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전국의 학교에서 2010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된다. 아이들과 부모님 모두 새 교실과 새로 만나는 선생님, 새 교과서로 마음이 설렐 때이다. 이 중 초등학교 3, 4학년은 2007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새 교과서로 공부하게 되어 달라지는 것이 더 많다.
초등 3, 4학년 영어 1시간씩 늘어나초등학교 6년을 크게 저, 중, 고학년으로 분류하는데, 3, 4학년은 중학년에 해당한다. 교과는 국어(듣기․말하기․쓰기/ 읽기 2권), 수학(수학, 수학익힘 2권), 사회(사회, 지역화 교재 2권), 과학(과학, 실험관찰 2권), 도덕(도덕, 생활의 길잡이 2권), 체육, 음악, 미술(3, 4공통), 영어 등 9개이고, 교과서 수는 기본이 14권이다.
2007개정교육과정은 7차 교육과정처럼 교과외에도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이 있어 학교마다 활동이 조금씩 달라진다. 올해 가장 크게 변한 것은 바로 영어시간이 주당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어난 것이다(2008개정영어교육과정).
이 때문에 수업시간이 1, 3, 5주에는 30시간, 2, 4주에는 26시간이 된다. 작년까지는 재량활동 시간에 반드시 정보화교육을 주당 1시간씩 하라고 하였는데 이 조항이 없어졌고, 학생 체험 중심의 창의적 재량활동을 하기 위해 한문, 영어 같은 독립교과목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수준별 수업에서도 차이가 있다. 7차에서는 수준별교육과정이라고 하여 수학은 3-가, 4-가라고 하였는데 지금은 3-1, 4-1로 돌아왔다. 수학익힘책에서 단원평가를 하고 더 알아보기, 다시 알아보기를 하였는데, 지금은 수학책에서 바로 문제를 풀 수 있다.
2007개정교육과정은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에서 수준별 수업을 권장하고 있다. 7차에서는 학급안에서만 하라고 하였는데, 2007개정교육과정은 따로 규정하지 않아서 학교에 따라 초등학교에서조차 수학과 영어에서 수준별 이동수업을 하여 학생들이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다.
3학년이 되면 교과목 늘고 전담교사도 만나2학년에서 3학년이 되는 아이들은 일단 교과서 수를 보고 놀라고 공책의 칸도 좁아져 글씨도 전보다 작게 써야 한다. 수업 시간도 주당 25시간에서 30시간으로 늘어 거의 일주일내내 5교시를 하고 6교시 수업까지 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하교 시간이나 학원 시간 등 방과후 생활도 많이 달라져야 한다. 2년간 오전수업을 하던 아이들이 교과목 수와 수업 시간이 갑자기 늘어 3, 4월에는 많이 힘들어하는 편이다. 올해 특히 무거워진 교과서도 아이들에겐 부담이 될 것 같다.(관련기사 :
어렵고 무거워진 교과서, 초등 3학년 불쌍해라 )
담임 선생님 외에 교과전담 교사와 수업을 하는 것도 큰 변화이다. 전담교사수업은 보통 음악, 미술, 체육, 영어 교과 중에서 1 - 2개를 하게 된다. 올해는 영어수업시수가 늘어 영어회화전담강사와 수업을 하는 학교도 있다. 국어 교과서 문제도 심각하다. 듣기․말하기․쓰기를 형식적으로 1권으로 묶어 300쪽 가깝게 만든 것은 우리 교육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아이들에 따라 교과목의 변화에 대한 반응은 다양한데, 대체로 처음에는 당황한다. 학기초에 교과목의 특성과 생활 속의 어떤 것과 연관되는지를 하나하나 설명해주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교과 내용을 보면 3학년에 들어와 처음 배우는 건데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하기보다 학문적 개념이 바로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수업 시간에 교사들이 아이들이 어려워하지 않도록 신경써야겠지만, 가정에서도 부모님이 자기 공부 경험을 이야기하며 아이들을 안심시켜주면 좋을 것 같다.
