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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지나고 이제 슬슬 봄 시즌이 시작되면서 화장품 매장 향수 코너의 신제품들이 소비자들의 감각을 자극하고 있다. 마돈나가 애용하는 패션 브랜드 <디스퀘어드2>의 첫 향수 WOOD는 물론 <마크제이콥스> <다비도프> <제니퍼 로페즈> 등의 브랜드에서도 신상품을 출시해 눈길을 끈다.
 

지난달부터 향수 코너에 신상품들이 깔리기 시작했다는데 아직은 주로 여성고객들이 향수를 더 애용하는 추세다. 취재를 위해 돌아다닌 매장마다 작년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인기향수가 <랑방> 제품인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지만 신상품 거의가 여성용이 많다.

 

그럼에도 남자인 기자는 향수를 좋아한다. 중학생 시절 읽었던 쥐스킨트의 <향수>라는 소설 때문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향기라기 보단 코를 찌르는 온갖 불쾌한 냄새들로 가득한 시장골목에서 태어난 주인공을 통해 잠자던 후각영역이 깨어나는 기분을 느꼈다. 사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동물적인 감각이 발달한 것 같다. 동일한 장소라도 계절이나 시간마다 늘 다른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나만의 후각. 그리고 그 냄새는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하며 가슴 속 정서를 자극한다. 때문인지 나는 계절이 바뀌는 것 또한 언제나 냄새로 먼저 감지하고 있다.

 

고유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냄새와 마찬가지로 향수마다 각각의 이미지가 존재한다. 이미지를 형성한다는 것 때문에 향기 또한 디자인의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작년 봄 시즌 불가리의 여성향수 <옴니아>와 동명의 휴대폰을 만들어 제휴 마케팅을 벌이기도 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미지를 활용한 전략이었다.

 

그런데 향수가 가지는 이미지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정확한 것일까. '고귀'하고 '우아'하며 '섹시'하고 '파격'적인 등등의 수식어들이 뿌리는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것인가? 씻지도 않은 부스스한 몰골에 향수를 뿌린다고 호감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고결함의 상징이라는 향수를 뿌린 사람과의 대화가 상식적이거나 수준이하라면 얼마나 황당하겠나. 결국 향수란 나를 디자인하는 한 부분일 뿐이다. 비싼 가격의 명품향수를 뿌리고 카페에서 일행들과 소란스럽게 수다를 떨며 민폐를 끼치는 것처럼 천박한 것은 없다.

 

인간이 진화하면서 원시적 감각의 80% 정도는 상실하고 살아간다는 후각. 그런데 왜 향수는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을까. 일반 동네 화장품 가게에서도 향수는 매달 5~10% 정도의 고정 매출을 담당하고 있다. 패션의 거리 명동에는 한쪽 벽면 전체가 향수로 채워진 매장도 있을 정도다.

 

이 매장의 경우엔 끊임없이 밀려드는 손님들이 시향을 위해 뿌려대는 향수 냄새들이 범벅되어 머리가 아플 지경. 본인이 원하는 향을 찾기 위해 많은 제품들이 구비된 이런 대형매장을 찾을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은 바로 이러한 후각의 교란이다.

 

향수를 고르고 싶다면 후각이 예민해지는 늦은 오후에 고르라는 조언이 있다. 그러나 시향을 하는 손님들이 적은 시간대에 들러 고르는 것도 요령이다. 처음 향수를 사용한다면 그 자리에서 정하지 말고 며칠 시간적 여유를 두고 고르는 것이 좋다. 향수라는 것이 비싼 만큼 한번 구매하면 오래도록 쓰게 되기 때문. 이때 본인이 즐겨 입는 옷차림과 직업 등을 고려해도 좋고 앞으로 만들고 싶은 이미지를 고려해도 좋다. 향수를 뿌리고 나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달라지는 향을 크게 3가지로 구분하는데 일반적으로 중간 계열인 미들노트의 향이 가장 중요하다. 이 미들노트가 어떠한 향으로 이루어져 분위기를 형성하는지 고려해 구입해야 사용하면서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

 

간혹 가다가 향수를 처음 뿌렸을 때의 향만 너무 강할 뿐 시간이 별로 흐르지도 않았는데 시들해지는 제품들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품들을 립스틱 크기의 공병을 구입해 따로 휴대하고 다니며 약 3시간 마다 뿌려주면 된다. 그러나 기억할 것은 너무 강한 향수의 향기는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은근한 향취가 그 제품의 매력일 수도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고를 때엔 미들노트 보다 잔향인 베이스 노트가 무엇인지 고려해 보도록 하자. 또한 탑 노트의 강렬한 향이 거의 변함없이 장시간 유지되는 제품들도 있기 때문에 모두 다 공병을 사서 휴대할 필요는 없다.

 

향수가 출시될 때 가장 아쉬운 점은 유행처럼 모두가 그 제품에 우르르 몰려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의 개성과 차별화시켜주는 향수의 매력이 줄어든다. 모두가 선호하는 인기 제품을 찾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나만의 향수를 만들어 쓰는 것 또한 방법이다. 인터넷으로 직접 향수를 만들 수 있는 도구와 재료는 물론 기본교제까지도 모두 구할 수 있다. 직접 향수를 만들면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에게 선물하기에 좋고 더 재미도 있다.

 

어쩌면 향수라는 것 자체가 인공의 향이기 때문에 현대인이 가진 20%의 후각감지 능력으로도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속되어 출시되는 신상품들과 더불어 직접 향수를 만드는 조향까지, 인간의 잠자는 후각적 상상력이 개척될 가능성은 아직도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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