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촛불탄압, 부자 중심의 세제 개혁, 4대강 죽이기, 미디어 악법, 시국선언 교사 징계 등 이명박 정부 2년의 모습은 몹시 일그러져 있습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 등이 이명박 정부 출범 3년째를 맞아, 기획 백서를 발간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백서를 기반으로 해 노동, 시민권, 사회·복지, 환경과 건강, 언론, 교육·학문 등 각 주제별로 이명박 정부 행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2008년부터 세상은 언론관계법 개정으로 시끄러웠다. 그 해 겨울 전국언론노조 조합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언론법 저지 총력 결의대회를 열어 언론관계법 개정 강행 처리 시도 중단을 요구했다.
2008년부터 세상은 언론관계법 개정으로 시끄러웠다. 그 해 겨울 전국언론노조 조합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언론법 저지 총력 결의대회를 열어 언론관계법 개정 강행 처리 시도 중단을 요구했다. ⓒ 유성호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새 정권이 시장 중심의 언론정책을 쓸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했다. 방송을 신산업성장 동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나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의 기능, 위상, 소유구조 등을 전면 재검토하여 국가가 육성해야 할 기간방송과 민영화해야 할 방송으로 구분하는 작업을 통해 방송구역을 획정하겠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는 공공영역을 최소화하고 시장경쟁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미로 그 자체로서 매우 위험한 발상이었다.

 

그리고 지난 이명박 정부 2년간 우리는 그 위험이 무엇인가 여실히 경험했다. '민주주의 파괴'인 것이다. 공영방송이 정부에 의해 장악되고, 언론권력이라 불리는 신문과 대기업이 방송보도 영역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프로그램은 통제되고 개인의 표현 행위는 처벌받고 있다.

 

MB, '정치적 동지'들로 방송사 장악

 

우선 정부는 언론사의 지배구조를 장악하였다. 방송정책 총괄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에 후보시절 정치특보이자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라는 최시중씨를 앉힘으로써 이후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이나 방송정책에서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KBS, YTN을 비롯한 각 방송사에 대통령 후보시절 정치 특보들을 앉혔다. 언론의 독립성이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근간이라면 가장 반민주적인 행태가 벌어진 것이다. 친여적 성향의 인사가 공영 방송사 사장 또는 경영진이 되는 것도 매우 위험한데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들이  방송사를 장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YTN 구본홍 사장, KBS 김인규 사장의 임명이다. 그 외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언론 특보들 중 언론 또는 언론 유관기관에 진출한 사람이 스무 명이 넘는다. 전방위적인 장악이 이루어진 것이다.

 

게다가 그 과정 또한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었다. 현 정권은 KBS에서 부당한 이유로 신태섭 이사를 교체하고, 편법을 동원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였다. 그리고 후임인 이병순 사장은 이에 항의하는 사원들을 징계하고, 인사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탄압하였다. YTN 또한 노종면 위원장을 비롯한 6명을 해임하였다. 사법부가 이런 탄압들이 부당하다고 판결하였지만 이미 대부분 1년 이상의 고통의 기간이 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의 피해에 대해 보상을 해야 마땅할 방송사들이 보상은커녕, 사법부의 판결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할 원상회복 조치조차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공영방송사인 문화방송의 엄기영 사장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 사퇴시키고, 후임 사장을 친여 인사나 또 다른 정치 특보로 임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지난 8일 오전 엄기영 MBC 사장이 기자들에게 사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엄기영 MBC 사장이 기자들에게 사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문화방송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친여 이사들이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하고, 사장의 의사에 반하여 경영진을 임명함으로써 책임 경영 자체를 부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직할 통치를 할 수 있는 길을 열고자 하였다. 이는 엄기영 사장에게 사퇴하라는 뜻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제 현 정부의 대리인을 사장으로 앉히는 것만이 남은 것이다. 방송장악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26일에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엄기영 사장이 물러난 자리에 새로운 MBC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후보로 올라간 3명 (김재철, 구영회, 박명규) 모두 MBC 구성원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고 결국 일종의 시나리오에 따라 사장이 선임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배구조를 장악하는 것 외에도 프로그램을 통제해갔다. 방송통신심의위를 통해 시사적 프로그램들에 대해 징계를 결정하고, 장악한 지배구조를 통해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성격을 변화시켰다.

