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성안에서는 엽전(상평통보)만 받아유'
성안 순두부집에서 한 관광객이 만원짜리 돈을 내밀자 장삿꾼이 손사례를 친다.
음력정월보름을 하루 앞둔 열나흘 해미읍성안에서 장이 열렸다. 이 장마당에서는 조선시대 상평통보만 통용된다. 성안으로 들어온 관광객들이 성 앞 바로 안쪽에 자리한 엽전 환전소에서 만원,천원짜리 몇장을 내고 상평통보로 바꾸어간다.
이날부터 읍성안에서는 1년내내 엽전만이 통용된다. 엽전한잎은 1냥(1000원)이다. 성안 장터에서 음식을 사먹고 토산품을 사는데는 기본이 1냥이다. 순두부도 한그릇에 1냥이고 인절미, 시루떡도 1냥짜리부터 시작되고 군고구마도 1냥이면 가족들이 하나씩 맛볼 수 있다.
대부분 관광객들은 20냥을 환전해 갔고 가족이 않은 경우에는 장터국밥도 사먹고 파전맛, 텁텁한 막걸리도 마셔보기 위해 50냥, 100냥도 바꾸어 갔다. 관광객들 중 일부는 엽전이 관광기념품인줄 알고 사러 왔다가 실제로 성안에서 사용하는 '돈'이라고 하자 계면쩍어하기도 했다.
어떤 관광객은 한줄에 100잎이 꾀어져 있는 엽전꾸러미 10개를 들고 "전부 바꾸어 달라"고 했다가"그거 전부 환전하면 100 만원인데요'하자 당황해 하기도 하는 등 엽전환전소에서 여러 가지 촌극이 벌어졌다.
아이들도 어른도 엽전을 들고 두부도 사 먹어보고 떡과 고구마도 사는 등 '엽전을 사용해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에 마냥 신기해하면서 즐거워 했다.
봄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데리고 읍성을 찾았다는 한득희(여.42.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씨는 "엽전이 통용되는 장소가 읍성안으로 제한적이긴 하지만 전국의 어느 관광지에서도 보지 못한 풍경이다"며 신기해 했다.
관광객들은 '성안은 완전 조선시대다'며 색다른 경험에 빠져들었다. 엽전환전소에서는 관광객이 사용하고 남은 엽전은 그냥 가져기도 되고 돈으로 다시 환전해 주기도 한다.
해미읍성내의 엽전사용은 서산시가 해미읍성관광을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시책으로 이를 보다 확대시켜 올해안에 성안 상설시장과 시가 지정한 성밖의 음식점이나 기념품점에서도 통용케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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