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궁금해지는 야심한 밤이면 문득 찹쌀떡 장수가 그리워진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찹쌀 떠~억!' 외치는 소리를 간간이 들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귀를 쫑긋 세워도 찹쌀떡장수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기억의 저편에서 '찹쌀 떠~억!' 하는 외침이 아련하게 꿈결처럼 들려올 뿐이다.
장모님은 찹쌀떡을 잘 만드셨다. 장모님이 손수 빚은 찹쌀떡을 한 번 먹어본 사람은 그 맛에 깜빡 간다. 평생 잊지 못하고 기억할 정도로 장모님이 만든 찹쌀떡 맛은 정말 유별났다. 처갓집은 가족들이 모이는 날이면 으레 찹쌀떡을 해먹곤 한다. 이번 설날에도 장모님표 찹쌀떡을 빚었다. 장모님이 병원에 입원해 계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 맛을 재현하려 모두들 애를 썼다.
팥소로 넣을 경단을 만들었다. 장모님표 찹쌀떡은 경단도 아주 특별하다. 일반 떡에는 팥을 삶아 그대로 사용하나 장모님표는 팥을 삶은 뒤 껍질을 다 벗겨내어 팥소로 사용할 경단을 만든다.
찹쌀은 물에 불려 방앗간에 가져가 빻은 뒤 찹쌀가루반죽을 만들었다. 찹쌀떡은 고물을 묻혀 시루에 쪄내기도 한다. 하지만 장모님표 찹쌀떡은 잘 치댄 찹쌀가루반죽에 단팥 소를 넣어 둥글게 만든다. 쫀득한 맛이 일품인 찹쌀떡은 하나만 먹어도 배가 든든해진다.
예전에 찹쌀떡은 찹쌀로 밥을 한 다음 절구통에 넣고 떡메로 쳐대며 반죽을 뒤척여야만 했다. 찹쌀밥이 골고루 쳐지면 손으로 찹쌀가루반죽을 떼 내어 콩가루를 묻혀 적당한 크기로 만들었다.
요즘은 방앗간에 찹쌀을 불려서 가져가면 쉽게 해결된다. 찹쌀가루반죽은 오래 치댈수록 쫀득해지기 때문에 방앗간에 가면 오래 쳐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방앗간에서 찹쌀가루반죽을 만들어와 적당한 크기로 떼어내 미리 만들어놓은 팥소 경단을 넣은 후 손으로 매만져 예쁘게 만들었다. 동그란 찹쌀떡에 녹말가루나 콩가루를 고루 묻혀 마무리한다.
일반적으로 찹쌀떡은 녹말가루로 마무리하나 콩가루에 굴려낸 것보다는 맛이 덜하다. 고소한 콩가루에 마무리해야 특별한 맛이 살아난다고.
"원래 녹말가루에 찰떡을 굴리는데 덜 맛있어. 콩가루에 굴려야 맛이 싹 달라져, 내 스타일이여~"
최근에는 모싯잎 송편으로 유명한 영광의 한 기업이 모싯잎 찹쌀떡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집에서 만들어먹는 찹쌀떡와플도 인기다. 붓으로 기름을 골고루 바른 와플 틀에 찹쌀가루반죽을 넣고 잘 익혀주면 찹쌀떡와플이 된다. 고소하고 쫀득한 맛에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겨울철 입이 궁금할 때 최고의 간식거리였던 추억의 찹쌀떡, 오랜만에 온가족이 함께 모여 찹쌀떡을 만들어보자. 옛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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