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발을 담근 뒤에 제가 쓴 기사가 30개나 되었습니다. 다른 기자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지만 제 입장에서는 상당히 많이 쓴 것인지라 홀로 뿌듯해 하고 있는 참입니다. 양보다 질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부끄럽습니다만.
제 기사는 제주도 여행과 제주도의 문화 관련 기사가 대부분입니다. 제가 게을러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이렇게 여행과 문화 분야 위주로 글을 올리게 되겠지요.
바쁜 때를 빼면 기사를 송고한 뒤에 이것저것 둘러보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마치고 난 뒤 갖는 달콤한 휴식 시간입니다. 로그인한 상태에서는 내 기사를 몇 사람이나 들어와서 보았는지 알 수 있게 해 놓았더군요. '신기한 표지판'에 대한 기사가 10만을 넘어 최고를 기록하였습니다. 이것은 가뭄에 단비 같은 일이고 나머지는 그저 1천에서 시작해서 많으면 4천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다른 기사들도 많이 찾아가 보게 됩니다. 주로 보는 것은 여행, 문화, 그밖에 그날 그날 이슈가 되는 머리기사입니다. 감흥이 오는 기사를 보고 난 뒤에는 동감의 차원에서 점수를 올려주곤 합니다. 댓글은 거의 달아본 적이 없으니 별로 적극적이지는 않은 참여 정신입니다. 기사에 점수를 주는 일이 간단하게 이루어지니 '내 반응을 표현했으니 이쯤으로 족하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제 기사에 붙은 점수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보는 일도 잦아지더군요. 1점이든 5점이든 올라가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점수가 아예 없이 '0' 인 상태로 그대로 있으면 '흠, 중심 잘 잡고 있군' 하고 넘깁니다. 때로는 아주 글발이 잘 잡혔다고 자부하는 기사마저 이런 상태가 되면 조금 아쉽습니다. 0보다 아래인 이른바 '마이너스' 상태가 되면 매우 아쉽습니다. '흐음~, 그랬단 말이지?' 그 마이너스가 마치 실내 온도를 가리키는 양 덜덜덜 몸이 다 떨립니다.
이윽고 마우스를 쥔 손이 점수주기 버튼을 누르고 오른쪽으로 아주 힘차게 밀어댑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제 기사에 점수를 주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만 것입니다. 그래놓고는 '새는 좌우 날개로 나는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립니다. 이 일 뒤에도 또 몇 번을 좌우가 나란히 날고 있는 '0' 상태인 기사에도 손을 봐주고, 잘 나가는 기사에도 손 댔습니다. 한마디로 '맛'들였던 겁니다.
어릴 적엔 교회에 다녔습니다. 헌금을 하는 100원짜리 네댓 개에서 한 두 개는 '착복'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고해성사(신의 대리인격인 사제에게 잘못한 일을 고백하여 용서를 구하는 의식) 때에는 차마 고백하지 못하였습니다. 그저 두려웠을 따름이지요. 지금은 '어릴 적엔 그럴 수도 있지,뭐'하고 간단한 추억거리로 넘기는 일입니다.
그런데 나이먹은 어른이 되어서 이랬다는 것이 영 찜찜하고 '이 뭐하는 짓인가'하고 그렇습니다. 어찌보면 사소한 일이기도 한 이 일로 제 인생에 큰 풍파가 미친다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요. 사실 제 기사에 점수 끌어올리는 저 '짓'이 은근히 재미있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짓'은 안 할 겁니다. 잘못한 일이기도 하고, 나름의 평가수단인 '점수주기'를 장난스러이 악용하는 버릇을 들이면 그것이 언젠가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점수'보다는 제 일인 글을 쓰고 송고하는 것에 더욱 마음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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