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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잊은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강원도 양양군 낙산해수욕장 고려대학교 연수원. 지난 6일 오후 7시, 이곳에서 커다란 함성과 웃음이 터져 나왔다. 6일~7일, 1박2일로 고려대학교 제37기(회장 이중원) 생명환경과학대학원 신입생환영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됐기 때문. 이날 오후엔 일정 중 첫 순서인, 일명 막걸리사발식이 막걸리찬가와 함께 거행됐다. 고려대학교에 입학하는 학부생이거나 대학원생이거나 고려대학교 동문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수많은 대학마다 저마다의 독특한 신입생신고식이 있지만 고려대학교의 막걸리사발식 만큼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된 독특한 신입생환영식은 없다. '마셔도 고대답게 막걸리를 마셔라~!'로 시작하는 막걸리찬가에 맞춰 진행되는 고려대학교의 막걸리사발식은 의외로 역사가 깊다. 정확히 언제부터 누구에 의해 시작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려대 출신들 중 일부는 "1905년 개교한 이래부터 시작 되어 거의 100년 가까이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 일부는 "고려대를 졸업한 선배의 선배들도 막걸리사발식을 거쳤다는데, 적어도 50년 이상 되지 않았겠는가?"라는 조심스런 의견도 내놓았다.

이러한 오랜 전통을 간직한 막걸리사발식 때문에 고대동문들은 "고려대학교는 막걸리대학교"라는 인식이 생겨났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고려대학교 주변에는 허름한 막걸리를 파는 주막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왜 신입생환영회에서 토하도록 막걸리를 마시도록 하였는가에 대해선 고려대동문들은 한결같이 "그동안의 획일화된 교육과 얽매인 생활의 묵은 때를 모두 토해 비워버리고 학문의 진리와 민족과 정의를 위해 나아가는 자주 고대인이 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때 막걸리사발식에서 신입생들은 강압적인 분위기로 마지못해 토하고 쓰러질 때까지 억지로 마셔야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학과장 교수는 물론 학장도 신입생들과 함께 막걸리사발식에 참여하는, 즐기면서 화합하는 행사로 바뀌었다.

보통 한 사발에 대략 2500cc 정도의 막걸리를 각 학과 신입생 6~8명이 앞으로 나와 한 줄로 늘어서서 번갈아 나누어 마신다. 따라서 한 사람당 약 250cc 정도만의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된다. 만약 벌칙으로 한 번 더 마시게 되어도 한 사람당 500cc 정도의 막걸리를 마시게 되기 때문에 과거처럼 지나친 음주로 인한 사망이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 막걸리찬가가 끝나는 순간에 맞춰 막걸리를 다 비우고 머리에 사발을 뒤집어쓰는 막걸리사발식이 원래 같은 신입생 조원들 간 협동과 배려를 강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소 잘 마시는 사람이 첫 번째와 마지막 순서에 서서 좀 더 많이 마셔준다. 그렇기 때문에 잘 못 마시는 사람도 부담 없이 막걸리사발식에 참여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서 처음 만나는 신입생들끼리 서로 배려하고 아껴주는 마음과 협동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막걸리찬가를 불러주는 선배들은 후배 신입생들의 막걸리 마시는 속도에 맞춰 일부러 박자를 길게 늘려주기도 하고 빠르게 부르기도 하는 등의 배려를 해준다. 이때 원우부회장은 신입생들이 마시는 사발안의 막걸리가 어느 정도 남았는가를 살펴보고 손짓으로 알려주어 막걸리찬가의 노래 속도를 조절하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막걸리사발식은 선배들의 배려와 신입생들의 협동을 이끌어내어 끈끈한 정을 맺게 하는 작은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이날 사발식에는 생명환경과학대학원장 김정규, 생명분자유전공학과장 황광연 교수, 기후환경학과장 손요한 교수, 환경생태공학 정진호 교수, 응용경제학과 조용성 교수, 분자진단생명공학 이철구 교수, 학사지원부장 조상진, 과장 백완종이 참여하였다.


태그:#막걸리찬가, #막걸리사발식, #고려대학교, #신입생환영식, #생명환경과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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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특집부 편집부장을 비롯하여 지방일간신문사와 주간신문사 그리고 전문신문사(서울일보, 의정부신문, 에서 편집국장을 했었고 기자로도 활동 하였으나 지방지와 전문지라는 한계가 있어 정말 좋은 소식인데도 전국에 있는 구독자분들에게 알리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전국적으로 이름난 오마이 뉴스의 시민기자가 되어 활발히 활동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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