천시청사를 잠시 방문했는데, 예전보다 온도가 낮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15분쯤 지났을까, 손과 발이 시려왔다. 사실상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경우 볼멘소리를 낼 만도 했다.

 

시청사 관리를 담당하는 사천시 회계과 관계자는 "직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과천 정부종합청사를 방문했을 때는 우리보다 더 추웠다"는 말도 덧붙였다.

 

시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이번 겨울 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여름도 각오해야 할 듯하다. 여름철 실내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철에는 부채를 흔들며 더위를 식히는 공무원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사천시청사 외벽은 유리로 되어 있어 단열효과가 떨어진다.
사천시청사 외벽은 유리로 되어 있어 단열효과가 떨어진다. ⓒ 허귀용

이렇게 공무원들을 떨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은 시청사 건물 자체에 있다. 지난 2007년 4월 준공된 시청사는 시민들이나 직원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실내 냉난방과 설비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지능형빌딩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런 편리성 때문인지 에너지 사용량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또 건물 방향도 자연채광 효과가 적은 서향인데다 건물 벽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단열효과가 떨어진다.

 

결국 에너지 절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편리성과 외형에만 치중한 건물이 이제는 공무원들에게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 셈이다.

 

 사천시청사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서쪽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사천시청사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서쪽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 허귀용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뉴스사천#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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