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비통이란 것이 있다. '술비'란 새끼줄을 굵게 꼬는 기구를 말하는데, 지역마다 이 기구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다. 어느 곳에서는 나무를 x 자로 세우고, 그 위에 가로대를 지른 후 줄을 넘기면서 꼬아 나가기도 한다, 또 어느 곳에서는 술비통이라 하여, 판자에 구멍을 세 개를 뚫은 후, 그곳에 새끼줄을 넣고 앞에서 돌리며 꼬기도 한다. 이 술비란 짚을 이용해 가는 새끼를 꼬는 것이 아니다. 이미 꼬아진 가는 새끼줄을 몇 가닥을 합하여, 굵게 꼬는 작업을 말하는 것이다.
예전 어르신들이 술비통을 이용해 줄을 꼬는 것을 본적이 있다. 올 2월 28일은 우리 명절 중 하나인 정월 대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월 대보름의 의미가 남다르다. 대보름이 지나면 농촌에서는 농사를 지을 준비를 한다. 그래서 정월에 마을마다 간간히 줄다리기를 하거나, 집집마다 다니면서 복을 빌어주고 액을 막는 지신밟기를 하기도 한다. 이것이 보름날이 되면 절정으로 치닫는다.
정월대보름 놀이를 위해 사용하던 술비통
정월 대보름이 되면 강가나 넓은 공터가 있는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런데 어느 곳에서는 작은 줄다리기를 먼저하고, 보름날이 되면 인근의 마을들이 모두 모여 커다란
줄을 당기게 된다. 이런 커다란 줄은 '상속회'라고 부르는 굵은 줄을 만들고, 그 중간 중간에 '중속회'라는 줄을 여러 가닥 뽑아낸다. 그리고 그 중속회에 '속회'라고 하는 곁줄을 묶어, 그 곁줄을 당기게 된다.
이러한 큰 줄을 만들 때는 나무로 가로대를 만들어, 그 위로 줄을 넘기면서 여러 사람이 소리를 해가면서 줄을 굵게 꼬아나간다. 그러나 그렇게 굵은 줄이 아닐 때는 술비통을 만들고, 그곳에 새끼줄을 몇 가닥 집어넣을 수 있는 구멍을 뚫고, 그것을 합하기 위해 물레를 만들어 새끼를 꼬아 나간다.
대보름 줄다리기를 위해 만든 술비통
이번 정월 대보름 전날인 2월 27일. 여주 남한강 둔치에서는 <2010 남한강 대보름 대동한마당>과 함께, 여주 지역의 전통 줄다리기인 <흔암리 쌍룡거 줄다리기 재현행사>가 함께 베풀어진다. 이 대보름 한마당에는 '가족 줄다리기'가 열리는데, 한 가족이 딴 가족과 줄다리기를 하게 된다. 이긴 가족에게는 소원을 적어 하늘로 올려 보내는, 풍등이 선물로 주어진다고 한다. 벌써부터 많은 가족들이 대보름을 기다려진다고 들썩인다.
그런데 이날은 쌍룡 큰 줄과 단체가 당기는 쌍룡 줄, 그리고 가족들이 줄다리기를 할 작은 줄이 있어야 한다. 그 많은 줄을 일일이 손으로 꼴 수가 없으니, 기구를 사용하여 할 수밖에. 그래서 선조들이 사용하던 술비통을 제작했다. 먼저 나무판에 새 개의 구멍을 내고, 그것을 다리를 만들어 고정을 시킬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물레를 만들기 위해 대나무와 나무통, 쇠말뚝 등을 준비했다.
놀라은 선조들의 지혜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리고 술비통과 물레를 만들어 새끼를 꼬아보았다. 얇은 새끼줄을 세 구멍으로 뽑아내고, 그것을 물레 끝에 달린 쇠말뚝에 묶어 돌려보았다. 세상에, 사람이 꼰다고 하면 그리도 어렵고 시간이 걸릴 것이, 단숨에 굵은 새끼줄로 변했다. 이렇게 간단한 도구 하나로 새끼를 쉽게 꼴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선조들의 지혜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할 수밖에. 어떻게 이런 작은 것 하나를 만들더라도 손쉽게 만들 수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시간이 걸릴 것이 뻔한데. 대보름 한마당에서는 가족들이 직접 술비통을 이용해 굵은 새끼줄을 꼬아 줄다리기를 한단다. 직접 선조들이 생각해 낸 새끼를 굵게 꼬는 술비통을, 아이들과 함께 체험을 할 수도 있다니 일석이조란 생각이다.
선조들의 작은 지혜 하나가 이렇게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그저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면서, 스스로 자연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하던 선조들. 우리에게는 정말 큰 교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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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비통으로 줄꼬기 판자에 세 개의 구멍을 뚫고 가는 새끼줄을 집어 넣어 물레질을 하면 굵은 새끼줄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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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주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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