과학실과 영어 수업이 즐거운 3학년3학년 아이들은 과학실 가는 것을 참 좋아하고 뿌듯해한다. 일단 과학실에 있는 여러 실험 기구가 신기하고, 특히 동물 박제나 인체 해부도를 흘낏흘낏 보기도 하고, 해골이 있다고 울상인 아이들도 있다.
올해는 과학교과서가 판형도 달라지고 큰 사진이 많아 아이들이 시각적으로는 좋아할 것 같다. 특별활동 시간에는 학급 회의 연습을 하고 4학년부터 하게 될 계발활동(전에는 클럽활동으로 불림)을 연습해보기도 한다. 음악시간에 리코더가 나와 보통 학기초부터 아침자습시간을 이용해 꾸준히 연습하는 학급이 많다.
미술 교과서는 2년간 같은 책으로 배우는데, 단원마다 색깔로 기초, 심화를 나누고 3학년은 기초내용을 주로 한다.
1단원. 형과 색1-1 형과 색으로 놀아보자(기초)1-2 색의 느낌을 담아(기초)1-3 형과 색이 만나면(심화)영어를 배우는 것도 큰 변화이다. 1, 2 학년에 한글을 배우고 받아쓰기를 하지만 이 때까지는 습관적인 경우가 많고 3학년에 와서야 비로소 한글의 추상적인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여기에 이제 영어라는 언어를 배우면서 아이들은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된다. 3학년 영어는 인사와 자기 소개를 시작으로 놀이와 활동 중심으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편이다. 그러다 5학년부터 배우는 양이 많아지고 사교육 영향으로 6학년에 가면 아이들 편차가 너무 커서 수업을 하기 어렵다는 교사들이 많다.
3학년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어느 정도 알게 되고 주변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굉장히 활발해지는 시기인데, 게임 중심으로 수업을 하니 때론 너무 소란해 수업을 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반대로 소극적인 아이나 남자 아이들의 경우 이런 분위기를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계속 이렇게 가다보면 6학년에는 아예 영어시간에 고개도 들지 않는 '영포'(영어포기아)가 생기기도 한다.
언어의 특성상 원래 남녀 차이가 많이 나는 데다 지금의 영어 수업 방식은 남성차별적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올해는 주당 2시간씩으로 늘어나 2학기에는 알파벳 학습까지 들어가니 아이들의 수업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영어를 통해 다른 나라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를 감지하여 새로운 세상을 맛보게 할 것인가? 현대 사회의 필수 조건이고 영어를 못한면 안된다는 중압감으로 부담감만 키울 것인가?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다.
3월 9일에는 생애 처음으로 전국 일제고사인 교과학습 진단평가를 보게 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충북 일부 지역은 겨울방학부터 예비 초3을 대상으로 보충수업을 한 곳도 있다. 평상시에도 2학년과 3학년 사이가 여러 면에서 너무 급격하게 변한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더 변화가 많아 보인다.
4학년은 개정교육과정 때문에 생긴 학습 결손 보충해야4학년은 작년에 7차교육과정으로 배웠기 때문에 교과서 형식이나 국어 교과서 이름 바뀐 것(말하기․듣기→듣기․말하기)이 먼저 보일 것이다. 형식적인 교과서대여제로 교과서 뒷쪽에 이름 쓰는 란이 없어진 것에도 불평이 많았다. 4학년쯤 되면 이름 대신 자기 별명을 써 놓거나 엉뚱한 것을 쓰는 아이들도 생기는 편이다.
수업시수는 3학년과 같고, 국어가 주당 7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고, 특활이 1시간 더 생긴다. 작년에 비하면 영어가 1시간 늘어났기 때문에 수업시간이 늘었다고 뭐라 하는 아이들도 있고 5학년 내용이 내려왔다고 걱정하는 교사들도 많다. 4학년도 3월 9일에 교과학습 진단평가를 볼 예정이다.
