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백혈병 집단 발병'과 관련한 대전MBC 시사보도 프로그램인 <시사플러스> 결방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첫 보도] 대전MBC, 삼성 고발 프로그램 취재 중단 지시).
삼성반도체백혈병충남대책위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25일 오후 1시 대전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MBC 사측은 취재와 방송을 허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금까지 주요 시사 프로그램에서 각각 취재했지만 모두 방송되지 못했다"며 "대전MBC <시사플러스>는 결국 취재에 나서고도 방송을 하지 못한 세 번째 시사프로그램이 됐다"고 밝혔다. 대전MBC <시사플러스>가 취재 중이었던 백혈병 집단 발병은 삼성반도체 생산공정에서 10년간 20여 명이 백혈병에 걸려 7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이들은 "대전MBC 사측이 취재가 끝나기도 전에, 제작이 완료된 결과물을 보기도 전에 '불공정 방송'이란 규정을 내릴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삼성에 맞서고 있는 백혈병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아픔을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측에 항의 성명을 낸) 대전MBC PD협회와 대전MBC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대전지부)의 행동에 지지와 감사의 뜻을 보낸다"며 "진실이 보도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종란 노무사는 "인구 10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백혈병이 삼성반도체 공장에서만 22명이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반도체가 첨단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노동자들은 수많은 화학물질과 방사선을 사용하는 매우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전MBC 사측에 취재 중단 철회와 백혈병 진실에 대한 보도를 허용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당초 기자회견 후 항의 면담할 계획이었으나 대전MBC 관계자들이 자리를 비워 해산했다.
이에 대해 대전MBC 관계자는 "삼성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일이 전혀 없다"며 "자문변호사의 의견에 따라 관련 사안이 소송 중인 등 민감한 부분이 있어 법적인 문제 등을 우려해 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제작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지, 제작 중단을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삼성반도체백혈병충남대책위 등 관련 단체에서는 삼성의 압력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언론사들의 지나친 삼성 눈치 보기가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전MBC PD협회와 대전MBC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대전MBC <시사플러스>가 12일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던 '삼성반도체 백혈병 집단 발병'과 관련, 80%의 촬영이 진행된 상황에서 지난 3일 돌연 취재 중단을 지시했다. 이유는 '불공정한 방송이 예상되고 방송이 나갈 경우 삼성 측으로부터 명예훼손과 관련한 소송 제기 등 회사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이날 <시사플러스>가 결방되고 설날 특집으로 다른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이에 앞서 <시사플러스> 최영규 PD 등 취재팀은 지난달 22일 '삼성반도체 백혈병 집단 발병'과 관련한 취재 아이템에 대한 결재를 받은 후 취재를 진행해왔다.
대전MBC <시사플러스>는 대전충남 지역의 시사 현안과 쟁점을 심층 취재하고 사회 환경을 감시하는 본격 시사 고발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신천지교회 관련 피해자 보도와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 관련 보도 등 성역 없는 보도로 지평을 넓혀왔다. 이 같은 공로로 2009년에는 방송문화진흥회로부터 지역방송대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