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전교조 교사의 민주노동당 당원가입 여부를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청 장학사가 경찰로부터 업무 협조 요청을 받은 뒤 일선 학교 행정실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교사의 개인 자료를 수집해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확인된 사례는 경남도교육청이지만, 경찰이 전국의 교육청에 광범위하게 관련 교사들의 자료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경남도교육청에 '업무협조의뢰' 공문을 보내 교사 17명의 인적사항과 인사기록카드를 요구했다. 또 경찰은 "대상자가 정당에 당비 또는 후원금 등 정치자금 납부 후 소득공제를 위해 근거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2005년 1월~2010년 2월) 확인 후 결과를 관련 자료와 함께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경남도교육청 장학사는 3일 교사 17명의 해당 학교 행정실장한테 개인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통해 정당 후원비 납부와 소득공제 근거자료를 확보할 것을 요청했다.
장학사는 이메일을 통해 '긴급' '보안'이라 표시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해 놓았다.
"대단히 수고가 많습니다. 해당자의 자료를 조속히 수집하여 복사 또는 JPG 파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유의사항 : '현임교', '전임교', '전전임교'에 연락을 취해서 자료를 받아야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2005년 1월부터 2010년 2월까지이기 때문입니다. 협조하여 주시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 ◯◯◯ 드림.""장학사 이메일 요청은 명백한 법률 위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전교조 경남지부가 반발하고 나섰다.
전교조 경남지부 관계자는 "장학사가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해서 해당 교사의 이름을 알려주었다"면서 "장학사가 학교 행정실에 전화통화에서 개인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교육청이 교사의 개인 정보 자료를 요구하면서 정식 공문을 보내지도 않았다"면서 "개인 정보는 본인이 응하지 않으면 제공할 수 없다, 자료를 받으려면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4일 낸 자료를 통해 "공문이 아닌 장학사 개인 메일로 해당 학교에 업무협조를 요구하였으며,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법률적 검토 없이 해당학교에 조속히 자료를 수집하여 보낼 것을 지시한 것은 위법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에 따르면, '보유기관장은 다른 법률에 따라 보유기관 내부 또는 보유기관 외의 자에 대하여 이용하게 하거나 제공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해 개인정보파일의 보유목적 외의 목적으로 이용하게 하거나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개인정보 파일의 보유목적 외의 목적으로 처리정보를 이용하게 하거나 제공할 수 있지만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권리와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 경남지부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업무협조의뢰를 받을 경우 공공기관으로서 당연히 법률적 검토를 하고 해당교사에게 불이익에 대해서 인지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자료제출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책무"라며 "그런데도 경남도교육청은 경찰서의 업무협조공문 한 장으로 해당교사의 개인정보와 관련한 사항을 수집하는 불법을저질렀다"고 덧붙였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해당 교사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유출하라고 지시하고 개인의 인권을 유린한 도교육청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묻는다"며 "도교육감은 불법으로 취합한 개인정보자료를 해당 교사에게 돌려주고 사과해야 하며, 위법한 행위를 지시한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경남도교육청 장학사 "문제 있다면 정식 공문으로 처리하겠다" 이에 대해 경남도교육청 담당 장학사는 "경찰에서 형사소송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근거해 자료를 요청해 왔으며, 기관 대 기관으로 협조해 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비공식적자료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감한 문제라 고민하다가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면서 "이미 세금 공제 관련 자료는 세무서에도 요청해 놓은 것으로 알고 있고, 학교도 이미 내용을 알고 있어서 자료를 요청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장학사는 "공문을 보내는 게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이메일을 보낸 것"이라며 "이메일을 보낸 게 문제라고 한다면 다시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영구 변호사는 "인사기록카드는 교원의 사적 정보까지 모두 담겨 있는데, 수사 목적이라고 하지만 특정하지 않고 범위를 넘어서까지 요구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보를 제공하려고 할 때는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목적을 한정해야 하고, 방법도 제시해야 하며, 다른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변호사는 "공문이나 형식을 통하더라도 사용 목적이나 방법을 제한하지 않고 임의로 받아서 다른 공공기관에 넘기려고 한 것은 권한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교조 경남지부는 "도교육감은 불법으로 취합한 개인정보자료를 해당 교사에게 돌려주고 사과해야 하며, 위법한 행위를 지시한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경남도교육청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고 관련자를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