교과내용에서도 큰 변화가 보인다. 사회가 7차 교육과정에서는 학년마다 지리, 역사, 일반사회가 골고루 들어가 있었는데, 역사교육 강화로 5학년에 역사내용이 모이면서 4학년은 지리와 일반 사회로만 편성이 되었다. 이 때문에 5학년에나 배우던 경제단원과 여러 지역의 생활이 4학년 2학기로 내려왔다. 경제 단원은 생산 활동, 자원의 희소성, 경제 활동 등 어려운 개념이 많아 5학년에도 어려웠던 내용인데 조금 걱정이 된다. 1학기는 주로 지방자치 내용으로 편성이 되어 6월의 지방선거가 좋은 소재가 될 것 같다.
또 4학년은 개정교육과정 이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학습결손이 생겨서 많은 교사들이 걱정을 하고 있다.(관련기사:
초등4년, 알파벳도 안가르치고 읽고 쓰라?) 수학은 작년에도 9시간 미리 보충학습을 했는데, 영어는 당장 알파벳 학습을 보충해야 한다. 과학에서도 동물 단원등 결손 부분을 학습해야 한다. 다른 교과에서도 2007개정 3학년 교과서에서 새로 도입된 개념(인문환경 등)이나 3학년으로 내려가 버린 내용들이 부분적으로 있어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국어는 사전찾는 방법이 3학년 2학기로 내려가 버렸기 때문에 자음과 모음 순서대로 찾는 활동을 지금부터라도 하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미술은 3, 4학년 공통교과서이니 올해는 기초, 심화 어떤 내용이든 공부할 수 있어 오히려 수업이 다양해질 수 있다.
교과부 담당자와는 2월 26일에 통화했는데, 2008년도에 수학 이행조치를 마련해 시행중이고, 사회(내년 6학년 역사 영역)는 개발중이라고 하였다. 영어는 영어담당부서에 알아보겠으나 4학년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현장교사가 느끼는 것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과연 교과부가 4학년 학생 입장에서 모의 실험이라도 해보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적어도 올해 4학년 교사들에게는 이런 내용이 전달되고, 수업 과정에서 교사가 조금만 신경 쓰면 해결될 수도 있는데 적극적인 대책이 아쉬울 따름이다.
학급회의에 자기 주장도 강해지는 4학년교과학습의 기초가 4학년에 완성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그럴까? 교육과정상으로 봤을 때는 교과에 따라 그럴 듯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3, 4학년, 5, 6학년으로 나뉘는 교과들도 있다. 그보다는 아이들의 비판적 의식이 싹트는 시기라는 것이 4학년의 특징으로 많이 일컬어진다.
특별활동 시간에는 학급회의 시간이 편성되고, 계발활동이라고 하여 자기가 선택한 부서에서 수업을 하게 된다. 학교에 따라 4, 5, 6학년을 따로 하는 곳이 있고, 학년을 섞어서 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이 4학년 올라오자마자 이 시간을 가장 궁금해하고 기다리던 생각이 난다.
4학년 아이들을 담임한 지 꽤 오래되었는데, 아이들이 학교 생활 전반에 흥미를 가진 것이 느껴졌다. 고학년을 하다가 4학년을 하니 공부를 재미있어 하는 게 오히려 신기해서 정말로 공부가 재미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공부 내용을 그저 받아들이기보다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교사가 잘못하면 절대 넘어가지 못하고 공부시간에 배운 것과 연관해서 이야기할 때가 많다. 고학년에서 약간 반항하는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진지한 분위기에 다른 교사들과 "역시, 4학년이야!" 하며 공감의 웃음을 주고 받기도 한다.
MB영어강화 정책의 수혜자가 될 것인가? 피해자가 될 것인가?올 3, 4학년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영어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MB정부는 인수위시절부터 영어몰입교육과 '어륀지' 파동으로 국민적 반감을 샀지만, 2008년 12월에 초등 3-6학년 영어수업시수를 1-1-2-2시간에서 2-2-3-3시간으로 늘려놓았다.
