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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도부가 우근민 전 제주지사를 영입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 불고 있는 논란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저녁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열어 우근민 전 제주지사의 복당을 최종 결정했다. 이날 우 전 지사는 복당 심사에 앞서 당에 지난 2002년 일으켰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했고, 복당을 결정한 민주당은 우 전 지사에게 이른 시일 안에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 건에 대해 제주도민들에게 공개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성추행 논란 애써 잠재우고 싶은 민주당 지도부

 

우근민 전 제주지사 우근민 전 제주지사가 3월 4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근민 전 제주지사우근민 전 제주지사가 3월 4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제주의소리> 좌용철

소명자료를 요구하고 사과 기자회견을 권고하는 대목에서 '성추행 논란'을 애써 잠재우고 싶은 민주당 지도부의 의중을 쉽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기대와는 달리 우 전 지사와 관련한 논란은 증폭되어 지방선거 야권연대 전반에 파열음이 생길 조짐까지 감지되고 있다.

 

우 전 지사에 대한 복당 결정이 내려지자 맨 먼저 직격탄을 날린 건 제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다. 도 내 13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3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우근민 전 지사의 출마 포기와 민주당 복당 불가를 주장했고, 8일에 다시 성명서를 내고 민주당을 '반 여성당'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민주당이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여는 과정에서 우 전 지사에게 사과를 요구한 것을 두고 "도덕성 논란에 대한 면피를 주고자 하는 것"이라 주장했고, "성희롱으로 판결 받은 사람을 당원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성희롱을 용인하고 있는 정당으로서의 오명"을 벗을 수 없게 되었다고 비난했다.

 

시민사회단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에서도 비난 잇따라 

 

야권연대의 핵심 파트너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서도 비난이 잇따랐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와 <오마이뉴스>에 '서울은 여성운동 출신 시장, 제주는 성희롱 전력자 도지사. 민주당, 제정신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우 전 지사의 복당을 허락한 민주당을 거칠게 비난했다.

 

이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는 성희롱이라고 판정한 전직 여성부장관, 제주도지사 후보는 그 판정에 불복해 소송까지 불사한 전직 제주도지사, 이것이 민주당이 그리는 지방선거 구도입니까"라며 민주당의 결정을 비꼬았다. 그러면서 "저는 이런 모습 보려고 연합을 주장하지 않았습니다"라며 야권연대 전반에 대한 불신감을 표현했다.

 

진보신당 심재옥 대변인도 3월 9일 '성폭력 가해자 공천하겠다는 민주당, 2차 가해 공범되나'라는 제목의 논평으로 민주당을 압박했다.

 

심 대변인은 "민주당이 제주도지사 시절 '집무실 성희롱 사건'을 저지르고도 가해 사실을 부인하고 피해자와 여성단체를 고소하는 등 2차 가해까지 서슴지 않았던 우근민 전 제주지사에 대한 복당을 결정"했는데, "대법원 판결까지 받은 인사를 복당 결정한 민주당 지도부에게 심각한 우려와 실망의 마음을 전한다"고 비난했다.

 

심 대변인은 또한 "우씨는 정치인으로서의 자격에도 미달하지만, 야5당 중간 합의문에 적시된 '연합의 취지에 부합하는 후보'와는 멀어도 한 참 멀다"며, "민주당의 결정은 최근 협의 중인 지방선거 야5당 연대에도 심각한 저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중앙당의 결정에 대한 비난은 당 안에서도 나오고 있다. 당장 제주도당을 이끌고 있는 김우남 의원이 이와 관련하여 중대 결심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남 의원은 김태환 제주지사의 차기 불출마 선언 이후 차기 도지사 선거 출마를 희망해왔다. 그런데 도당위원장의 사퇴시한을 정한 민주당 당규가 줄곧 그의 발목을 잡아왔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당무위원회를 열어 자신에게 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오히려 '우근민 영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불만을 품은 김 의원은 중앙당 당무위원회의 의결이 없을 경우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선 상황.

 

'우근민 복당'에 대한 내부 반발 거세

 

 고희범 민주당 제주도지사 출마 예정자가 9일 오후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의 복당 결정 철회를 주장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고희범 민주당 제주도지사 출마 예정자가 9일 오후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의 복당 결정 철회를 주장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 이경태

민주당 중앙당에선 지난 6일에 정세균 대표가, 8일에는 김민석 지방선거기획단장이 김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제주를 찾았다. 두 차례 이루어진 회동에도 불구하고 김우남 의원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김우남 의원이 조만간 내릴 결정에 따라 제주의 지방선거판이 크게 요동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한편, 민주당 인사로는 가장 먼저 도지사 예비후보에 등록한 고희범 전 <한겨례> 사장은 중앙당의 우 전 지사 복당 결정에 항의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고희범 예비후보는 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의 복당결정을 철회하라"고 주장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으로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고희범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민주당이" "공직의 엄정함을 주장하고 여성인권을 보장받아야 할 가치로 여긴다면 우 전지사의 복당 결정을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성희롱 용인 정당'으로 추락해 제주도민은 물론 온 국민의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무기한 단식으로 복당결정 철회를 관철시키겠다"다고 의지를 다졌다.

 

무기한 단식 중인 고희범 후보 "민주당 사는 길은 복당 철회와 사과"

 

고희범 후보는 민주당 영등포 당사에서 단식 중이다. 고 후보는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민주당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판단착오로 인해 우 전 지사를 영입하려했던 점을 유권자들에게 진솔하게 사과하고 그에 대한 복당 결정을 철회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10일에는 제주 출신이자 2008년 총선 당시 통합민주당 선대위원장을 역임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이례적으로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가 만장일치로 복당을 허용한 것과 관련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정략적 태도"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당 안팎에 들끓고 있는 비판을 수용하여 우 전 지사에 대한 복당 결정을 철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2지방선거#우근민 복당 결정#성추행사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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