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을 넘기며 아침 저녁으로 바람은 차갑지만, 햇살은 한결 따뜻한 느낌을 준다. 한 학기가 끝나고 일요일인 어제 예빠토리야 제일학교에서 학부모와 현지 고려인, 우크라이나인들이 참관하는 가운데 수업이 진행되었다. 지난 9월 5일 한글학교가 개학한 이후 처음으로 갖는 참관수업이었다.
학생들은 그동안 배운 한글 자모 쓰기를 하였다. 그리고 요일, 월, 한국어로 쓰는 숫자 표기법, 책읽기, 동요 부르기 등으로 솜씨를 자랑했다. 그러나 수업을 진행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만족한 수준이 아니다. 사실 학교가 없고 정규학교의 수업이 2부제로 진행되는 지역 특성상 평일에 수업진행이 불가능해서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전체학생 중 4명 정도만 꾸준히 나왔으며 따라서 많은 날 수업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나마 한참 추운 날에는 수업에 참석하지 않기도 하고 또 신종플루 문제로 3주간의 방학, 필자의 기관 사정으로 수도 키예프에 가야하는 때는 수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사실 참관 수업이 필자의 마음에 들 수 없었으나, 그나마 어린 학생들의 학업성취 정도를 부모와 지역사람들이 공유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로 이해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다행히 어제 진행된 수업은 어렵지 않게 잘해주었다. 23일과 26일에도 연이어지는 행사에 마음에 부담이 크다. 그러나 그 부담을 학생들도 함께 느끼고 그것을 통해 스스로 더 배워야 한다는 인식을 하는 느낌은 안도감을 준다.
사실 자유로운 이곳 학생들의 분위기와 부모들의 방임적인 태도는 부럽기도 하다. 사실 한국 학생들을 극성으로 다루려는 학교와 부모들의 태도에 대한 반감을 느끼는 필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와 상관없이 이들이 자유롭고 활발하게 어린 시절을 보내는 것은 진정 부러운 일이다.
걱정 없이 어린 시절을 밝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어린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아도 좋을 어린 날에 각박한 어른들의 경쟁이 관성이 되어 아이들을 속박하는 한국의 교육현실이 걱정스럽다. 가난한 나라라고 하지만, 이곳의 아이들이 누리는 다양한 문화 그리고 그들이 배우는 학과목들을 보면 더욱 부러워진다.
휴일에는 서커스 공연을 보기도 하고 어린이들끼리 어우러지는 다양한 춤과 노래에 즐거움을 누리는 아이들이다. 그런 가운데 필자에게 방임적인 부모들 태도를 뒷배경으로 한 아이들이 느긋하게 수업에 임하는 태도는 때로 한국에서 느끼는 관성을 자극해 답답함을 느끼게 하지만, 여전히 부럽다.
오늘 답답하게 느끼던 필자에게 고마운 선물처럼 다가온 것은 그들 자신이 배운 내용에 대해 점검하고 스스로 문제를 풀지 못하자 스스로 안타까워하며 질문하던 모습이다. 그들도 뭘 해야 할 지 스스로 알아간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강제하지 않아도 되는 수업이라면 참 행복한 일이란 생각이다. 오늘 필자는 참관한 부모와 현지 고려인,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좋은 문구를 붓글씨로 써서 새해 선물로 전했다.
처음 보는 한국어를 화선지에 써서 보여주었는데도 그들은 반응이 좋았다. 어른들이 선물로 받고 즐거워하자 아이들도 서로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20여장의 붓글씨 선물이 모자랐다. 다음에는 더 많이 준비해서 학생들에게도 전해 주어야겠다. 참관자 중에는 아르메니아인이며 우크라이나에서 살고 있는 시인도 참석했고 예빠토리야 시청문화국장도 참석했다.
그들은 짧은 수업기간에 아이들의 성취도에 만족감을 나타내며 자신도 수업에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필자는 농담처럼 받아들였지만, 그의 마음속에 진심도 깃든 느낌을 주었다. 그것은 아르메니아인 시인 알렉산드라의 말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해피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