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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전교조나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이라면 노이로제 반응을 보이던 한나라당이 1월 27일 이후로 입을 닫았다. 세종시를 놓고 벌어진 내부의 분란은 외부에 적을 만들어서 타개하는 것이 싸움의 기본이라는데, 이를 위해 적어도 지금까지는 전교조와 민주노동당 만한 먹잇감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초창기에 원내대표와 대변인이 직접 나서 "국기를 뒤흔드는 중대 범죄", "정치 교사들은 교단을 떠나라"고 하던 호기는 완전히 사라지고 긴 침묵모드에 돌입했다. 드디어 안상수 원내대표가 설 연휴 직전에 한 마디 했다.

 

"공무원의 정치 활동을 허용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다. 이를 보장하겠다는 야4당의 공조는 행정부를 무력화시키고 공무원 사회를 정치 투쟁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망국적 발상이다."

 

긴 침묵 끝에 나온 말 치고는 너무 속 보이는 말이다. 공무원의 정치 활동을 허용하는 독일이 망했나, 미국 행정부가 무력화 되었나, 프랑스 공무원 사회가 정치투쟁의 장으로 변했나? 결국 선거를 앞두고 야4당 공조에 흠집 내겠다는 꼼수 외에는 다른 의미가 안 읽힌다.

 

지금 한나라당이 밝혀야 할 것은 강 건너 불구경 같은 관전평이 아니라 자신들과 관련된 것에 대한 입장이다. 2006년 유령 당원 의혹에 열린우리당이 경찰의 당사 수색에 협조하자 자기들이 먼저 나서서 "열린우리당사 수색은 한나라당 탄압을 위한 수순"이라고 지레 나서던 때가 오버랩 된다. 한나라당과 관련된 수없이 많은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 활동 혐의에 대한 이런 침묵은 스스로 혐의를 인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나라당, '교단 떠나라'던 호기 어디 가고, 침묵하나

 

 교총 산하 현직 교사단체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조직적으로 정치자금을 후원하자고 결의한 회의 자료. 과연 전교조에서 이런 문건이 나왔다면 검찰과 경찰, 한나라당은 뭐라고 했을까?
교총 산하 현직 교사단체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조직적으로 정치자금을 후원하자고 결의한 회의 자료. 과연 전교조에서 이런 문건이 나왔다면 검찰과 경찰, 한나라당은 뭐라고 했을까? ⓒ 김행수

한나라당은 공무원이 정당에 가입하는 것뿐 아니라 정치인이나 정당에 후원을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여러 차례 목소리를 높였다. 전교조 교사와 전공노 공무원의 정치활동 혐의가 발표되자 곧바로 1월 26일 대변인 논평을 내고, 다음 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안상수 원내대표 등의 발언을 통하여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 후원금을 불법이라고 우겼다.

 

1월 29일 MBC 뉴스 토론에 참석한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앵커가 "선관위를 통해서 후원금을 내는 것은 법으로 허용이 되어 있는 부분으로 알고 있는데요"라고 묻자, "선관위를 통해서 하는 것도 공무원이나 교원은 못 하게 되어 있습니다. 국가공무원법상 제65조가 그렇게 돼 있고요. 그것을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돼 있습니다"라고 교사와 공무원의 개인적인 정치후원, 선관위를 통한 정치자금 후원도 불법임을 명백히 했다.

 

맞다. 적어도 현재 법제처나 행정안전부, 교육부의 입장은 교사가 개인 자격으로 하는 정치후원도 불법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행안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정당 가입이나 정치 자금 후원이 한 건이라도 밝혀지면 전원 파면 해임이라고 했다. 그런데 검찰은 우습게도 교장이 한나라당 국회의원에게 준 정치자금은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 단 하루 만에, 아니 단 몇 시간 만에 입장을 선회하는 검찰의 순발력에 놀랄 뿐이다. 왜 그랬을까?

 

교장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교사들이 한나라당 국회의원에게 정치 자금을 후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밝혀진 것만 해도 2005년 교총 산하 유치원교원연합회가 임원회의와 대의원대회를 통하여 이군현 의원 등 한나라당 교육상임위 국회의원들에게 1억8천+α를 후원하기로 했는데 이는 현재까지 사례 중에서 가장 조직적인 것이다.

 

단체나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와 모금은 정치자금법 제31조(기부의 제한) 위반으로 제43조(정치자금부정수수죄)에 의하여 5년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죄이다.

 

지금 검찰이나 한나라당이 호들갑을 떨고 있는 정당 가입 문제가 최대 징역 1년 또는 벌금 300만원인 것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되는 중대범죄이다. 이전에 사학법인협의회가 또 다른 한나라당 의원에게 임원 20만원, 시도회 100만원씩의 후원금을 모아서 갖다 주자고 결의한 것역시 이것에 해당한다.

