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범의 '심각한 사생활 문제'가 도대체 무엇일까?
피겨퀸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친 MB계인 김재철 전 청주 MBC 사장이 신임 MBC 사장으로 선임되어 MBC 노조가 사장 출근 저지에 나선 와중에 대한민국 연예계에선 또 하나의 큰 사건이 터졌다. 바로 인기 아이돌 그룹 2PM의 리더 박재범의 영구 탈퇴에 관한 소식이 들려온 것.
2PM의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지난 2월 25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박재범의 향후 거취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JYP 측의 공식 입장에 따르면, 박재범의 2PM으로의 복귀는 결국 없던 일이 되었다.
지난해 9월, 연습생 시절 한국을 비하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인터넷 공간에 쓴 것이 밝혀져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결국 2PM을 떠나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던 박재범은, 그동안 가요계 복귀를 위해 보컬 트레이닝을 계속하는 등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 한편 JYP에서는 지난해 11월 경, 그의 올해 4월 복귀를 목표로 계획을 세우고 진행 중에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22일 박재범은 JYP의 정욱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2PM에서 'Again&Again'으로 활동하던 당시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그 잘못은 지난해 그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던 한국 비하 사건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었고, 결국 JYP와 나머지 2PM 멤버들은 지난 1월 6일 박재범의 2PM 영구 탈퇴에 합의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대체 그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기에? 어떤 문제이기에 한국 비하 사건보다 더 파장이 클 수 있고, 그로 인해 기정사실화되었던 2PM으로의 복귀가 영원히 불가능했는지, 재범의 복귀를 간절히 바라던 2PM의 팬들을 비롯한 인터넷의 누리꾼들이 들끓기 시작한 것이다.
밝힐 수 없는 사생활 문제?
JYP는 보도자료에서 박재범의 사생활 문제를 언급한 이유를 "거짓으로 무난한 이유를 만들어 말씀드릴 경우 팬들과 여론의 의혹과 불신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히려 사태는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JYP에서 끝내 밝히지 않은 '사생활 문제'는 인터넷에서 수많은 의혹들과 확인되지 않은 추측들을 낳았다.
무성한 의혹과 추측은 소리 없이 가지를 치고 이리저리 뻗어나갔다. 책임질 수 없는,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한 말들이 수없이 쏟아졌고, 이는 고스란히 박재범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돌아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박재범'으로 검색하면 '박재범 사생활'이 연관 검색어의 첫 번째에 자리 잡게 되었다. 의혹과 불신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을 우려한 JYP의 승부수는 결국 박재범에게 낙인을 찍어버린 결과를 낳았다.
비난의 화살은 JYP뿐만 아니라 나머지 2PM의 멤버들에게도 돌아갔다. 6명의 멤버들이 지난 1월 6일 재범의 영구 탈퇴에 합의했다는 사실은 그들 7명의 끈끈한 의리를 누구보다 믿고 있었던, 믿고 싶어 했던 2PM의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줬다.
기존의 남성 아이돌 그룹과는 다르게 근육질 몸매와 남성미를 내세워 '짐승돌(짐승+아이돌)'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개척한 2PM은 멤버 간의 격의 없는 우정, 친형제 같은 우애의 돈독함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들의 남성다움 속에 내포된 사나이 간의 의리는 2PM의 장점으로 부각됐고, 팬들도 그들의 우정과 의리가 영원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랬던 그들이 재범의 영구 탈퇴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팬들의 믿음은 깨졌고 사랑은 순식간에 분노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그들을 분노케 한 건 2PM 멤버들이 방송에서 재범에 관해 언급한 일들이었다. 지난 1월 6일 이미 재범의 복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결정해놓고도, 그 뒤에 출연했던 방송에서 재범을 언급하며 마치 그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팬들에게 줬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월 16일과 23일에 걸쳐 방송되었던 KBS <승승장구>에 출연한 2PM 멤버들은 비록 소극적이나마 재범에 대해 몇 차례 언급했었다. 재범의 탈퇴 사건 이후 2PM 멤버 전원이 출연하는 첫 토크쇼이다 보니 재범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것이란 예상은 충분히 가능했고, 제작진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재범에 대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겠다'는 양해고지를 내보내며 그들의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명했다.
영구 탈퇴 합의하고 방송에서 재범 언급... 팬들의 분노 표출
그런 와중에도 2PM 멤버들과 같이 출연한 동료 그룹 2AM의 멤버들은 "재범이까지 포함한 저희들 모두가 보석"이라고 말하는 등, 재범에 대해 언급하며 그가 2PM의 멤버라는 사실을 환기시켰고, 진의가 무엇이었던 간에 방송을 시청한 팬들은 그들의 발언이 재범의 높은 복귀 가능성을 두고 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미 그 당시 2PM 멤버들은 재범의 복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합의한 상태였다. 때문에 팬들은 그러한 그들의 모습이 전부 가식이었다고 여기고 분노하기에 이른 것이다.
2PM 멤버들에게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혹시나 하며 즉각적인 대응을 자제하려 했던 몇몇 팬들도 지난 2월 27일 서울 문정동 가든파이브에서 열린 재범 탈퇴와 관련한 간담회 직후 2PM 멤버들의 입장이 보도자료와 다르지 않음을 확인한 후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JYP의 정욱 대표와 박재범을 제외한 2PM 멤버들, 팬 대표 90여명이 함께 해 4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언론에 보도된 간담회 내용 전문에 따르면, 2PM 멤버들은 보도자료의 공지 내용에 모두 동의한다고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면서, 1월 6일 박재범의 영구 탈퇴 합의 이후에 공식석상에서 그에 대해 언급한 것은 "탈퇴와는 별개로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것으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런 2PM 멤버들의 태도에 팬들은 포털사이트 다음과 디시인사이드 등지의 2PM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그들은 "믿었던 2PM 멤버들이 이럴 줄 몰랐다", "우린 그들에게 배신당했다"면서 더 이상 2PM의 팬이기를 거부하고 팬카페를 탈퇴하는 등의 집단행동에 나서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가수와 팬 모두가 상처입은 JYP 최악의 수그동안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확한 상황 판단과 재빠른 대응으로 문제를 조기에 진화하고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리는 데 성공해왔던 JYP는 그러나 이번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결과적으로 최악의 수를 두고 말았다.
팬들과 여론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거짓으로 꾸밈없이 진실을 밝히려고 했다는 그들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인터넷에서 박재범에 대한 의혹과 추측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재범의 탈퇴 사건 때와는 다르게 불씨는 2PM에게까지 번져, 팬들은 JYP 사측뿐만 아니라 2PM 멤버들에게도 분노를 표하고 있다.
박재범은 박재범대로 '사생활 문제'라는 지워지지 않을 꼬리표를 평생 달게 되었고, 나머지 2PM 멤버들은 그들대로 '배신자', '가식'과 같은 꼬리표를 달게 됨으로써 기존에 쌓아왔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팬들은 등을 돌렸다. 가수와 팬 모두에게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입힌,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가 도출된 상황. JYP는 과연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