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딱 두 부류로 분류하면 이렇게 나뉜다고 한다. 있는 자와 없는 자.
어제 만난 김기선(가명, 50) 씨는 큰딸이 서울 소재 모 사립대학에 합격해 거금을 챙겨야 했다. 그가 낸 한 학기 등록금은 입학금을 포함해 500여만 원. 게다가 지방에 사는 죄(?)로 기숙사 비용 400만 원까지 쩔쩔매며 챙겨야 했다. 그가 남긴 말이 가슴을 비수처럼 찔렀다.
"자식이 죽어라 공부해 대학 합격의 기쁨도 잠시, 돈 걱정에 잠을 설쳤다. 일년에 천여만 원을 챙겨야 한다. 돈 없는 사람은 자식을 대학에 보내지 마라는 소리다. 지방에 사는 설움은 이보다 더하다." 이런 마음 가졌던 게 어디 그 뿐일까. 죽도록 번 돈을 죄다 대학에 갖다 바쳐야 하는 구조. '부자만 대학 다니라는 더러운 세상'이다. 이 속에서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 할까?
등록금 납부자의 납부 방법 선택권을 보장하라!참여연대 등 전국의 550여 개 단체가 함께하는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ㆍ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히하 등록금넷)'가 지난 18일 등록금 신용카드 수납 거부 대학을 검찰청에 고발했다.
등록금넷은 정부가 "신용카드 납부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대학 측에 권고를 했지만 제대로 이행이 되지 않고 있다"며 "2009년도 평균 대학 등록금 액수 기준 상위권 10개 대학을 선정 고발했다"고 밝혔다.
등록금넷은 신용카드로 대학 등록금을 납부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등록금 천만 원 시대, 경제위기의 시대에 1학기 500만원 안팎의 초고액 등록금을 일시적으로 마련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둘째, 신용카드 납부를 통해 장기간 할부 거래를 선택해야 등록금 납부액을 매달 단위로 분산 납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셋째, 등록금 납부자의 납부 방법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대학 등록금 인하와 신용카드 납부 가능해야 구구절절 옳은 소리다. 등록금넷이 뒤늦게라도 대학을 고발하고 나섰다 하니 통쾌함이 앞선다. 사실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받지 않은 대학들을 진즉 고발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이를 방치한 정부에 대한 고발이 선행돼야 했다.
왜냐하면 이용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몇 천 원까지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택시에까지 신용카드결제기를 설치하는 현실이다. 그런데 수백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의 카드 결제를 외면하는 것 자체는 그 무엇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대학의 성역화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민들이 피눈물 흘리기 전에 대학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가 가능하도록 조치할 때다. 아울러 없는 부모 등골 빼먹는 대학 등록금 동결보다 '등록금 인하'까지 도모해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