 

국정감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이 시기에 집중해 달라는 요구까지 한 것은 뇌물공여 등에도 해당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의원은 15명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외에도 경기도의 용인 J초등학교에서 교장이 교사들을 직접 교장실로 불러서 김모 한나라당 의원의 홍보물을 나누어 주며 정치 자금을 후원하도록 종용하여 36명의 교사 중 20명이나 이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보내게 한 것 역시 훨씬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

 

이외에도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교사들이 정치후원금을 갖다 주거나 정치 활동을 했다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교사나 공무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하게 하는 사례는 많다.

 

전교조 교사의 정치후원금 자체가 불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그 한나라당이 교총 산하단체 교사들과 사학법인연합회에 이어 교장들의 한나라당 후원 사실이 확인된 이 시점에 침묵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교장이, 사학법인이, 교사들이, 교원단체가 정치자금을 갖다준 것은 죄가 아닌지 한나라당은 입을 열어야 한다.

 

공무원의 정당 가입은 국기 뒤흔드는 불법이라더니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공무원, 교사탄압저지공동대책위원회 및 민생민주국민회의 주최로 열린 '공무원 및 전교조 공안 탄압 기자회견'에서 방대곤 전교조 초등정책국장이 경찰의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수사 확대 방침과 관련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공무원, 교사탄압저지공동대책위원회 및 민생민주국민회의 주최로 열린 '공무원 및 전교조 공안 탄압 기자회견'에서 방대곤 전교조 초등정책국장이 경찰의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수사 확대 방침과 관련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한나라당은 공무원의 정치자금 후원뿐 아니라 정당 가입 혐의에 대해서도 이를 확정된 사실로 단정하며 "교사의 정치 활동은 대한민국의 국기를 뒤흔드는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창기에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던 한나라당이 지금은 말이 없다.

 

2002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현직 교원들로 이루어진 부산유치원연합회라는 단체 명의로 한나라당 입당 원서가 첨부된 한나라당 입당 공문이 메일로 교사들에게 보내진 사건이 있었다. 교원단체 명의로 이 단체 소속의 교사가 이런 공문을 보낸 사건에 대해서 한나라당은 모른 체 한다. 당시 그 당사자들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고 한나라당 역시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었다.

 

이때뿐이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한창 당원 배가 운동을 벌이고 있던 2007년 7월 대구의 어느 동장은 통장회의를 소집하여 한나라당 가입 원서를 나누어주면서 당에 가입하도록 하는 등 명백한 불법 정치 활동을 했다. 동장은 현행법상 정치 활동이 금지되어 있으며, 동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한 정치활동은 더욱 엄하게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어떤 입장도 밝힌 바가 없다.

 

당원 가입이나 정치 활동이 금지되어 있는 교사나 공무원이 직위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에게 한나라당 입당 원서를 받으며 정치운동을 한 것에 대해서 아무 말이 없던 한나라당이 전교조 교사들의 정당 가입 혐의라는 경찰의 발표만으로 국기를 뒤흔드는 사건이라고 한다. 그때 한나라당 가입하자고 교사와 동장이 입당원서 들고 다닐 때는 안 흔들리던 국기가 왜 갑자기 흔들릴까? 혹시 여기서 말하는 국기(國基)를 국기(國旗=태극기太極旗)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 웃기는 것은 자신들이 저지른 것으로 명백히 확인된 더 큰 범죄에 대해서는 입장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단체 또는 법인이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이를 받는 것은 징역 5년, 벌금 1천만원에 처해질 수 있는 심각한 범죄이다. 이외에 교장이 직위를 이용해서, 단체가 회의를 통하여 정치자금을 후원하도록 하는 것도 훨씬 큰 범죄이다. 이들은 정당 가입이나 단순 후원금 납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중대 범죄'라고 우리 법이 규정하고 있다. 즉, 한나라당 자신과 관련된 정치 활동이 진짜 중대 범죄라는 것이다.

 

자신들과 관련된 중대 범죄에는 침묵하면서 확정되지도 않은, 이보다 훨씬 작은 혐의에 대해서 침소봉대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부끄러웠던지 한나라당은 입을 다물었다. 한나라당은 국기를 뒤흔드는 사건이라고 했던 말에 책임을 지고 자신들과 관련된 더 큰 범죄에 대해서 뭐라고 규정할지 입을 열어야 한다.

 

당원 명부는 '정당의 생명', 압수수색은 야당 탄압이라더니

 

2006년 유령 당원 사건 때문에 두 번에 걸쳐 한나라당 당사 압수수색이 거론된 적이 있다. 한번은 열린우리당의 자진 요청에 의해서 당사를 압수수색한 검찰이 한나라당의 당원 폭증에 의혹을 품고 한나라당의 당원 명부를 요구했다. 실제로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되지는 않았지만 당시 한나라당은 대변인과 원내대표, 사무총장을 가리지 않고 나서서 "당원 명부는 정당의 생명이니 절대로 내줄 수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두번째는 홍성 한나라당 군수 후보가 유령 당원을 모집하다 구속된 사건이다. 당시 당원 명부 확인을 위해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한나라당 본사를 찾았지만 한나라당의 반발로 결국 압수수색을 포기하고 돌아갔다. 이때에도 한나라당은 절대로 당원 명부를 내놓을 수 없다고 버텼다.

