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로 쏟아지더라도 할 건 해야죠. 이것보다 더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4대강정비사업만 멈추게 한다면야 이 정도 비는 참을 수 있죠."
폭우가 내리는 25일 오후 창원 소재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우산도 없이 비옷만 입고 서 있는 이경희 '4대강사업저지·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 공동대표가 한 말이다. 이 공동대표는 강한 비바람 속에 비옷만 입고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낙동강을 살리기 위해 낙동강유역환경청이 할 일, 환경영향평가 재실시하라. 공사중지 명령하라."
4대강사업저지·낙동강지키기경남본부와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은 지난 23일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이경희 공동대표와 임희자 마창진환경연합 사무국장, 자흥 스님, 강창덕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등이 번갈아 가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환경청 직원들이 철거해버렸다. 첫날 밤에는 작은 텐트를 치고 밤을 새웠으며, 다음날부터는 민주노총 경남본부에서 빌린 승합차를 대기시켜 놓고 잠을 자고 있다. 이들은 승합차 시동을 끈 상태에서 이불에 의존해 추위에 맞서고 있다.
경남본부는 "정부의 4대강 사업은 환경영향평가, 수리모형실험 등 개발사업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사전 안정성검토 과정이 모두 부실하거나 생략된 상태에서 강행되고 있다. 영남주민들은 4대강사업이 무섭다"면서 "환경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4대강사업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할 것, 정부는 불법적인 4대강공사를 중지하고 4대강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이경희 공동대표는 25일 오전 8시부터 종일 시위를 벌였다. 이날 아침 공무원들이 출근하기 전부터 서 있었다. 처음에는 얇은 비옷을 입고 있었는데, 비바람이 불어 옷이 찢어져 버렸다. 차가워진 손을 비비기 위해 잠시 옆에 놓아두었던 피켓이 바람에 날아가 버리기도 했다.
점심과 저녁도 승합차 안에서 해결하고 있다. 1인시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도시락을 싸오기도 하고 죽을 해와 나눠 먹기도 한다. 얇은 비옷이 찢어져 버리자 누군가 비옷을 사와서 전달해 주기도 했다.
이경희 대표는 "첫날 저녁에 텐트를 설치해 놓으니 환경청 직원과 경찰이 퇴근을 하지 못하고 지켜보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오히려 마음이 아팠다"면서 "다음날부터는 텐트를 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진행되는 4대강사업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면서 "지금은 시민들이 들고일어날 때다. 잠시라도 좋으니 시민들이 와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낙동강 물을 마시는 사람들은 다 들고일어나야 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때, 촛불을 들 때 4대강사업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본부는 경남도청 앞과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매일 오후 7시 30분 환경청 앞에서는 '4대강사업 중단과 낙동강 생명지키기 100배 절하기'가 진행되고 있다. 이경희 공동대표는 "100배 절하기는 기도의 의미다"라고 말했다.
또 경남본부는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연다. 경남본부는 '물의 날'인 3월 22일까지 환경청 앞에서 1인시위를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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