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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풍금
내 마음의풍금 ⓒ 영화, 내 마음의 풍금

두 눈을 가만히 감으면
하얀 물안개처럼 피어오르는
배냇골 이천분교…

교사 뒷뜰에
진달래 벚꽃 흐드러지게
피는 새학기 돌아오면 

우리
선생님은
부릉부릉 
구름 전차처럼 
경운기 몰고 다니며
신불산 산마을까지 
코흘리개 신입생들 
태우러 다니셨지…

그래도 6학년 짜리
순행이 누나는
댕댕댕 첫수업 끝나야 
아기 업고 헐레벌떡

준비물 가방에
하얀 아기 기저귀
휴지뭉치처럼 구겨 넣고
숨이 찬 빨간 사과같은 
얼굴로 나타났지

댕댕댕 학교 마치는 종이
울리면 제일 먼저 집에
간다고 운동장 뛰어나가는
4학년짜리 수정이 누나는
방과 때마다 선생님이  
경운기 태워준다고 해도  
한사코 오늘은
절집에 안가고
엄마 찾아
진짜 집에 간다고 했지. 

닭장에 닭이 세 마리 밖에
없으면서 1학년 짜리 나는 
선생님이 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아버지처럼 아픈 닭 돌봐주는
양계장 주인이 될꺼라고 했지.

1학년에서 6학년까지
우리는 한 교실에서
학교가고 싶다고
울며 불며 따라온
동네 꼬맹이들까지
선생님 풍금 반주에
맞추어 애국가 불렀지.

지금도 눈을 감으면
모락모락 하얀 실비단 안개
자욱한 배냇골 이천분교

[시작메모]

시간은 화살 같다니 시간은 물 같다니 하는 말, 새해가 되면 늘 뼈저리게 느낀다. 10년쯤 됐을 것이다. 이천분교 일일교사로, 순행이, 수정이 순철이 그리고 김삼화 담임 선생님 과 야외에 나가 동시 낭송하고 그림 그리며 동심으로 잠시 돌아갔던 그 아름다운 시간. 그때 사슴처럼 눈빛 맑던 아이들에게 내일 모레 공책 연필 사가지고 졸업하기 전에 다시 오겠다고 굳게 약속한 그 약속을 못지켰다. 이제 모두들 으젓한 어른(?)이 되었으리라…. 

집 닭장에 닭 세 마리 키우면서, 한사코 우리 아버지는 양계장 주인이라고 배를 내밀고 자랑하던 순철이, 아기를 업고 와야 엄마가 밭에서 일을 한다던 순행이, 산사의 종소리처럼 청아한 목소리를 타고난 듯, 노래를 잘 부르던 수정이, 유치원이 너무 멀어 학교에 빨리 가고 싶다고 따라온 아이들. 그리고 새삼 벽지에서의 교육의 자리가 얼마나 힘든지 감동 깊게 체험했던, 그 뱃냇골 이천분교의 새내기 봄이 나를 아지랑이처럼 그곳으로 부르는 듯….

덧붙이는 글 | 과거 배내휴게소에서 이천리 이천분교까지는 비포장이였으나 최근 포장공사가 90% 진행완료되어 대형버스도 진입할 수 있으며, 차량도 교행이 가능하다.



#이천분교#초등학교#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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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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