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취임식이 열렸다. 우크라이나 현지 시간 오늘 오전 10시(한국시간 2월 25일 오후5시) 수도 키예프의 국회의사당에서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소속정당인 지역당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출을 위한 1차 선거개시 불과 며칠 전, 빅토르 야누코비치 진영의 지역당에서 입안한 새로운 선거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곧이어 빅토르 유센코 대통령은 그 효력을 개시하는 서명을 했다. 그리고 그 선거법에 의해 투표가 진행되었으며 율랴진영은 부정선거여지가 크다면서 곧 부정선거 감시단을 발족했다.
선거에서 진 율랴 진영은 여러 가지 불법 현장과 부정선거관련 영상물 등을 확보했지만,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그로인해 1,2차 투표 전과정에 대한 의혹은 끊임 없는 시비를 불러왔다. 이로인해 취임이 불투명했던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취임식이 25일(한국시각) 국회에서 열렸으나, 많은 국회의원들이 불참한 반쪽 취임식이 되었다.
그는 지난 2004년 대통령에 당선됐음에도 부정선거 의혹과 러시아 개입이라는 오명으로 우크라이나 민족민주주의 진영의 '오렌지혁명'으로 인해 권좌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를 몰아낸 유센코 현대통령이 그의 후견인 역할을 했다.
야누코비치는 5년 만에 다시 당선되었지만, 현 총리인 율랴 티모센코가 선거 과정에 부정 의혹이 있다며 우크라이나 최고행정법원에 선거무효소송을 냈다. 그러나 율랴 총리는 지난 19일 최고행정법원에서 강렬한 연설을 한 뒤 야누코비치의 도덕성을 비난하고, 그 다음날인 20일엔 심리에 임하는 재판관들의 태도에 대한 비난 성명을 냈다. 그러다가 재판 진행 절차에 대한 비민주성을 공박하며 선거무효소송을 철회했다.
율랴 티모센코 총리로서는 국가의 대표를 선출하고도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비롯되는 정치적 부담감을 이겨내기 어려웠다는 일각의 분석이다. 더구나 과거 혁명세력의 한 주체였던 빅토르 유센코 현대통령과 새로 취임하는 빅토르 야누코비치의 결탁의혹에도 불구하고 오렌지혁명 당시처럼 기대했던 국민들의 반응은 없었다. 따라서 율랴가 냉정하기만 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율랴 티모센코 총리는 지금 본인이 제기한 덫에 본인이 걸려든 형국이다. 더구나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는 자신이 선거연합에 실패한 3위 후보와 자신과 공동전선을 형성한 4위 후보 야쪤뉴크까지 총리후보로 언급하면서 대규모 연정을 구성할 의욕을 보이고 있다. 만약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그의 복안대로 연정을 구성하는데 성공한다면 민족민주진영은 분열되면서 율랴 티모센코 총리는 소수세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빅토르에게 일방적으로 좋은 조건만도 아니다. 그래서 여전히 율랴 티모센코 총리는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날인 24일에도 "빅토르 야누코비치는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반대하고, 유럽연합에 가입하는 것을 반대하고 우크라이나의 문화를 부정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또 "앞으로 우크라이나의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국민과 함께 싸워나가겠다"는 결의를 밝혔고 취임식 참가도 거부했다.
그가 이렇듯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동부 대부분의 지역에서 보여준 그에 대한 지지의 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정부가 일방적으로 율랴 티모센코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든다. 빅토르 야누코비치에게는 커다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수도 키예프 시민 중 60%가 율랴를 지지하고 있고 티모센코 정당연합의 의회 의석수는 244석이라, 야누코비치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대통령 중심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이원집정부 체제 현실에서 총리인 율랴 티모센코와 불편한 동거를 6개월 동안 해야 한다.
해임하면 되지 않느냐, 라는 물음을 던지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이런 현실을 피하기 위해 율랴 티모센코 총리를 해임한다면, 파장은 더 커질 것이다. 따라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다른 정당과 연정을 통해 티모센코 연합에 대항할 수 있는 다수의석을 확보한 뒤 율랴 총리를 강제해임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3위 후보(티기쁘꼬)와 4위 후보(야쪤뉴크)를 총리 후보로 언급하며 연정 제안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국민들 눈치를 살펴야하는 처지다. 빅토르 야누코비치보다는 율랴 티모센코와 그들의 정체성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빅토르 야누코비치는 연정시도를 실패할 경우 율랴 티모센코와의 불편한 동거를 해소할 수 없다. 만약 6개월의 불편은 감수하기 싫다면, 남은 방법은 조기총선을 실시하는 것인데 그 결과도 그에게 성공적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더구나 3위 후보와 4위 후보는 율랴 티모센코의 지지세력을 공유하는 지점이 있어서 율랴 티모센코를 무조건 외면할 수도 없다. 현재 244석을 보유한 티모셴코의 정당 연합이 그리 나약한 연대 구조를 갖는 세력도 아니다. 섣불리 조기총선을 선택할 수도 없는 것이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출발이 살얼음을 걷는 것처럼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2차례의 선거과정에 대한 부정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치러지는 총선은 승리의 보장없이 그를 사슬에 묶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의 정적인 율랴 티모센코 총리를 명실상부한 우크라이나 민족민주진영의 본영으로 그 세를 뚜렷하게 확인시켜주는 결과만 보여줄 경우 앞으로 5년은 더욱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다시말해 조기총선은 그야말로 벼랑 끝 선택과 같은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한편 이번 대선의 과정을 보면 수많은 갈등이 동시에 드러난 형국이다. 분단과 같은 동서분열, 선관위와 우크라이나 최고행정법원의 문제, 러시아정교회와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문제 등등. 굵직한 갈등 구조만 해도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안갯속이다.
우크라이나는 대통령 취임식 때 정교회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한다. 하지만 이 지점에도 논란은 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러시아 정교회에서 독립적인가 하는 문제다. 선관위와 최고법원의 결과 발표 이전부터 빅토르 야누코비치 후보를 대통령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던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정치적 지휘를 받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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