 

방송통신심의위의 단골이 되어버렸던 PD수첩이나 시사투나잇들이 그 예다. 결국 KBS의 시사투나잇은 이름 변경 후 폐지되고, 시사기획 쌈은 이름을 바꾸고 성격을 변질시켜 버렸다. 이병순 사장 시절 벌어진 일이다. MBC PD 수첩은 현재까지는 KBS 상황과 다르지만 친정부 경영진이 들어 선 이후 KBS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농후해지고 있다.

 

게다가 PD 수첩의 경우에 대해서는 민사 소송을 제기하고, 형사 기소하여 비판의 날을 꺾고자 하였다. PD수첩과 연예인 김민선의 발언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쇠고기 수입업자들의 소송도 코메디지만, 정운천 장관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공직자 명예훼손을 처벌하겠다고 나선 검찰의 행태는 너무나 희극적이어서 정치적 탄압 이외의 이유로는 설명 불가한 것이다.

 

그런 이유가 없다면 민주 사회에서 공직자 명예훼손 조항은 사라지거나 사문화되었다는 사실을 잘 아는 검찰이 스스로 비웃음거리가 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 비판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직접적인 의사표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정부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 대통령과 행정부가 절대 권력을 누리는 사회, 그것이 민주사회일까?

 

'내용'과 '형식'이 일치하는 정권?

 

시민들의 비판행위에 대해서도 공권력을 사용하여 탄압하고 있다. 촛불시위에 대해 기소하고, 인터넷을 통한 의사표현을 억제하고, 언론에 대한 시민의 자발적인 비판을 형사적으로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의 광고주 불매 운동에 대한 검찰의 기소다. 기업의 경제적 이해당사자가 아닌 일반 시민이 언론에 항의하기 위한 방식으로 광고주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행사이다. 미국 등을 비롯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기소하여 처벌을 시도하고 있다. 검찰의 지적 수준이 급격히 저하하든지 아니면 검찰의 정치기구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직접적인 통제만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제도적 통제를 위한 장치도 마련되고 있다. 미디어 관련법 개정이 그것이다. 미디어 관련법 개정의 핵심은 공공영역을 축소하고 자본(권력)과 신문(언론권력)의 진출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시민의 의사 표현의 기회를 축소하고 기득권 집단의 여론 지배력을 높이며, 공영방송사가 사용하는 공공의 재원을 사적 이윤으로 환원시킨다는 것이다.

 

자본은 이미 가장 큰 권력으로 성장했다. 민주사회라면 자본에 대한 감시 비판이 곧 민주주의의 척도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언론권력을 주겠단다. 이미 언론권력인 소수 신문들에게 방송보도 진출을 허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디어 관련법은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인 비판과 견제,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법 내용에서 이미 반민주적이다. 게다가 법 개정과정 그 자체도 비민주적이었다. 토론과 설득 없는 법 개정 시도, 국회법 절차를 무시한 입법 과정, 이 과정이 위헌·위법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무시하는 여당의 태도 등 다수의 횡포를 민주주의라 강변하는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

 

언론과 관련하여 보여 준 이명박 정부의 행태들은 민주주의 기반인 언론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는 것들이다. 게다가 이 행태들이 절차를 무시하고, 편법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반민주적이고, 반 인권적이다. 내용과 형식이 일치하는 정권이라고 자조해야 할까?

 

언론이 우호적이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권력의 속성일 수 있다. 하지만 민주적인 정부는 민주주의 기본원칙에 맞게 그 절차를 준수하고, 다수결의 횡포 대신 토론을 통해 설득과 타협을 하여 소수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명박 정부는 이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CEO 출신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주의적 친기업정책을 펼 것은 누구나 예상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는 한나라당이 지난 10년의 성과를 모두 부정할 것이라는 것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두 가지의 결합 즉, 시장주의자의 정치적 보복이 민주주의 기반인 언론의 본질적 기능을 이렇게 파괴하리라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의 저항이 필요한 세상이다.

덧붙이는 글 | 김서중 기자는 성공회대(신문방송학과) 교수이며, 민교협 상임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 2년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