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락~! 후드덕! 후드덕! 트더더덕!!!
깜짝 놀랐다. 잡귀가 옆에 오고 싶어도 놀라서 오지 못할 정도였다. 불이 타오르면서 나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덩더 덩더쿵더! 덩더 덩더쿵더! 더더덩 더더덩 덩더쿵더!!!
그 옆에선 농악대의 농악소리가 귀를 울렸다. 불이 타면서 나는 소리와 서로 시합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누구 소리가 더 큰지...
불길의 기세는 엄청났다.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는데... 오마나! 무슨 불길이 이렇게 갑자기 올라오는지?? 하마터면 타 죽을 뻔했다. 나는 그 불길을 보면서 지난해의 안 좋은 기운이나 일들을 모두 지워져 버리길 바랐다. 그 불길 속에서 다 타버려 재가 되어 멀리멀리 날아가 버리라고 빌었다.
내 소원도 빌었다. 올해에는 학교 성적이 눈부시게 향상되게 해주시구요. 또 그 다음에는 비밀~ 나만의 시크릿~! 소원을 빌고 있는데 구름에 가려 있던 보름달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고선 환하게 비춰 주었다.
기분이 좋았다. 올해는 둥근 보름달이 내 소원을 들어줄 것 같았다. 옆에 모인 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나와 비슷했을 것이다. 올해는 모든 사람들의 소원이 다 이뤄졌으면 좋겠다. 풍년이 들고 농부 아저씨들이 일한 만큼 보람도 함께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빠~! 오늘 쉬는 날인데, 꼭 일하러 가셔야 돼요?"
"왜? 오늘 바쁜데... 할 일이 너무 많아."
"모처럼 가족끼리 드라이브 가면 안돼요?"
그때 동생 예슬이가 끼어들어 한 마디를 날린다.
"아빠는 우리 가족이 더 소중해요. 아님 일이 더 중요해요?"
KO였다. 아빠는 항상 이 말 한 마디면 헐렁해지신다. 예슬이는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 알았어. 어디로 갈까?"
"우리 오늘은 프리 드라이브 한번 가요."
"프리 드라이브가 뭔데?"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무작정 나가는 거 말이에요. 그것이 프리잖아요."
이렇게 해서 찾은 곳이 전라북도 남원이었다. 처음엔 전라남도 담양을 지나 곡성으로 갔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전라북도 순창을 거쳐 남원까지 갔다. 달집태우기는 남원 광한루 옆 천변에서 보았다.
엄마 아빠 어렸을 때만 해도 정월대보름이 되면 찰밥을 해서 드시고 달집태우기도 하고 쥐불놀이도 하면서 재밌게 지내셨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놀이를 찾아서 보고 즐기는 게 쉽지 않다. 언젠가 시골 할머니 댁에 가서 쥐불놀이를 해본 게 고작이었다.
물론 민속박물관 같은 곳에서 굴렁쇠 굴리기나 투호놀이, 그네뛰기 같은 것은 가끔 하지만... 윷놀이는 집에서 명절 때 하기도 하고...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를 보면서 세시풍속놀이의 재미를 알 수 있었다. 생각보다 재미가 있었다. 앞으로도 무슨 의미가 있는 날에는 집에서 컴퓨터만 쳐다보지 말고 이런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도 거기에 동의를 했다. 엄마와 아빠도 좋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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