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청사' 가 아니다. '토건주의'와 무관하다는 안양시 해명에도 불구하고 안양시 100층 복합 청사 논란이 꺼지지 않을 기세다. 언론에 이어 정치권이 가세했고 시민들도 합세했다. 일부 시민들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이필운 시장이 제안한 100층 청사를 옹호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비판 여론은 줄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안양시, 비교적 비판적이지 않은 언론만 '설득'
우선 발표한 시점이 묘했다. 지자체들 호화 청사 문제가 이미 전국적인 쟁점으로 떠오른 시점이었다. 100층 복합청사 구상안 발표는 그야말로 끓는 물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훨훨 타올랐다.
지난 1월 28일, 이필운 안양시장은 기자 회견을 열어 안양시청 부지를 헐고 그 부지에 100층 복합청사를 짓겠다는 구상안을 발표 했다. 발표가 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 언론은 비판 기사를 쏟아냈고 삽시간에 100층 청사 문제는 전국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놀란 가슴 진정할 틈도 없이 이필운 시장은 진화에 나섰다. 이 시장 진화 방법은 '설득' 이다. 하지만 설득 대상을 잘 못 잡았다.
이 시장은 언론을 설득했다. 비판 여론이 일어난 것은 언론이 사업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2월 1일에는 기자간담회를 열었고 3일에는 일부 지방 언론사를 방문해서 설득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한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비교적 비판적이지 않아서 굳이 설득할 필요가 없는 지방 언론만을 설득했다는 점이다. 정작 설득해야 할 비판 언론은 상대 하지 않았다. 100층 청사를 호되게 비판 한 것은 중앙 언론과 일부 안양 지역 언론이었다. 강하게 비판했던 지역신문 기자는 1일 열린 간담회 자리에 아예 부르지도 않았다.
지역신문 기자들이 항의 하자 안양시는 "원래 기자 간담회 자리에는 지역신문 기자를 부르지 않았는데 한동안 그냥 함께 참석 시킨 것"이라고 둘러 댔다.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은 함께 참석 시키다가 왜 하필 100층 복합청사 논란이 뜨거워지자 지역신문 기자들을 간담회에 참석 시키지 않은 것일까? 아무리 생각 해 봐도 답은 하나다. 비판 언론은 상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지역신문이 비판적이지는 않았다. 절반은 비판 했고 나머지는 단순 보도기사로 처리했다. 안양시는 모든 지역신문을 간담회 자리에 부르지 않았다. 이는 아마 비판 언론은 상대 하지 않으려 한다는 비난을 모면하려는 궁여지책이 아닐까?
서울 지역 공실률 사상 최고...100층 청사로 돈 벌기 어렵다
거센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안양시는 사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업 강행 의지에 비해 논리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안양시가 사업을 강행 하려는 이유는 딱 한 가지 '돈' 문제다. 안양시는 심각한 재정난 돌파구로 100층 복합청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참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납득하기 힘든 점은 철학, 환경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기왕 안양시가 '돈' 문제를 꺼냈으니 다른 문제는 덮어두고 경제 문제만 따져 보기로 하자.
아무리 생각해도 100층 복합 청사로 돈 벌겠다는 계획은 무모하기 짝이 없다. 100층 청사는 90%를 민자 유치해서 짓는다고 한다. 즉, 안양시는 땅 만 대고 건축비는 민간 자본을 끌어 들인다는 것.
건물만 지어 놓으면 날개 돋친 듯 분양되던 시절이면 혹시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안양시내에 있는 건물도 분양, 임대 되지 않은 게 수두룩하다. 서울 지역 건물 공실률은 3.9%(1009년) 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떤 기업이 100층 건물을 짓는다고 달려 들 것인지! 또 설령 짓는다고 해도 누가 100층 건물을 모두 분양, 임대 받을지 참으로 미지수다.
불이 나면 초등대응이 중요하다. 초등대응을 잘 못하면 초간 삼간 다 태우고 곳간까지 태우게 된다. 이 시장은 초등 대응을 잘못한 것이다. 그래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오르는 것이다.
최선의 초등대응은 실수를 인정하고 '없었던 일'로 덮는 것이었다. 하지만 안양시는 지금도 100층 복합청사 계획을 강행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이미 태스크 포스 팀도 만들었고 이필운 시장도 공공연히 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도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는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빨리 실수를 인정하고 '없었던 일'로 덮으면 된다. 당분간은 시끄럽겠지만 시민들은 너그럽게 용서하고 100층 복합청사 논란을 곧 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