처음에는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하더니 연구학교에서 사교육비가 늘었다는 연구가 나오자 교사들이 주당 1시간으로는 영어수업이 효과가 없다고 했고, 지역격차를 줄인다고 변명했다.(관련기사:
초등영어시수확대는 영어격차 극대화정책)
영어 교과서는 원래 검정교과서로 개발되다가 수업시수가 늘어나는 바람에 계획이 연기되어 3, 4학년은 2011년, 5, 6학년은 2012년부터 학교마다 검정교과서를 채택하여 써야 한다. 올해 3, 4학년은 7차 교과서를 부분수정하고 단원을 두 배로 늘린 1년짜리 교과서로 공부를 하게 된다. 그래서 유일하게 교과서 뒤에 이름 쓰는 란이 있다.
1997년 초등 영어가 처음 들어올 때도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사교육비 경감이었다. 하지만 사교육비가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영어 실력은 여전히 그 자리이다. 영어시간 외에는 영어를 쓸 필요가 없는 우리 사회에서 영어를 어떤 맥락에서 접근해야 할지, 효과적인 영어 학습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거의 없었다.
그저 영어를 많이 접하면 실력이 좋아질 것이라고 했지만, 영어학자들은 영어를 일찍 접할수록 중요성을 자각하고 외국어이기 때문에 접할수록 더 어렵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고 한다. 이제 영어는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계급이 되어버릴 정도이다.
그럼 수업시간이 늘었으니 교사 수도 늘어야 하는데 올해 임용상황을 보면 졸업생의 40% 정도만 뽑았다고 한다. 이 모든 게 4대강 사업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분분하다. 대신 일자리창출 정책의 일환으로 비정규직인 <영어회화전담강사>를 채용하여 늘어난 수업시수를 책임진다고 하였다. 이미 몇 년전부터 교사대에서 영어 수업도 강화하고 임용고시에서 영어면접 등을 강화하였는데도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란다.
처음에는 초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 중에서 영어회화전담강사를 뽑는다고 하였는데 나중에는 테솔 등을 이수한 사람들도 뽑았다고 한다. 그래서 당장 3월부터 초등학교에 초등교사 자격증이 없는 이들이 와서 수업시간에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교사들이 많다. 영어회화전담강사는 학교에서 2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최대 4년까지 연장을 할 수 있다.
학급담임 체제로 운영되는 초등학교에 영어만 가르치게 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이도 교사가 아닌 "강사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교육을 장기적인 관점보다 서비스직으로 생각하는 MB정부의 한계라는 분석이 많다. 올해 교육계에 7만여명을 다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학교장의 권한만 강화된 학교자율화 상황에 학생 수업 외에 채용권을 가진 학교장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이들의 또 다른 어려움이다.
교과부는 초등 영어 교육 시간이 늘어나고 투자를 늘렸으니 전보다 실력이 좋아질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교사들은 3학년부터 영어를 포기하는 아이들이 생기고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나 지역 환경에 따른 격차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필자는 2008년 교육과정 심의회에서 정책실명제로 장관이 이 정책의 성패 여부를 책임지고,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정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등영어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객관적인 연구 성과 하나 없고 시수확대 과정에서도 주장만 난무할 뿐 체계적인 연구는 부족했다. 공교롭게 3학년이 되는 첫 아이가 영어시수확대의 첫 대상자가 된다.
과연 올해 3, 4학년 아이들이 이 정책의 수혜자가 될 것인가? 피해자가 될 것인가? 학부모, 교사 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지켜볼 문제이다.
덧붙이는 글 | 3, 4학년에 2007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어 변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교사와 학부모가 3, 4학년 과정이 어떠한지 꾸준히 관찰하여 의견을 내면 교과부에도 반영이되는 통로가 있으니 관심있게 보시기 바랍니다. 관련사이트는 교육과정교과서포털서비스(http://cutis.mest.go.k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