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 오후 함안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안개의 마을 함안은 이 날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안개가 짙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분이 '오늘은 다행히 안개가 없네'라고 한다. '평소에 어떤 안개가 끼었기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라며 함안보 공사현장을 향했다.
비로 함안보 공사는 중단되었지만 사람들로 시끌벅적
이 날은 '식수를 위협하는 4대강사업 공사 중단'을 위한 기자회견과 함께 선상 캠페인이 있는 날이다. 함안보 공사현장에 도착했을 때 한 달 사이 확 바뀐 모습에 놀라고 말았다. 현장사무실도 들어서고 가물막이 공사도 거의 완성되어 갔다. 마침 비가 와서 그런지 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공사 현장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오늘 캠페인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들인 경찰, 수자원공사 직원들... 함안, 창녕 주민들과 낙동강 국민연대 회원들 그리고 기자들의 모습이었다.
낙동강의 아름다운 전경 곧 사라질지도...
오탁 방지막에서 함안보 공사장 반대편을 바라보니 아름다운 낙동강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고운 모래들과 내리는 비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낙동강 물은 절로 크게 숨을 내쉬게 만들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탄식이었고 자연이 만들어낸 절경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의 한숨이었다.
이러한 답답한 마음은 반대쪽에 괴물 같은 형상으로 서 있는 가물막이 구조물로 인해 더욱 커졌다. 1시 30분 경 저 멀리서 물살을 가르며 2척의 배가 왔다. 오늘 선상 캠페인을 위해 준비된 배였다.
기자회견을 통해 4대강 공사 중단 재촉구
2시 10분에 기자회견을 시작하였다. 함안, 창녕 대책위와 부산에서 온 낙동강국민연대, 4대강저지 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 회원 20여 명이 모여 대형 현수막을 펼쳤다. 기자회견문 낭독은 자흥 스님이 맡았다.
기자회견문은 달성보, 함안보 오염 퇴적토의 중금속 검출과 침수피해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공사를 중단하고 정밀조사 실시와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경찰 속삭임에 배들은 사라지고, 회원들 맨 몸으로 낙동강에 들어가다
이어 선상 캠페인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선상 캠페인은 깃발을 들고 함안보 주변을 돌고, 배와 배 사이에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선상 캠페인에 대한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2척의 배가 갑자기 시동을 걸더니 멀리 사라져 버렸다.
모두들 예상 못한 상황에 당황했다. 기자회견 전부터 경찰이 선주를 계속 부르더니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갑자기 선주들이 마음을 바꾼 것이다. 결국 준비했던 선상 캠페인은 진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갈 수 없었던 회원들은 대형 현수막을 들고 맨발로 낙동강에 들어갔다. 물에 들어간 7명의 회원들은 구호로 4대강 사업 저지를 외쳤다. 20여분 쯤 구호를 외치고 나온 회원들의 붉은 발은 낙동강 물이 얼마나 차가웠는지 짐작하게 해주었다.
이왕 젖은 발 함안보 공사 현장 앞에서도 4대강 저지 의지를 밝히자며 공사 중이라 수심이 깊을 수 있는 위험한 곳으로 들어가 대형 현수막을 펼쳐보였다. 비가 내리는 속에서도 의지를 굽히지 않는 회원들에게서는 절박함이 묻어 났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4대강 공사!
이처럼 주민들과 환경단체 그리고 전문가, 정치권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를 해도 이 사업은 주춤거림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세종시 문제를 야기시키고 복지 및 교육 등 예산까지 삭감하면서까지 진행하고 있는 정부의 좁은 시야에 많은 사람들이 분통을 터뜨린다.
오염 퇴적토가 발견되면서 4대강 저지 운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환경단체는 이 기세를 몰아 더 다양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4대강 사업을 재논의해야 할 시점임을 정부가 빨리 파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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