 

그러던 한나라당이 검찰이 민주노동당의 당원 명부와 투표 현황을 확인하겠다면서 수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이에 저항하는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자기 정당 명부는 생명이고 민주노동당 당원 명부는 도서관의 공동 휴지인 줄 아는 모양이다. 자기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정당 탄압인데 민주노동당에 대한 압수수색은 보물 찾기 놀이인 줄 아나 보다. 한나라당은 정당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가장 큰 범죄로 일컬어지는 대선 정치자금 비리 사건인 일명 '차떼기 사건' 때도 검찰이 한나라당 중앙 당사는 압수수색하지 않았다는 점을 벌써 잊어버렸 나보다.

 

한나라당의 침묵이 말해 주는 진실

 

초창기 의기양양하던 한나라당이 이상하리만치 이 사건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다. 왜일까?  한나라당은 스스로 당원이 100만이라고 한다. 만약 당원이 백만이라면 한달 수입이 1000억이고 1년 당비 수입만 1조가 넘어야 한다. 그러나 선관위 자료에 의하면 2008년 한나라당의 1년 당비 수입은 170억 정도이다.

 

그나마 액수가 많은 국회의원과 당직자 등이 내는 직책급 당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당비를 충실하게 내는 이른바 책임당원이 많지 않고 나머지는 종이당원 또는 유령당원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당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당원 명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처럼 진성당원제도 아니고, 민주노동당처럼 전 당원이 참가하는 온라인 투표 또는 모바일 투표를 자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에 정치자금을 냈던 교장과 교사들, 그리고 공천을 신청한 교사와 공무원의 정당 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한나라당의 정당 명부를 확인하는 길밖에 없어 보인다. 그럴 수 있을까?

 

참고로, 선관위가 발표한 각 정당의 2008년도 수입·지출 내역에 따르면, 민주노동당의 당비는 연 77억원으로 민주당 75억원보다 많고 당원이 10배 이상이라는 한나라당 170억의 절반 정도 된다. 자유선진당 9억원, 친박연대 7억원과는 비교가 안 된다. 선관위에서 실명을 공개하는 300만원 초과 기부는 한 푼도 없는데 한나라당 87억원, 민주당 29억원, 자유선진당 3억으로 보고되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민노당에게 당원의 당비가 그만큼 중요하다.

 

민주노동당에게 당원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으므로 당원에게 탈퇴의 압력이 될 수 있는 것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인 것이 명백해 보인다. 이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 다른 정당도 그렇겠지만 심적으로 느끼는 부담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클 것이라는 점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래서 당원 명부, 투표 내역, 당비 입금 내역 등을 공개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민주노동당의 입장이 '당원 명부는 정당의 생명이니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지키겠다'는 말로 압축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절박함에 민주노동당은 당원 명부를 지키는 것을 선택했다. 민주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은 이를 지지하고 있다. 이제 한나라당도 선택해야 할 때가 왔다. 검찰과 민주노동당이 사생결단의 태세로 맞서고 있는 상황을 즐기듯 지켜보고 있을 것인지 아니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민주노동당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과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 움직임에 대해서 "과연 한나라당 입당 의혹이 있는 교사와 공무원의 입당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한나라당 당원 명부를 내놓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한나라당은 대답하라.

 

그리고 전교조와 민주노동당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들과 관련된 교장들의 고액 후원, 교장이 교사에게 정치자금 종용 사건, 교사와 공무원의 국회의원 공천 신청, 교원단체의 정치자금 후원 결의 등 수많은 혐의에 대해서, 전교조 교사들에게 공직을 떠나라고 하던 그 기개가 진심이라면 "교원 공무원에게 돈 받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정계를 떠나라. 한나라당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 준 교사들도 모두 교단을 떠나라"고 할 수 있는지 답해야 한다.

 

보수언론과 검찰은 민주노동당에게 자기 고백을 요구한다. '못하는 걸 보니 불법 당원이 있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이 확실하네'라면서 대못을 박는다. 그러나 그들에게 한나라당은 예외다. 한나라당의 침묵이 영 어색하다. 한나라당은 스스로 침묵을 깨고 입을 열어라.

 

"우리 한나라당에는 교사 공무원 당원이 한 명도 없다. 우리 한나라당과 소속 의원들은 교사 공무원의 정치 자금을 단 10원도 받지 않았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우리 한나라당의 당원 명부와 투표 현황을 모두 내놓을 수 있다. 그런 돈 받은 의원이 있으면 모두 출당 시키고, 교사/공무원 당원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당 서버 압수 수색 받겠다"고.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한나라당의 침묵이 암묵적으로 말하는 진실은 무엇인지 검찰과 한나라당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정치활동#검찰#교장#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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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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