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 2호선을 타고 간다. 광양에서 하동으로 가는 길. 가는 길에 옥곡면을 지나면서 시골장을 만난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차를 세우고 장으로 들어선다. 시골장, 정말 작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농산물을 파는 좌판을 비롯해서 어물전, 옷을 파는 천막 등. 할머니에게서 봄나물 몇 가지 산다. 싱싱한 냉이와 달래. 오늘 저녁은 봄기운 잔뜩 먹겠다.
도로에서 역사가 보이는 진상역을 지나면 국도 2호선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구불거린다. 백두대간에서 흘러내린 호남정맥의 끝자락을 비틀거리며 넘어서면 섬진강을 보여준다. 산에서 바로 내려다보는 강은 더욱 장엄하게 느껴진다. 강물은 흐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다로 향하고 있다.
섬진강 돌두꺼비는 이를 드러내고 웃고섬진강을 거슬러 올라 매화마을로 향한다. 강처럼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가다 정자를 만난다. 수월정(水月亭)이다. 조선 선조 때 나주목사를 지낸 정설(鄭渫)이 세운 정자란다. 정자와 어울린 섬진강이 아름답다. 아래로 포구에는 작은 배들이 강을 붙들고 있다.
정자 옆으로 돌두꺼비 네 마리가 큰 눈을 부라리며 웃고 있다. 안내판에는 섬진진터 석비좌대라고 써있다. 옛날 이곳은 섬진진(蟾津津)으로 삼도수군통제영의 직할진이었던 곳이란다. 예전에는 석비좌대가 17기 있었는데 현재는 4기가 남아있으며, 이곳에 주둔했던 수군 별장들의 공적비 좌대였을 것으로 추정된단다. 섬진강은 두꺼비 '蟾'자를 쓴다고 하니 거북이대신 두꺼비를 쓴 해학이 넘쳐 난다.
매화는 서둘러서 피지 않는다매화마을로 들어선다. 봄에 가장 먼저 핀다는 매화를 보러 왔는데, 흐드러지게 핀 매화꽃은 아니더라도 한 두 송이 핀 정도는 기대했는데…. 매화는 아직 피지 않았다. 둥글둥글한 꽃눈을 단 채 터질듯하게 부푸러 있다. 조금 서운하다.
항아리가 3000개가 있다는 매화마을. 섬진강을 바라보고 익어가는 옹기들이 장관이다. 매화나무 사이로 난 산책로로 올라선다. 정호승 시인의 시비가 눈에 들어온다.
섬진강에 가서 지는 매화꽃을 보지 않고 섣불리인생을 사랑했다고 말하지 말라 - 정호승 시인의 <낙화> 중 일부영화 <취화선>을 찍었다는 대나무 숲을 지난다. <천년학>을 촬영했다는 초가집도 보인다. 초가집으로 들어선다. 굴뚝에는 연기가 피어난다. 아궁이에는 불이 지펴졌고 가마솥에는 물이 끓고 있다. 하룻밤 묵어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제는 멀어져 버린 삶의 풍경.
매화마을에서 매화는 보지 못하고 그리움만 느끼고 나온다. 매화는 서두른다고 빨리 오지 않는다. 다음 주 정도에는 매화마을에 매화가 피려나.
광양매화문화 축제매화는 집 근처에서도 볼 수 있다. 그래도 매화마을 매화를 보러간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 너무나 아름다운 섬진강과 어우러져서가 아닐까? 매화 자체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섬진강과 어우러진 매화가 최고 일품이다.
3월13일부터 21까지 9일간 광양 다압 매화마을에서 제14회 광양매화문화축제가 열린다. '매화향기 그윽한 봄날, 섬진강 꽃길 따라 광양으로 오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각종 공연과 전시, 판매, 체험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광양 옥곡장은 4일과 9일 열립니다. 작은 장이라 더욱 정감이넘칩니다.
광양매화문화 축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http://www.gwangyang.go.kr/maehwa/을 둘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