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는 이달곤 장관이 (통합시장 선거) 직접 출마한다는 말이 있는 데 사실입니까?""나는 출마 안 하겠습니다.""그렇다면 경남도지사 선거는 생각이 있으십니까?""아니, 생각이 없습니다.""출마하지 않는다고 써도 되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창원·마산·진해 행정구역 통합(통합시 명칭 '창원시')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1월 14일 경남을 방문했던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기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당시 이 전 장관은 "6·2지방선거를 깨끗하게 잘 치러야 한다는 생각뿐"이라며 "향후 정책적인 문제를 처리해 나가야 하는 등의 문제가 산적해 있어 출마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훨씬 이전인 지난해 12월 23일 청와대 출입 기자단과 가진 오찬간담회 때도 이 전 장관은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가능하면 감독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말은 행안부 장관으로서 지방선거를 관리감독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그런데 이 전 장관은 두 달여 만에 말을 바꾸었다. 6월 2일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채비를 하고 있다. 그는 5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이임식을 했으며 하루 전날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지방선거 출마 공직자의 사퇴 시한(선거일 90일 전) 마지막 날에 사표를 냈고 이 대통령은 5일 새벽 전자결재로 사표를 수리했다.
이달곤 전 장관은 이임식 뒤 주소를 경남으로 옮기고 이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지사 선거 출마 선언은 다음 주 중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창원 출신인 그는 이임식 뒤 기자들과 만나 "고향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좋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 주무 장관이 후보 출마, 관권선거 오해 불러와"
이달곤 전 장관이 경남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하자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자유선진당 지상욱 대변인은 5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사퇴 이면에는 청와대의 적극적인 개입 의중이 엿보인다"며 청와대의 선거개입을 제기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 대변인은 "청와대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이달곤 장관의 사퇴 이유를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고 쓰지 말고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사퇴했다고 써달라는 노골적인 선거 지원 주문까지 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은 논평을 통해 "6·2지방선거를 총괄해야 할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남도지사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한다는 것은 국민을 배반하는 행위이자 무책임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면서 "이달곤 장관은 이미 경남도민을 책임질 경남도지사 후보로 부적절한 인물임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허성무 통합 창원시장 예비후보도 논평을 통해 "이달곤 장관의 출마는 국민 기만이며 도민 무시의 전형이다"며 "지방선거를 총 책임지고 있는 주무장관이 그 직을 사퇴하고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것은 해바라기 정치인의 전형이며 관권선거의 오해만 불러일으킬 뿐이다"고 밝혔다.
이방호 전 사무총장과 경선 불가피예비후보인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도 이달곤 전 장관을 비난하고 있다. 이방호 예비후보는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이달곤 전 장관은 양지에 있다 그냥 낙하산 타고 내려온 사람"이라며 "선거 주무 장관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사퇴하고 나오는 것은 아주 적절치 못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달곤 전 장관이 출마하면 이방호 전 사무총장과 한나라당 경남지사 후보를 놓고 경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친이명박계'에서 경선이 치러진다. '친박근혜계'인 김학송(진해)·안홍준(마산을) 의원은 출마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병국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경선 원칙을 밝히고 있다.
야권에서는 무소속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민주노동당 강병기 전 최고위원이 예비후보 등록을 해놓고 뛰고 있다. 2선인 한나라당 소속 김태호 현 지사는 불출마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